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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빠구할아버지 이야기2

전선인간 |2004.01.09 14:50
조회 1,797 |추천 0

///보시는 분의 편의를 위해 hwp로도 파일을 올렸습니다.

 

 

빨간 신호등

‘이상하네 오늘은 안 걸리던 곳에서 신호가 걸리네. 좀 쉬면서 가라는 뜻인가보네’

할배는 붉은색으로 바뀌어진 교통 신호를 바라보며 천천히 오른쪽 포켓에서 담배를 한대 꺼내 문다.
문득 아침 출근 전 할머니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어제 저녁 죽은 할배의 아들과 폐병으로 남편이 죽은 지 일 주일 만에 3살난 상민이를 버리고 떠난 야속한 며느리가 할배 앞에 눈물을 흘리며 할배를 안더라는...
할머니의 꿈이야기, 그리고 오늘 조심하라는 할매의 불안한 이야기.

‘할망구도 아침부터 재수없는 소리를 해쌋더만 오늘 운수만 진짜 좋네’
할배는 애써 불안한 마음을 떨쳐 버리려는 듯 운전석 유리창을 연후 하늘을 향해 연방 하얀 담배연기를 뿜어댔다.



“저녁 6시 현재 도로 교통상황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지이익..
도로 교통상황은 현재 원활한 편이며 7시 이후 시간당 30ml 의 폭우가 예상되니 모든 운전자 분들은 감속서행 하시어 안전운전을 하시길 바랍니다. 지이익...

프린스 택시의 라디오에서 6시 교통방송이 시작되고 있다.

할배의 얼굴은 지금 미소로 완연하다.
그도 그럴것이....할배의 택시 운전 10년 동안 오늘 같은 날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아침 서울손님부터 시작해서 지금 시간까지 대부분의 손님이 거스름돈을 받아가지 않아 짭짤한 부수입이 생긴 것은 물론 저녁 6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
벌써 회사의 사납금을 다 채웠기때문이다. 평상시엔 저녁12시가 넘어도 어려운 일이었는데....

‘그래 오늘은 비도 온다구 하니까 일찍 들어갈까. 어디 오늘 수입도 괜찮으니 우리 손주 장난감이랑 케익이나 하나 사줘야겠다.’

“어 김씨 할배요 벌써 오는교?”
“아예 사장님 오늘은 사납금이 좀 일찍 채워지가지구예”
“와이구메! 할배 오늘 진짜 운수 좋네. 참 할배요 오늘 저 차 타고 마 집에 가소. 교대하는 장씨가 오늘 아프다고 못나온다카네. 지금 하늘도 보니까 비도 올라는데..마 저차타고 내일 바로 출근하소”
“사장님 그래도 되겠음니꺼 고맙습니데이”

하늘은 점점 얼굴색을 흐리고 뚝뚝 한방울 씩 비를 흘러 내리고 있었다.
‘어디보자 이게 메가폰브이인가. 메간두 브이인가 맞나? 이제 그람 상민이 좋아하는
초콜렛 케익이나 하나 사면 되것네‘

김씨 할배는 차를 사거리 빵집 앞에 세워둔 후 케익을 사기위해 빵집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쏴아악...쏴아악”
김씨 할배의 프린스 차량 본네트 위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하고 할배는 서둘러 시동을 건후 출발을 한다.

비때문인지...아니면 아직 채 정비되지않은 도로때문 인지 할배의 노란색 택시는 그다지 매끄럽지 못하게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쏴아악..쏴아악”

“아따 그놈의 비 징글맞게도 오네! 어서 일찍 들어가서 뜨뜻한 구들장에나 누워서 할마시보고 감자나 삶아 달라 해야것다. 오늘 일찍 끝나서 디게 좋네, 여러모로 운수만 좋은 날이구만 참나 할마시도...”
와이퍼로 연신 차위에 떨어지는 빗물을 힘겹게 닦아내며 할배는 동네 놀이터 골목으로 좌회전을 했다.

비 때문인지..택시는 약간 미끌어 지고 ‘툭’하고 보조운전석에 세워둔 메칸더브이와 케익이 좌석 밑으로 떨어졌다.

김씨 할배는 한손은 운전대를 잡은 체로 천천히 허리를 숙여 메칸더 브이와 케익을 다시 보조석에 올려두었다.

그 순간..


“쾅”


무언가 차량 앞쪽에 부딪히는 소리...그리고 느낌..

“쏴아악..쏴아악..”
비는 계속 쏟아져 내리고 김씨 할배는 서둘러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익..”

‘머지! 머야? 지금 내 택시 앞에 부딪힌 게 머지? 상자.....물건....
개...아님 고양이.....     아니면... 아니 그건 아닐꺼야... 그래 그건 절대 아니야.‘

김씨 할배는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한 후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백밀러를 쳐다보았다.

비 때문인지 아님 어두워진 날 때문인지 쓰러진 물체를 정확히 볼 수 없었다.
운전석의 창문을 팔 하나가 빠져 나갈 정도로 연 후 김씨 할배는 백밀러의 빗물을 손으로 훔쳐내었다.
백밀러가 아닌 고개를 창문 밖으로 내어 쳐다볼 수 있는 거리였지만 김씨 할배는 무언가가두려운 듯 백밀러를 통해 쓰러진 물체를 쳐다 보았다.

