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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할머니와 아이 그리고 나

행복한고생길 |2015.11.05 23:23
조회 30,764 |추천 22
이렇게 많은 댓글은 상상도 못했어요. 혼자서 계속 고민하다가 떠나기 전날 올린 글인데 정성껏 답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쓴소리 해주신 분들, 아직 둘째가 태어나기전이라 첫째둘째 차별은 잘 모르겠지만 꼭 첫째위주로 잘 키워볼께요~ 오늘 집정리 대충 끝내고 딸애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설겆이하고 이 시간에야 댓글 확인했네요. 여러 조언들 너무 고맙습니다.

후기라 할것도 없네요. 전 오늘 딸애 데리고 지방에 내려왔어요.일단 한달만 있으면서 아이와 친해지려구요~ 출산전 이 몇달이 첫째와 1:1로 친해질수 있는 마지막기회인것 같아 포기할수가 없었어요. 어쩌면 결혼전부터 아동심리학, 애착형성 이런것을 너무 많이 찾아봐서 오히려 독이 된듯 합니다.

그리고 글에서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는데 .. 사실 남편은 애기가 8개월 될 때까지 계속 시험준비생이어서 제가 일을 안하고는 안될 상황이었어요.직장에서 눈치가 보일법도 했지만 14개월때까지 매일 아침 출근할때 보냉백에 아이스팩과 젖병을 함께 넣어 갖고 다니며 유축을 해서 먹였고 밤에 잘땐 아이를 꼭 끌어안고 밤중수유를 했어요.

그러다가 둘째가 생기고 유산위험이 있다는 소견을 받자 어쩔수 없이 모유를 끊게 되었고 그때부터 아이는 저와 안자려 하더라구요. 그후 얼마 안지나 절박유산으로 한달간 입원해있다가 퇴원하니 딸애는 이미 저한테서 멀어져있었어요. 남편은 그사이 취직하여 지방에 내려가있었구요. 아이한테 엄마나 아빠는 한번 가면 오랫동안 안오는 사람으로 낙인찍힌것 같고 그래서 변함없이 옆을 지켜주는 할머니만 바라보게 된것 같아요.

평소엔 할머니가 대식구 뒷바라지에 제 딸애까지 돌보고계셔서 제가 쉬는 날만이라도 편하시라고 틈나는대로 집안일을 해왔어요. 특히 주말엔 모든 식구들이 다 집에 있어서 하루세끼에 차+과일+간식을 두번 준비하고 설겆이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빨래개다 보면 아이하고 거의 놀아주지 못했어요. 둘째 유산끼에 계속 출혈하면서도 출근은 주6일 다하고 딱 하루 쉬는 일요일조차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엉덩이 한번 못붙이고 집안일하고 다음날 또 출근해야만 했구요.저뿐 아니라 모든 직장맘들 다 아이와 떨어져야만 할 사정이 있겠죠..

저 역시도 맞벌이부부 막내딸로 태어나서인지 아직까지 '나 간다'는 말이 그렇게 싫더라구요. 아마 매일 떠나는 엄마가 은연중에 상처가 되었겠죠. 사춘기도 꼬박 6년이나 와서 너무 힘들었는데 엄마한테는 아예 도움을 구하기는커녕 대화자체를 안하려고 했어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고 정상이라고 생각될 무렵은 제가 온전히 독립하여 혼자 생활할 때부터였어요. 제 딸애가 할머니를 찾는다는건 분명히 제가 잘못해서인데 딸애도 저처럼 살면서 그늘이 남을까봐 걱정이 되었고 그걸 지금이라도 바로잡아 애 앞으로의 삶에 그림자가 없게 해주고싶은 마음이 컸어요.

물론 딸아이의 엄마가 되어서 저자신조차도 제가 아이 엄마 같지 않은 상황, 제가 자신없으면 딸도 그런 저를 믿고 따르지 못하겠죠.. 일단 크게 용기를 내어 이 시간들을 가져 저자신이 먼저 저를 딸애의 엄마라고 인정하는것이 제일 중요한것 같아요. 그리고나서 둘째를 낳아야만 댓글에서의 무늬만 엄마인 엄마가 아닌, 성숙된 엄마가 될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할머니한테는 항상 고맙다는 생각뿐이에요. 시어머니지만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해요. 식구들 챙기느라 정작 본인건강은 뒷전이셔서 식사때마다 고기계란생선을 드시나 안드시나 감시할 정도에요. 마음이 아픈건 질투보다도 제자신이 초라해서였겠죠...

