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남편하고 강가를 걸었는데 바람이 너무 시원하고
좋더라고요 여름더위가 한풀꺾인것같았습니다
문득 이게 행복이구나 싶은데
이 모든게 제 옆을 함께 걸어주는 남편때문이라는 생각이들었습니다
3~4년전만해도 하루하루 죽지못해 살던 저였습니다
제게 이런 날이 오다니
그때 죽지못한게 참으로 다행이라 느껴집니다
결혼한지는 만 일년차
지금 제 뱃속에 아기는 9개월
이제는 눈만뜨면 죽어야지라는 생각은 안드네요
오히려 남들못지않게 살고싶은 욕심이 생겨요
아줌마가 다 됐죠 형편에 되지도 않는 좋은집 좋은동네
욕심이 생기고 내자식낳으면 빨리돈벌어서 꿀리지않게 해주고싶다는 생각이드니까요
제가 생각해도 참 웃긴데요 몇년전만해도 진심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던 저였습니다
저희 친정부모님은 원래부터 사이가 안좋으셨는데
아버지의 외도와 폭력이 잦았고
어머니는 제가 중학생이되던 무렵부터 알콜에 의존하기시작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가대학교다닐때는 우울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하셨어요
아버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되지않아 새엄마를 4번이나 갈아치우며 저와 제 동생을 질리게 했죠
저의 주변환경요인은 간략히 요약하면 이 정도입니다
저는 비록 화목하지는 않으나 공부를 곧잘한다는이유로
부모님의 기대와 주목을 받으며 밖에서는 행복하고잘난아이로 잘포장하고 살아왔었죠
어머니가 돌아가신후부터 새엄마들이 몇번 바뀌고 난 뒤 아버지가 모아놓은 돈마저 줄어들었고 저도 고시에 몇년간 실패하고 상황이 점점더 안좋아졌습니다
이때가 20대 중반
저는 매일 눈뜨면
살아갈 이유보다는 죽을 이유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아주어려서 6살이었나
동네 모르는 성인남자에게 성폭행당했던 일
그간 묻어두고 살았던 그기억마저 꺼내서
내인생을 저주하며 불쌍한 내자신을 스스로죽여갔습니다
먼저간 엄마를 따라갈 궁리만했던저였는데
동시에 두렵기도했습니다
엄마가 우울증으로 가셨기때문에
그때 내 상태가 우울증이라는것은 너무나 잘알고있었습니다
죽을이유를 매일 찾으면서도
죽지않기위해 병원치료와 심리상담을 받기로하고
자살예방센터에 등록하여 주기적인 관리를 받았습니다
고맙게도 고등학교때 친구가 자기집에 함께살자고 하며
밥도챙겨주고 제가 괜찮아질때까지몇달간을 함께있어주기도 했습니다
여러사람의 도움으로 다시 평범한
20대여자로 돌아오기까지 일년정도시간이흘렀습니다
이전보다 눈을낮춰
직장도잡고 친구네서 나와 혼자 살면서
지방사람의 고단한 서울살이가 시작되었습니다
평범한 듯 멀쩡한 듯
직장도잘다녔고 사람도 다시 만나긴했지만
솔직히 사람들만나서 깊이 친해지는게두렵고
죽지않기로했으니까 사는거지
사는 낙이 딱히 없었습니다
설명절연휴에 아버지를보고싶지않아
고향에 가지않기로 결정을한 저는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게 싫고 무서워서
동생과 어린시절 즐겼던 온라인게임 계정을
일주일끊어서 게임을 즐겨보기로했습니다
게임상에서 알게 된 동갑남자애가 있었는데
평소 말투에서 참 착하고 특별하다는 인상을받았는데
그애가 서울에 올라와서 다른 유저들을 만난다기에
급하게 택시를 타고 저도 그장소에 나갔습니다
회사 집 회사 집
심심하게 살아온 저였는데 그날 똘끼있게 오프라인
모임에 나간건 참 잘한일인것같습니다
