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년전 제가 20대 중반에 국비지원으로 프로그램수료 과정을 등록해 다니고있을때입니다.
한반에 수강생수20명이었고 여자는 저 포함 3명, 수강생 평균연령은 27,8세 정도였던것으로 기억합니다.
5개월 수료과정중 마지막 2개월을 가르쳤던 강사가 저에게 은근한 스킨쉽을 자주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앉은 옆자리를 지나가면서 필기하고있는 제손에 자기손을 슥 스치는 정도로 시작해서 화이트보드에 문제 답을 적고있는 제 뒤를 밀착해지나가면서 손으로 엉덩이를 훑고...
이때는 제가 답을 적다 말고 놀래서 인상을쓰며 그 강사를 쳐다봤습니다. 그랬더니 미안하다는 제스춰였는지 두 손바닥을 저에게 보이며, 마치 진정하라는듯이... 알수없는 표정을 짓더라구요...
제가 서있던 자리와 학생들 사이에 교탁이 있었는데 굳이 저와 그 교탁사이를 지나가면서 만지는겁니다.
기분이 너무나빠서 마카를 던지듯 놓고 자리로 돌아와 앉았습니다. 옆자리 친구가 왜그러냐고 물어서 강사가 엉덩이를 만졌다고 하니 한숨을 쉬며 어쩔 줄 몰라하더군요.
그때는 당췌 정말 실수인지 제가 오바하는건지, 아니면 추행을 당한건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제가 바보 같이 가만히 있으니 옆자리 친구는 남자인 자신이 나서기도 좀 그랬는지 그저 저에게 기분풀라고 같이 욕해주고 위로해주었습니다.
그 이후로 고맙게도 옆자리 친구가 통로쪽에 앉아있던 저와 자리를 바꿔줘서 제가 안쪽자리에 앉게되어 그 강사가 저한테 접근 하기 어렵게 만들어줬었는데 그 이후에도 기어코 좁은틈을 비집고 들어와 어깨에 손을 스치거나 하더라구요... 징글징글하네요 진짜...
어쨌든 그런 비슷한일들이 반복되니 저도 참을수가없어서 하루는 제 손을 툭툭건드리면 말을 걸길래 "때리지마세요" 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장난스럽게 "이게 뭘 때린거야~?"라며 웃더라구요. 그래서 좀더 큰소리로 "그럼 만지지마세요!" 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랬더니 본인도 민망했는지 자릴 피하더라구요.
저로서는 그것이 제 확실한 의사표현이었고 앞으로는 조심하겠구나 생각해는데 왠걸...
그날인지 그 이튿날인지 확실히 기억은 안나지만 수업내요중에 정리할게있어서 저와 옆자리 친구만 교실에 남아있었습니다.
그 강사가 교시로 들어오더니 제 옆자리 친구에게 집에 안가구뭐하냐며 말을 걸면서 친구옆에 있는 의자에 잠시 앉아있더니 일어나면서 제 어깨에서부터 팔꿈치까지를 손으로 쥐듯이 잡아 아래로 쓸고는 나가버렸습니다.
근데 정말 찰나의 순간이어서 어떤 반응도 못하고 굳어있었는데 아직도 그 순간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정말 1초도 안되는 짧은 순간이었는데 그 기억을 떠올리면 너무너무 길게 슬로우모션처럼 길게 느껴집니다.
그 강사를 불러세워서 뭐하는짓이냐고 따져물어야했었지만 정말 온몸이 굳어서 움직일수도 없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소심한편도 아닌데 그땐 왜그랬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되네요...
정말 눈물이 나서 잠깐 앉아서 진정하고, 바로 짐챙겨서 교실나오는데 옆자리 친구가 보기에 제가 이상했지는 왜그러냐고 물어보는데 대답도 제대로 못하고 나와버렸습니다.
그길로 바로 총장실가서(아마 그때 그학원장을 총장이라고 불렀던것같네요) 총장과 면담을 했습니다.
강사에게 제가 이런일을 당하고 있으니 처리 바란다구요. 총장은 잘 알겠다며 자신이 알아서 잘처리할테니 집으로 돌아가 보라고 하더구요.
집으로 가면서 남자친구에게(지금 신랑입니다) 전화로 얘기하니 왜 그자리에서 강사에게 따지지않았냐며 화를 내더라구요... 그걸가지고 싸웠습니다ㅜㅜ 당시 남친은 대학생이었는데 같이 수업듣는 누나들에게 물어보니 하나같이 그자리에선 누구나 돌이 될수밖에 없다고 대답을 들었다며 나중에 사과받고 화해했습니다.
그렇게 훈훈하게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다음날 진짜 판타스틱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성추행강사가 아침에 교실에 들어오더니 저에게 자신이 언제 저를 만졌느냐며 총장에게 없는 얘기를 해서 자신이 망신을 당했다는겁니다.
