내가 초등학교 때 갑자기 비가 오는 날은 부모님들이 교문 앞에 서서 아이들을 데리고 갔어. 그리고 나는 그 날이 오면 아버지가 날 데리러 오셨지.
근데 난 말야. 아버지를 모르는 척 했어.
비가 많이 오고 비에 젖어 옷이 무거워지는데도 나는 그가 아버지라는 걸 모르는 척 했지.
많이 창피했어.
아버지라는 존재가. 깊게 패인 주름살과 허름한 옷차림이.
남들과는 다른 아빠의 존재감.
그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거야. 내 주변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거지.
그리고 아버지도 나를 아는 척 하지 않으셨지...
그렇게 비가 오는 날, 난 비를 맞으며 걸었어.
아버지가 뒤에서 천천히 쫓아오는 걸 알면서 미안한 걸 알면서 모른 척 나는 걸었고, 아버지는 비를 맞고 있는 아들을 보면서 발맞춰 걸었지.
지금 난 비 오는 날이면 하던 일도 잘 안되고, 병든 강아지마냥 기어다녀...
형들같으면 이런 쓰레기 같은 놈이 비오는 날 어떡해 얼굴을 들고 다니겠어...
근데 이런 이야기를 친구도 아닌 여기에 올리는 이유가 뭐냐고?
그냥 곧 미칠 것 같았어. 친구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는 하고 싶었어.
그냥 내 넋두리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어.
내게 조언해 줄 사람은 있어도,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은 없거든.
결국 여기까지 와버렸네. 고마워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아버지? 듣고 있지? 이제야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다니.
왜 같이 있을 때 하지 못했을까? 난 아버지가 좋았는데... 아버지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이제 아버지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애.
아버지도 얼마나 괴로웠을까 생각하게 돼. 그 때, 자신의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자신을 외면했을 때 그 배신감과 자괴감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거야.
하지만, 고마워 아버지. 그 날 집에 왔을 때 내게 말했지.
“춥지? 물 데워놨으니까 먼저 씼어.”
아빠. 보고싶다. 미안해. 그리고 진짜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