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는 아직 대학생 1학년이여서 그런지 일주일에 5번 이상은 새벽에 집에 들어가는 편이에요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카톡창을 보면 제가 나 잠와ㅠㅠ 라고 말한 후에 저도 모르게 잠들어버리고 답장도 없이 끊겨버린 대화창 뿐입니다. 그걸 보면 친구들과 만나면 내 생각은 1도 안나나? 섭섭하다가 얘는 지금 어디서 자고있는거지? 아직 밖에 있나? 친구 차 타고 바다라도 간건가? 멀리갔나? 자기 방에서 자고있는거겠지? 걱정도 되고 허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발 새벽에 집에 들어가면 집에 들어왔다는 카톡 1개만 남겨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그 부탁은 보란듯이 지켜지지 않았죠.
이 상태로 몇 주가 흐르고 최근에 방학이 시작된 후 거의 매일을 새벽에 들어갔고제 부탁 따윈 이미 공중분해되고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엔 진지하게 말했습니다.내가 어려운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집에 들어왔다는 카톡 1개만 남겨주면 되는건데 왜 못지켜주냐그랬더니 내가 왜그랬을까 진짜 어려운 부탁도 아닌데 미안해 이제 앞으로 3번 더 어기면 너가 원하는거 들어줄게 로 마무리가 됐습니다.
약속한 그 당일엔 나 집에 들어왔어ㅎㅎ 잘자 이런 식의 카톡이 왔었어요.하지만 바로 다음 날, 처음과 같아졌어요. 되게 허무했지만 남자친구의 미안 약속한 3번 중에 2번 남았네ㅠㅠ 라는 말로 흐지부지 넘어갔죠.저는 두 번이 남든 한 번이 남든 그 횟수가 중요한게 아닌데...걱정과 더불어 밀려오는 섭섭함과 허무함을 매번 혼자 감당하고 겪어야하며언제까지 부탁부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제가 힘든 건 안중에도 없나봅니다.
-첫번째 사건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중 잠금화면에남자친구 : 사진이라고 떴어요.
원체 사진같은건 안보내는 친군데 뭘까? 싶어서 봤어요.
대화 읽고나니 기분이 안좋더라구요.
머릿 속으로 퍼즐이 맞춰집니다.
페북을 보다가 누군가 좋아요를 눌러서 뉴스피드에 뜬 글을 보고선 캡쳐해서 나한테 보낸거다.
그럼 왜? 왜 나한테 보냈지?????? 삐딱해지더라구요.
나(A) : 지금 뭐 어쩌라고
내가 저 대화 속 여자랑 같단 말이가?
남친(B) : 아니 친구들이 좋아요 눌렀길래ㅎㅎ
A : 저걸 나한테 왜 보냈냐고
B : 뭘 그렇게 화를 내!
A : 저 사진 속 대화 자체가 피해자 코스프레 쩌는 것 같은데
굳이 나한테 보낸 이유가 뭐냐고
저 여자가 나란 말이다이가
B :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어! 그냥 보낸거야 그냥!
이런식의 대화가 주구장창 이어졌습니다.
끝까지 그냥 보낸거라고 하더라구요. 사람 어이없게 만들어 놓고선
제가 정곡을 찔렀던건지.. 그런 의도 아니라고 발뺌하며 '그냥' 보냈데요.
그리고 제가 왜 화를 내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간데요.
저 처럼 이전 일이 없던 커플이여도
남자친구가 아무 말없이 저 사진만 보낸다면
저걸 보낸 의도가 뭐지? 싸우자는건가? 저걸 보낸 자체가 저 여자가 나같다는거? 라고
충분히 생각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떠실지 궁금해요.
아무튼 첫번째 사건은 이렇게 끝이 났구요.
-두번째 사건
첫번째 일이 있고 난 후에 연락하기가 싫더라구요
싸우고 난 후에만 등장하는 과도한 친절함이 묻은 말투들.
밖에 날씨가 흐린데 우산은 챙겨갔어?
밥은 먹었구?
오늘 쫌 춥다 그치? 겉옷은 챙겨간거야? 감기걸리겠다 조심해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제 감정은
항상 싸우고 난 다음에만 나오는 저 착한 말투들이 지겨웠나봐요.
응. 응응. 우산있어. 단답식으로만 일관하고
공부하러가겠다고 카톡을 끊었더니
무슨 안 좋은 일 있냐고 묻더라구요
하... 본인이 제 감정에 스크래치 다 내놓고선.. 제가 뭘 어디서부터 다시 설명해야하는건가요?
지금 길게 카톡못해 라며 끊었어요.
아무튼 이 날 밤에 저는 집으로 돌아갔고 새벽 2시 쫌 넘어서 침대 위에 누웠습니다.
역시나 카톡이 없었어요.
제가 먼저 카톡이모티콘 중에 어피치가 눈흘기는걸 보냈더니
바로 답장이 왔어요.
ㅇㅇ야 빨리 나와 지금 C가 여기로 나와래~
C는 제 친구고, 여기는 우리동네였어요.
우리동네까지 왔는데 연락 한 통도 없다가 새벽 두시가 넘은 시각에 나와라니
C랑 만나는 건 괜찮아요 저랑도 친하고 남자친구랑도 친하고
또 저희 둘을 이어준 장본인이기도 하니까요
아무튼 이미 쌩얼인 저는 나가기 싫었고 전화도 무음이고 카톡도 무음이니
그냥 잤습니다.
다음 날 남자친구가 술술 말하더군요
1차에서(우리동네)
나랑 내 친구랑 C랑 막걸리 먹다가
2차가서(우리동네)
30분 먹다가 집 갔어 라고.
.....? 여기서 제가 화 날 포인트는 어디일까요..하
우리동네까지 왔는데 저한테 연락도 없었고
우리동네까지 온 이유가 절 만날려고가 아니라 제 친구였던거
제 친구랑 술 마실꺼면 미리 말을 해주지 아무런 말도 없었다
부를꺼면 처음부터 부르지 새벽 2시가 넘어서 절 부른거.
이 정도면 존재 자체가 빡침수준 아닌가요
이걸로 따졌어요
왜 우리동네 오는거면서 나한테 미리 연락안했냐
우리동네 거의 오지도 않으면서 기껏 온게 날 만나러 온게 아니라는 건 잘못된거 아니냐
술 먹는거면 미리 말 해주는게 여자친구를 위한 예의아니냐고
새벽 두시에 집 앞에 나와라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냐고
그랬더니 답변은
아 그래 내가 잘못했고 미안한데 니가 나한테 이전 일로 틱틱거리고 싫은티 팍팍냈잖아.
그렇게 싫은티내는 사람한테 내가 연락하면 뭐해.
그리고 내가 연락해봤자 자기 생각대로만 생각할 꺼 뻔한데.
내가 이전 일에서 말했지? 니는 니 맘대로 해석하고 생각한다고.
였습니다.
제가 그 캡쳐를 보고 한 생각들이 제 억지로 막무가내로 했던 생각이었던걸까요
그리고 싫은티 팍팍 냈던 제가 잘못인가요.
헤어짐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미 마음이 떠난거다 라고들 많이들 생각하시는데
저는 마음이 떠나고 안떠나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사소한 사건에서의 잡다한 감정소모를 저 혼자만 감당하고 있는 것 같아서 힘들어요.
어떡해야할까요.
이 연애를 그만두면 안되는건가요
아니면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건가요
그리고 각 사건들에서 어떤 점이 저를 헤어짐까지 생각하게 만들었던건가요...
도무지 갈피를 못잡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