‘사람! 사람이다. 치어진 저건..분명...사람이다.
더군다나 아직 바닥에 쓰러져서 조금씩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일어나려하고 있지 않은가? 어서 어서 나가서 병원으로 데려가야겠다. 그런데...‘

할배는 순간 운전석에 다시금 머리를 파묻었다.
할배의 머릿속엔 여러 생각들이 영화의 필름처럼 지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내가 지금 만약 사람을 치어서 사고를 내었다면.... 내일 나오는 개인택시 면허증은 어떻게 되지? 아니 개인택시 면허증이 아니라 내가 잘못해서 감옥에라도 가면 우리 할마시, 우리 상민이는 어떻게 살아가지...오늘은 이렇게 우리 상민이 줄려고 케잌도 샀는데..상민이 줄려고 메칸두 브이도 샀는데............ 그랬는데....’

순간 기어를 잡은 김씨 할 배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아침까지만해도 잘 움직였던 변속기어는 무언가에 끊임없이 대항하듯 뻑뻑해져 있다.

“치이익 턱”
김씨할배의 노란 프린스 택시의 기어는 다시는 돌아올후 없는 후진 방향으로 결국 놓여져버렸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처럼....

‘그래 지금은 장대같은 빗속, 그리고 저녁이다. 정말 내 정말 저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 세식구 살아야 한다. 하나밖에 없는 우리 귀한 손주 내 어찌되었든 이쁘게 키워야 저승에 간 아들에게 면목이 선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합니다. 그런데 우리 세식구를 위해서 마 죽어주이소”

운전대를 잡은 김씨 할배는 혈관이 튀어나올듯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사람을 향해 세차게 후진을 하고 있었다.

“퍽..! ........텅..텅..”
자동차의 후면에 치여진 사람은 다시금 땅바닥에 떨어지고 이내 완전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김씨 할배는 미친 듯이 택시를 몰았다. 그리고 끊임없이 주문처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내 이 죄는 상민이 다 키우고 저기 가서 정말 정말로 속죄할께예 그럴께예...“






“왜 왜 이리 창백한교? 몸은 왜 이리 떠는교? 당신 오늘 무슨 일 있었는예? 꿈자리가 안좋더만”
오한에 걸린 사람처럼  덜덜 떨고 있는 할배를 향해 할매가 묻는다.

“아이..아이다. 아이다. 아이다. 진짜로 ...내 그냥..조금... 상민이는 우리 손주는 어딨노 내 여기 초코케잌이랑 장난감 사왔다 아이가 오늘 진짜로 운수가 좋았거든..그랬거든...”
할배는 바람을 맞는 나뭇가지마냥 떨리는 손을 보면서도 손주에게 줄 선물을 놓치않기 위해 끊임없이 마지막 힘을 손아귀로 몰아넣고 있었다.

“상민이예? 아까 당신 온다구. 할배 비맞는다고 우산들고 놀이터에 당신 기다리로 갔는데예 우리 상민이 다 컸지예 할배 챙길줄도 알고...”

“머....머라고...놀이터에 상민이가!!!”

꽉진 할배의 손 결국 힘이 풀리고 초코케잌과 장난감 로봇이 땅에 떨어졌다. 할배는 황급히 케잌을 밟고선 택시를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놀이터로 세차게 몰고 갔다.

‘아니..아닐거야 상민이는 절대...아닐꺼야..그래 저 썩을 넘은 할마시가 아침부터 꿈자리 이야기 하고 지랄을 떨더만...그래도 그래도 설마 상민이는 아닐꺼야..내가 오늘 운수가 얼마나 좋았는데..운수가 얼마나 좋았는데..’

할배는 불길한 생각을 지우려는 듯 끊임없이 아니라는 말을 되풀이 하고 있을 뿐이었다.

빗속을 뚫고 들어온 택시의 헤드라이트가 놀이터 바닥을 비추고 있었고 거기엔 너무나 작은 한 소년이 피를 뿜어낸 체 식어가고 있었다.

“상민아.....상민아...아니야..상민아...상민아..”

할배는 이내 자신이 치은 사람이 자신이 다시 후진까지 하면 치여버린 사람이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하던 손주인걸 깨닫고
정신나간 사람이 되어 손주를 등에 엎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병원을 찾아 뛰어가고 있었다.
차로가는게 더 빠른걸 알면서도 시트에 앉히는 동안 손주의 체온이 식을까봐 그렇게 손주가 자신도 모른체 떠나갈까봐

할배는 울면서 외치면서 빗속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상민아..안돼 안돼..상민아..”
꿈틀...
순간 등에 엎은 상민이가 잠시 몸을 움직이며..그 작은 피투성이가 된 손을 할배의 등에 올렸다.
“할배...”
“응...상민아..좀만 좀만 참아라 상민아...할배가 잘못했다. 할배가 잘못했다. 상민아 할배가 잘못했다...”
“할배.....할배 등.....참말로 따시다....”
상민은 가볍게 할배의 등을 어루만지다. 이내 차가워진 빗물에 조그만 그의 체온을 전부 뺏았겨 버렸다.
“상민아..아.......!!”

할배의 울음이 내리는 빗물속에 묻히고
저멀리서 보이는 노란 택시의 두 헤드라이트 눈은 빗물때문인지 끊임없는 눈물을 바닥으로 흘려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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