총장이 자신만 빼고 오전회의를 소집했는데 거기모인 강사들에게 어제 불미스러운일이 일어났으니 학생들에게 조심히 대하라는 공지를 전했다고합니다.
그 자리에 자신만 없었으니 당연히 다들 자신이 그랬다고 생각할것 아니냐며 저더러 강사들을 모아서 제가 거짓말을 한것이니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라는겁니다. ㅎㅎㅎㅎㅎ
너무 황당한 요구에 다들 어이가 없어서 피식피식 웃었는데 제일 앞자리 앉은 학생한명에게
"너 내가 쟤 엉덩이 만지는거 봤어?" 라고 묻는겁니다.
학생은 자긴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돌렸는데 학생들 전체를 향해 한번더 저 문장을 말하더군요.
그래서 제 옆자리 친구가 말했습니다.
자신이 본건 아니지만 그날 어떤상황인지는 기억하고있다.
라고 얘기하니 본것도 아니면서 왜 끼어드냐는 식으로 말을 잘랐고 친구는 막무가내인 강사의 행동을 보고 화가났는지 그동안에 자신이 본거 생각한걸 다 얘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주위에 다른 학생들도 자신들도 그렇게 느꼈다며 하나둘씩 나서자 강사는 저에게 지금 당장 강사들을 모아서 해명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오전내내 수업은 하지않고 학생들과 입씨름을 벌였습니다.
참다못한 학생한명이 총장님을 모셔오려고 총장실로갔는데 총장님이 수업이있다며 수업이 끝나면 가보겠다고 하고는 그날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학생들은 그 해명은 총장님에게 요구해야지 저에게 강요할건 아니라고 이제 그만하고 수업좀하자고 했지만 자신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끝까지 저에게 해명을 요구하였습니다.
없는얘기한것도 아니고 제가 왜 그렇게 까지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그냥 여기까지하시고 수업하시면 저도 그냥 없었던일로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잠시 저한테 나가있으라고 하더라구요.
핸드폰만 챙겨서 교실 밖으로 나와서 남자친구에게 전화했습니다. 상황을 얘기하니 경찰서에 가자며 한시간정도 뒤에 학원으로 찾아왔습니다.
교실로 들어가니 강사는 없고 몇몇 학생들만 자리에 있었는데 가방을 챙기고 나가려고하니 옆자리 친구가 어디가냐고 묻습니다. 경찰서 간다고 고소해야겠다고 했더니 친구가 그래그래 하는 표정을 짓더구요... 제가 나간뒤에 무슨진상을 더부렸는지...
근데 웃긴게... 제가 경찰서 간다고 하니 같이 수업받던 여자 동생이 자기가 같이 로비까지 내려가주겠다며 따라오는겁니다. 그러면서 로비 내려와서 하는말이....
여자의 적은 여자라더니...
언니 진짜 경찰서 갈거냐고. 언니가 경찰서 가서 고소하면 00이랑 xx이 (같이 수업받던 남자아이들중 강사에게 제 쉴드 쳐주던 ) 수업일수 모자르는데 강사가 그거 곧이곧대로 체크해서 수료 못하게 하면 어쩔거냐고...
아마도 이 사단이 일어나기전에 수업일수 모자르는 부분은 강사가 커버해주기로 약속했었나 봅니다.
그걸 옆에서 듣고있던 제 남자친구가 그여자애를 훑어보더니 절 데리고 나가더라구요. ㅂㅅ같이 저는 또 그자리에 서서 그걸 다 듣고 고민을 하고 있었네요...
그렇게 드디어 경찰서에가서 여경에게 상황설명을 하고 고소할 의사를 밝혔는데 .... 저를 설득하더이다....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라고 한건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본인도 반성하고 있을 테니 기회를 한번 줘보라고. 내일 학원에 갔는데도 계속 같은 식으로 나오면 그때가서 고소하는게 어떻겠냐고... 남은 수업도 계속 들어야 수료도 하지않겠냐고하는데... 전 이부분이 제일 후회가 됩니다... 복잡하게 시끄러워 지는게 싫어서 수긍하고 나왔지만...
다 필요없고 고소를 했었어야했는데...
[지금 내가 신고를 안하면 이 범인은 다음번에도 초범이다]
라는 말을 방금 어떤 커뮤니티에서 보는데 갑자기 그 강사가 떠올라서 길게 끄적여봤습니다.
다음날 학원 가니까 다른소리 안하고 수업하더라구요.
수업종료하는날에는 강사가 학생들에게 다들 수고 많았다며 종강인사를 하는데 아무도 대답없고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나가더라구요.
그냥 인생의 흑역사로 남기기에는 후회가 너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