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이별의 끝

안녕. 잘지내?

 

어떡하지 나. 막상 쓰려고 하니 너한테 이렇게 인사를 건네는 것도, 글을 적어내려 가는 게 잘 하고 있는 건가도 싶어.

 

심심하면 들어가는 페이스북에서 시간 떼울 겸 동영상이나 사진들을 보기도, 그 중 여러 사람들이 올려둔 판을 읽기도 했어.

많은 사연 가운데 마음 아픈 사연들, 안타까운 사연들이 참 많더라.

내가 대부분 읽은 판이 이별 후의 이야기여서 그랬나봐.

사실 그 글들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너가 많이 궁금하고 걱정 됐어.

갑작스럽게 이별을 고한 나로 인해 많이 힘들진 않았는지, 아니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이니 더 걱정되고 궁금했던 것 같아.

 

사실 나 너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고하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널 많이 미워하고 원망했어.

또 한편으로는 헤어지길 잘했다고 생각했어. 헤어지고 니가 많이 아파하고 힘들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우리를 사랑해준 사람들에게, 우리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말했어.

 

너랑 헤어지고

못 만나던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집에서 가족들이랑 있는 시간들도 많아졌어.

쉬는 날엔 대부분 외박하고 널 만나러 가야 했는데, 그럴 일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내 시간이 생기더라.

가장 좋았어. 널 위해 맞추는 시간이 아니라 나에게 온전히 맞출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게.

 

너랑 헤어지고 보니 새로운 사람들을 알아가고 사귀는 게 참 좋았고 나를 존중해주는 사람도 많다는 걸 알게 됐어.

또 데이트비용을 안내도 되니 돈 없어 전전긍긍 안 해도 되더라.

학생신분일 때 널 만나 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에게 꾸고, 거짓말 해가며 널 만났는데 헤어지고 나니, 아르바이트도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게 되었고, 거짓말 하면서 가족들에게 돈을 꿀 일이 없어졌어.

별 건 아니지만, 나에게 떳떳해질 수 있는 시간들이었어.

 

헤어지고 니 SNS 계정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서 "많이 힘들구나, 있을 때 잘하지." 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

나는 3년가까이 널 만나면서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 했고 그렇기 때문에 헤어진 뒤 후회가 없다고 생각했어. 넌 나에게 잘해주지 못했다는 미련과 아쉬움이 남아 이제와서야 후회한다고 생각했어. 

 

 

그러다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갔다.

너는 날 그리워했고, 기다렸고, 많이 힘들어 했고, 많이 상처 받았고

내가 헤어지는 걸 원했기 때문에 일방적인 통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지.

새로운 사람을 만나 잘 지내는 내 모습을 보면서 진심으로 행복을 빌어줬고.

 

근데 반면에 나는 왜 부정만 했는지, 기억과 추억을 왜 나에게 유리한 입장으로만 왜곡시켰는지, 왜 가장 힘들었던 사람마냥 모든 상처 다 짊어지고 가는 척 했는지 모르겠다.

 

 

사귀면서 헤어질 때까지 나눴던 대화들이 어느정도 보관되어 있길래 이제와 발견하고 나서 몇 번이고 읽어봤어.

참 모질었었어. 미안해.

 

2년5개월이라는 시간을 함께 했고, 벌써 너랑 헤어진 지도 횟수로 2년이 다 되어가.

 

있잖아. 이 글을 이 곳에 쓰는 게 아무런 효과가 없을 거라는 거 잘 알아.

분명 쓰고나서 후회도 할거야. 그렇지만

늦었지만, 안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너에게 한번쯤은 말해주고 싶었어.

너에게 닿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나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다고. 내 걱정은 하지 말라고.

니가 내 행복을 빌어준 만큼, 덕분에 너무 잘 지내고 있다고.

널 만날 때 나는 너무나도 어렸고, 사고 또한 미성숙했고, 갖춰진 이성보다는 자라지 못한 감정들로 가득해서 너에게 본의 아니게, 또는 너무 악질적으로 상처를 준 것 같다고. 그래서 너무 미안하다고. 무소식이 희소식인 만큼 잘 지내주기를 바란다고. 나도 니 행복을 빌어준다고.

주변사람들에게도 너무 미안하고,  잘 지내고 있길 바란다고.  

 

그냥 행복했음 좋겠다. 건강하고, 심적으로도 건강하고.

날 온전히 좋아해줬기 때문에, 그래서 더 많이 불안했을 텐데.

마지막에 날 위해 배려해주고 놓아주어서 고맙고 놓게끔 해서 미안해. 

그래도 너 덕분에 이만큼의 사람이 될 수 있었고, 이만큼의 시간들을 지나, 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 같아.

 

많은 시간들과 상황 속에서 굳건하게 내 옆을 지켜줘서 고마워.

많은 감정선에서, 많은 추억 곳곳 속에서 너는 언제나 나와 함께 해준 친구고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어.

어렸을 때부터 내가 자라온 시간들과 과정들을 니가 알기에, 함께 해줬기에 남자친구라는 존재보다 더 큰 사람이기에. 자랑도 하고 싶고, 위로도 받고 싶고. 니가 해주는 따끔한 말들도, 속상해 하는 나에게 해주던 욕도 그립고. 위축되어있을 때마다 너스레 애교를 떨면서 날 웃겨주던.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참 많았어. 너에게 듣고 싶은 말들도 참 많았어.

 

 

네게 남은 미련이라고 하기보다, 이제서야 헤어짐을 실감해.

마지막으로 고마웠고, 너와 나 사이에서 너에게 너무 나빴던 나를

우리 사이에서 너무 모질고 매정했던 나를

두고두고 이제는 니가 날 미워하고 원망해줘.

 

 

왠지 12월과 2월 니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랄게.

추천수3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