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반의 남성입니다.
살려주세요.
제 안에 살인마가 살고 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저는 중학생시절 여학생들한테 왕따를 당했습니다.
1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가해자들에게 증오가 생생합니다.
이유요?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잘 모릅니다.
제가 나온 중학교는 남녀공학이긴 했으나 합반은 아니었어요.
여학생들과 간접적으로 대면할 기회는 등하교길을 밖에 없었는데, 어느순간부터 등교길 하교길마다 여학생들이 저를 두고 수근거리기 시작하더군요.
그러더니 노골적으로 대놓고 비웃거나 재수없다며 욕을 하더군요.
더욱 환장하는 것은 이유를 짐작만 할 뿐 제대로 알지도 못한다는 것입니다.
특정 동창여학생 이름이 간간히 비웃음속에서 들리는 걸로 추측건데 그 여학생과 관련해서 내가 안좋은 소문이 났나보다 합니다.
너무 괴롭더군요. 학교로 나서는 그 시간이 매일 괴롭고, 심장이 쿵쾅거렸습니다.
이게 몇년동안 지속되니, 어느순간 사는게 사는게 아니더군요
자살을 결심한 어느날, 밥먹다가 펑펑 울어서 가족들이 영문을 몰라한 기억도 있습니다.
구조요청...그때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가해자들에게 한판 붙거나 했어야 했는데,
그래도 남자가 되어서 여자랑 어떻게 싸워, 나만 참으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버텨던것이 지금 너무 후회가 됩니다.
(아쉬운점은 당시 아버지가 건강이 안좋아서, 아버지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라는 얘기를 귀에 못이 박히듯 들어왔던 터라, 중학생이던 제가 미련하게 참은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대학교로 진학하여, 가해자들과 멀어지면 괜찮겠지, 그때까지만 참자라는 저의 계산은 틀렸습니다. 여성에 대한 피해의식과 대인공포가 점점 심해지더군요.
그 상처후로도 10여년동안 길가는 또래나 젊은 여성이 있으면 멀리서부터 피해다녔구요,
여자가 말을 걸면 속에서 밀려오는 공포감과 싸우느라 제대로된 대화를 하기 힘들었습니다.
물론 대학생이 된 이후로는 정신병원도 가보고 약도 먹고 의사와 상담도 받고, 상담센터도 여러군에서 수차례 상담을 받았지만, 아직 상처를 치료하기엔 제가 너무 부족한 사람인가봅니다.
15년이 넘은 기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가해자들에 대한 불타는 증오심을 안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제 의지와는 무관하게요. 정말 저도 괴롭습니다. 이제는 지칩니다. 언제까지 내 안의 살인욕구와 싸워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평생일까요? 평생이라면 저는 살인욕구와 싸우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이란 말입니까?
가해자들을 스스로 용서하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고, 어느정도 용서했다고 생각해왔지만 매일 혼자 조용히 있을때만 찾아오는 뜨거운 증오는 저를 괴롭힙니다.
괴롭습니다. 제 안에 악마를 꺼내어주세요.
요새 제가 언젠가는 일을 내겠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저의 트라우마는 여성으로치면 성폭행 당한 사람의 고통과 같다는 것을 어느 책에서 보고 고싶다게되었습니다. 내가 여자에게 그러하듯, 성폭행당한 여자는 남자를 두려워하고 목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뛰며 공포를 느끼게 된다면서요? 그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가해자들이 다 강간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중요한건 그런 생각을 하기 싫은데 자꾸 떠오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어느순간부터 그 가해자들 뿐만 아니라 여성 전체에 그런 증오를 품게 되었습니다.
제가 스스로에게 가장 섬뜩하게 느꼈던 순간이 언제인줄 아십니까?
어떤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 성폭행 당한 여성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범인과 마주쳤으나 증거가 부족해서 처벌을 못하게 되었다는 사연들 보며 안타깝기는 커녕 속으로 기쁜마음이 들더군요. 그리고 이내 이런 자신이 섬뜩하게 느껴지고 정말 싫어졌습니다.
이제는 뉴스에서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 보도를 볼때마다, 피해자가 여성이길 바라면서 보게되고, 실제로 여성이면 기뻐하게 됩니다. (물론 이내 섬뜩함과 죄책감, 우울이 밀려옵니다..)
그때마다 느낍니다. 아 내 안에 악마가 자라고 있었구나, 지금까지 나름대로 상처를 치료하고 그들을 용서해야 한다고 노력해왔는데, 어쩌면 소용없는 짓이었는지도 모르겠구나...
너무 두렵습니다. 도와주세요. 연쇄살인범들의 발걸음을 내가 따라가고 있는게 아닌가 불안합니다.
항상 스스로 다짐을 해야 합니다. 매일. 만약 내가 눈깔이 뒤집히는 상황이 생기게 되면
1. 자살을 하자 (살인마가 될 수 없다)
2. 정 충동을 못이겨 누구를 죽여야겠으면 모르는 사람 해치지 말고 가해자들을 찾아가서 그들을 해치자
라는 결심을 매일 해줘야 합니다. 아니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정신이 나가 길거리에서 걸어가는 여성들을 무작위로 해칠 것 같은 공포감과 매일 싸워야 합니다.
얼마전엔 한국의 어느 연쇄살인범을 다룬 프로그램을 봤는데, 거기서 그 사람 역시 어렸을때 동네형에게 성폭행을 당한 트라우마가 후에 살인마가 되는 것에 영향을 미쳤을거라고 하더군요.
저는 어느정도는 그 사람을 이해합니다. 그도 분명, 그 충격에서 벗어나려고 노력도 했을것이고 한번쯤은 가해자를 용서하려 노력했을껍니다 분명히.
이 세상에 왕따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가해자들을 해치고나서 잡힌후에 어렸을때 왕따당한 것에 대한 복수라고 기자들에게 떠들어대면, 잠깐동안이나마 왕따범죄율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지금 왕따를 당하는 사람이 있다면 참지말라는 부탁을 하고 싶습니다. 나 하나 희생하고 말지 하는 착한 마음을 먹었다간 몇십년동안 고통에 시달리고 마음에 병이 들 수 있습니다.
매일매일 근근히 충동을 참고 있지만 만약 내가 삶을 자포자기 하게 된다면...만약 내가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무엇일까요? 만약 내가 어떤 범죄를 저질러 도주하게 되었을때 어떤 생각이 들까요?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왕 이렇게 끝난 인생 가기전에 복수나 원없이 하고 가자. 마침 지금쯤 가해자들은 결혼한 사람도 있고 아기를 낳은 사람들도 있을테니 더욱 고통스럽게 해줄 수 있다...이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을 너무 잘 압니다.
이미 내 안의 악마는 시한폭탄을 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가 빠져나온 사람이 있다면 방법 좀 알려주세요. 매일 발작처럼 찾아오는 분노와 오늘도 몇시간 사투하다가 답답한 마음에 글을 적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