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서 근무하고 있는 현직 의사입니다.
보건당국과 정부의 대책없는 행보에 하루하루 답답함으로 버티고 있는 중에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이 정부는 가망이 없구나 싶어서 고민하다 글 올립니다.
박 대통령은 16일 메르스 확산으로 휴업했다 최근 수업을 재개한 서울 강남구 대모초등학교를 방문해 “메르스라는 건 중동식 독감이라 매년 연례행사같이 퍼진다”며 “우리로서는 이번에 처음 겪는 것이라 당황스럽기도 하고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newsview?newsid=20150617000805366&RIGHT_REPLY=R1
이 시각이 현 정부의 시각이라면 우리 나라의 메르스 종식 가능성은 0% 입니다.
일단 메르스가 정말 중동 독감일까요?
신종 플루와 비슷하다고요?
신종플루와는 비교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에볼라보다 조금 못한 치사율에 그러나 에볼라보다 훨씬 전염력이 센 무서운 질병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오늘자로 환자가 162명이 되었습니다. 사망자는 19명, 퇴원자는 17명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사망률이 40%라고 하죠. 천여명이 감염되서 400여명이 죽었다고 합니다.
사실 천명이라는 숫자도 그 질병에 대한 통계를 내기에는 적은 숫자입니다.
지금 현재 시점으로는 우리나라는 사망률이 11.7% 이지만 이런 식으로 따지면 완치율은 10.4% 밖에 안된다는 게 더 무서운 현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현재도 20여명의 환자가 위중한 상태이며 진단받은지 얼마 안된 사람들이 어떤 코스로 갈지도 예측할 수가 없어 정확한 통계는 이 상황이 종료되봐야 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이유는 진단받은 환자들 중 퇴원자가 너무 적다는 데 있습니다. 5월 29일에 입원한 환자들조차 아직 퇴원 못한 환자가 너무 많다는 거죠. 일반 독감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입니다.
진짜 무서운 이유 중 또 하나는 젊은 층이라도, 건강한 사람에게도 치명적이라는 얘기입니다.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는 삼성병원 메르스 의사와 평택 경찰은 아직 30대고 지병도 없습니다. (알레르기성 비염이 지병이라면 대한민국에서 지병 없는 사람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에크모를 돌리고 있다는 건 의사들 사이에서 마지막 갈때까지 가서 정말 연명만 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들이 사망했을 때의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정부에서는 어떻게든 목숨만 붙여놔라 식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의사들 사이에서는 우리 나라도 사망률이 최소 30% 는 되겠다, 정말 무섭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신종플루는 그냥 계절 독감일 뿐입니다. 수백년 동안 있었던 계절독감일 뿐인데 이슈가 되었던 이유는 WHO에서 매년 돌아오는 겨울에 유행할 바이러스 타입을 예측해 백신을 만드는데...H1N? 이런거 많이들 보셨죠? 바이러스 타입입니다... 그 해에는 우리가 미처 예상못한 타입이 유행해 이슈가 되었던 것 뿐입니다. 신종플루는 전염력이 메르스에 비해 엄청나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물론 사망자 있습니다만 정말 고령의, 정말 심각한 질병을 가진 사람들에 국한된... 지금 정부가 메르스에 대해 말하는 그런 환자들만의 문제라 젊은 사람들은 거의 걱정이 없고 타미플루라는 항바이러스제가 있기에 이렇게까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저를 비롯한 제 주변의 의사들은 첫번째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했던 환자의 보호자들과 1차 의료기관 의료진이 입원했을 때 부터 병원 전체의 감염관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병원 공개가 된 것이 6월 7일 이었습니다. 병원에 내려온 지침은 발열 환자가 오면 그 환자의 접촉 경로를 파악하라는 내용이 전부일 뿐이러서 6월 7일 이전에 병원에 감기로 내원한 환자들이 메르스 확진자와 접촉했는지 여부는 환자도 모르고 의사도 알수가 없었습니다. 어제서야 비로소 각 병원에 환자 조회 시스템이 통보되어서 병원에 온 환자가 자가격리자인지 접촉자인지 이제 겨우 알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지금 확진자들 중에 반 이상이 격리대상이 아닌 환자들이라는게 문제입니다. 격리 중인 환자들에서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격리중이라 더 퍼질 염려가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일상 생활을 하던 환자들이라 질병이 일파만파 퍼질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어제 뉴스에서 봤듯이 확진받은 구급차 대원이 8일 동안 지하철 2호선, 3호선을 타고 다녔습니다. 지하철 2호선, 3호선을 타고 다녔던 분들은 현재 잠재적 감염원 노출자입니다.