결과적으로 게임상의 동갑내기 남자애는
지금의 남편이자 우리아이의 아빠가 되는 사람이되었습니다
제 남편은
제가 말투에서 느꼈듯이
또래와달리 평범하지만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저처럼 사연이많다면 많은 사람
다른점이 있다면 저보다 긍정적이고 사랑많이받고자란 사람이었습니다
저희는 가진것도없지만
빨리함께하고싶었습니다
연애6개월만에 서울생활을정리하고
남편이있는 지방에내려왔습니다
둘다 양쪽집에 사연이 좀 있는지라 결혼식은 생략하고
혼인신고만 하고 보증금 1000에 월세35 집에서
살림을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저와 연애하면서부터
제대로 된 직장을잡기위해 공부를 시작했는데
서서히게임을줄여가더니 저와합쳐살무렵부턴
완전히게임을 끊고 일이끝나면 자격증공부를 했습니다
타지에 내려와서 바로 직장을구하지못한저는
알바를 몇달간했고 곧 임신을 한뒤로는 지금까지 남편혼자 외벌이상태입니다
남편도저도 아무것도없이 시작한지라
남들과비교하면 끝도없을겁니다
동네수준에비해
남편이벌어다주는 수입이 적은것이 사실입니다
집도없지만 차도없고 모아둔 돈조차 초기 살림장만에 다쓰고 제로에서 시작해야했습니다
일년이지난지금
상황은 비슷합니다
남편외벌이로 생활하긴 빠듯합니다
곧 태어날 아기와 저의 산후조리비용때문에
8월초 5일간의 휴가때
남편은 하루도 쉬지않고 일당을 받으며 일을 하러나갔습니다
실은 7월부터 주말을 반납하고 일하러나갔습니다
남편이 한달만에야 지난주주말 쉬게되었는데(일을 구하다구하다 못구해서 어쩔수없이)
부족한 저는
함께시간을 보내자고보채며 오래간만에 쉬는 남편에게 투정을 부렸습니다
급기야는 울고말았는데
그런 저에게 남편이 말하길
원래 여리고 잘우울해지는거 알았지만
결혼후에도 내앞에서 자꾸 울면 내가뭐가되냐
내가 너한테못해주는게많아서 미안하다
자기를 너무비참하게하지말라고 하더군요
남들과 비교하면서 자기연민에 빠지지말라고하면서요
그때 투정부리며 눈물을 보인건
자기연민도 아니고 슬프고 우울해서가 아니었어요
제대로 쉬지도 못했던 남편이 안쓰럽고 속상함과 동시에
만삭의 불편한 몸을 하고있어도 남편이 너무좋아서
계속붙어있고싶고 함께하고싶은데
그냥 혼자 쉴시간도 주어야하니까 저로서도 속이 상한것이죠
그러고 화요일저녁
저녁먹고나피곤할텐데 산책나가자며 저를데리고 강가를 함께 걸어주었어요
죽지않길 다행입니다
저는 점점더 욕심이 나네요
이사람과 내뱃속의 아이와 더행복하게 보란듯이 잘살아보고자하는 욕심이요
집에오자마자 다리 근육통을 호소하며 잠이들어버린 남편 다리를 주물러 주다가 네이트판에 글을 써보기로합니다
길고 지루하고 우울하기까지한 이런 사연을 몇분이나 읽어주실까 싶지만 제 남편이 판을 자주 보고 판에 재미있는 사연올라오면 저한테 얘기를 곧잘해주던게 기억이 나서 저도 써봅니다ㅎ
제 남편이 이 글을 볼 확률은 거의없겠지만
만약에 볼수있다면 이 말 꼭 하고 싶네요
진정으로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요♡
더불어 생각해보니
제게손내밀어준 많은 이들이 떠오릅니다
그들이정말복받길바래요 너무감사하네요
지금까지 살아있게해주어서 고맙습니다
혹시 누군가가 이밤에 잠못들어힘들어하고
있지는 않나요, 내일아침 눈뜨기가두렵고 살아갈 이유가없다고 생각한다면 도움을청하시라고 말씀드리고싶어요
당신도 행복해질수 있으니 욕심을 내시라고요
죽을이유가 아무리많아도
살아갈이유가 당장에없더라도 죽으면안됩니다
지금죽기엔 너무억울하잖아요
당신의 잘못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