환자 심폐소생술 중 감염된 간호사는 전신에 보호복에 고글과 방역용 마스크를 쓰고 있는 와중에도 감염되었습니다. 땀을 닦던 중에 감염이 되었을 거라더군요.
환자가 만진 지하철 손잡이, 환자가 기침하고 전화 통화 등을 할 때 뿜어져 나간 비말,
전부 노출되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저의 가정은 최악의 상황입니다.
환자가 당시 증상이 심하지 않았다면 바이러스 배출양이 적어서 감염의 위험이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방역이라는 건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더 넓게 잡아야 하는 거지, 따라가면서 막는게 아닙니다.
산불을 생각해 보십시오. 불이 난 곳이 넓지 않을 때 산불이 퍼진 곳보다 더 넓은 원을 거려 나무를 없애고 태웁니다. 계속 뒤따라 가기만 하면 결코 잡을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이 두 사람에게 감염시키고 그 두 사람이 각각 두사람만 감염시켜도 4명, 또 8명, 16명, 32명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다 쫒아갈 수 없습니다.
지금 정부의 상황이 이렇습니다.
지난주일에 백화점에 꼭 들러야 할 일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손님이 없습니다.
지금 저희 병원조차 환자가 없습니다. 병원도 망하겠습니다.
환자들이 아파도 병원을 찾지 않습니다.
살릴 수 있는 환자도 죽어갑니다.
이러다가 경제가 망하겠습니다.
지금 박대통령의 머리속에는 경제 밖에 없습니다.
맞습니다. 경제 정말 중요한데 경제가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면 메르스를 먼저 잡아야 합니다.
이 메르스가 장기화 된다명 경제는 결코 살아날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국민들에게 현 사태의 위험성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분들을 비롯해 발생 지역에 있는 모든 분들은 다닐 때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십시오. 버스와 지하철, 택시 등은 손잡이와 의자 등을 매일 방역해야 합니다.
승객 분들은 손잡이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거나 음식을 먹거나 하지 말아야 하며 반드시 손을 세정제로 1분간 씻어야 합니다. 당신이 만진 손잡이가 메르스 환자가 콧물을 훌쩍거린 손으로 만진 손잡이일 수 있습니다.
버스 기사 분들, 택시 기사 분들은 지속적으로 환기를 시켜야 하고 물론 마스크도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 택시 기사 협회에서 마스크 쓰지 말라는 공문이 내려왔다는데 택시 기사 한분이 확진자로 나온다면 수백명의 사람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아무도 택시 안 탑니다. 어떤 것이 이익인가 잘 따져보십시오.
저는 이렇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집에서만 빼고 하루종일 마스크 끼고 있습니다.
손수건 들고 다니면서 택시 손잡이, 엘리베이터 버튼 누릅니다. 손은 매 환자 진료를 보기전, 보기 후에 비누 세안 후 다시 알콜 소독젤 사용합니다. 제가 유난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제 자신과 저를 찾아오는 환자를 지키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마스크 없이 훌쩍 거리고 기침하는 사람들에게는 지적을 해서 스스로 마스크의 필요성을 알게해야 합니다. 대구 공무원의 황당한 작태를 보십시오. 본인 누나가 확진자이고 본인도 삼성 병원에 다녀왔으면서 설마 하면서 출근을 하고 목욕탕에 가고 얼마나 개념없는 일입니까? 이 분으로 인해 누군가가 감염되고 사망한다면 책임은 이 사람에게 있습니다.
나 혼자만 생각하지 말고 내게 발열이 있거나 기침이 있다면 특별한 접촉력이 없어도 내가 메르스 환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조심하십시오. 지금 실제로 접촉력을 파악할 수 없는 환자들도 상당수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통제권을 잃었다고 보여집니다.
정무가 못하면 시민이 해야 합니다. 다들 조심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