둘째 낳으면 어떻게 키워야 할지 지금도 계속 열심히 공부중에 있어요. 두 아이 모두 행복하게 해주고싶어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여러분의 염려에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 드립니다.





20개월 아이 키우면서 임신 6개월인 엄마입니다.남편은 지방에서 근무하여 일주일에 한번정도 하룻밤만 집에서 지내고 저는 시댁에서 시부모님과 시동생, 그리고 제 아이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시부모님들은 참 좋으신 분들입니다. 자식들한테 아낌없이 주시는 사과나무같은 분들이죠. 물론 옛날 어르신들처럼 제가 무조건 네네하기만을 바라시지만 전 그것에 대해서는 크게 불만이 없습니다. 도련님도 참 착하고 좋은 사람이구요, 항상 화목하고 사랑이 넘치는 가족입니다.

전 출산하고 1개월 지난 후부터 출근을 했습니다. 마침 일제안이 들어와 아이는 어머님께 맡기고 일을 시작했는데 첫째 15개월쯤되어 둘째 임신과 절박유산을 거치면서 끝내 마무리가 되었네요. 다행이 둘째는 엄마뱃속에서 건강하게 잘 크고있어요.

제 첫째는 어머님이 키우셨어요. 낮시간동안 먹이고 재우고 입히고 씻기고 놀아주고 가르치고... 애키워보신분들은 다 아실거에요. 정말 유난인 엄마들보다 더 고생하시며 정성껏 키우셨어요. 참 고맙지요.. 하지만 날마다 할머니만 찾는 아이를 보면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떤날은 할머니가 샤워하는 동안 끝날때까지 욕실앞에서 대성통곡하기도 하고 잠잘때에도 제손만 닿아도 뿌리치고.. 어머님은 저보고 저쪽편에 누워 자는척을 하라고 하셔서... 전 사직하고나서도 4개월간 애 잘때 저편에 누워 자는척을 했답니다. 그리고 어머님과 제딸은 둘이서 서로 부둥켜안고 꽁냥꽁냥 깔깔 웃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하다가 딸이 잠들면 그때에야 어머님은 안방으로 돌아가셨구요.

매일 밤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그래서 결국 지방에 있는 남편한테 애 데리고 내려가 같이 살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모든 사람들이 다 반대하더라구요. 남편은 지방에 얻은 집이 아파트도 아닌 열악한 조건인데 절대로 거기에서 애를 키울수가 없다 했고 시부모님들 역시 갈꺼면 너혼자 내려가라고, 딸은 이곳에서 어머님이 잘 키워주신대요. 제가 한쪽은 남편 한쪽은 내새끼 둘다 포기못하겠다고, 어머님도 애키워보셔서 알지 않냐고, 내새끼 떼놓고 하루라도 마음편히 살아지시더냐고. 울면서 대들었더니 그 다음날 먼저 혼자 내려가서 살아보고 살만하면 애데리고 내려가라 하시더라구요.

남편하고 같이 있는 일주일간 매일 틈틈히 '우리아이가달라졌어요'를 봤어요. 결론은 하나였어요. 엄마를 찾게 하려면 제가 할머니보다 더 많이 사랑해주고 더 많이 눈맞추고 애가 부를때 더 빨리 달려가고 더 많이 안아주고 웃어주고 칭찬하고 이쁘다 고맙다사랑한다를 해주는것. 아직 신뢰도 쌓이지 않은 제가 훈육할 단계는 아니더라구요. 그때부터 정말 한달간 애한테 모둔것을 쏟아부었어요. 정말 육아 몇계명몇계명 전부다 지켰고 진심으로 아이를 안아주고 다독여줬어요.

그리고 4일전 밤이 되자 딸이 저를 찾더라구요~ '엄마 자자 ' 그 한마디 말이 얼마나 고맙고 고마운지.. 할머니는 일부러 자리를 피해서 나가셨는데 의외로 아이가 할머니를 잠깐 찾더니 더는 안찾더러구요.

어제까지 제가 잘 데리고 잤어요. 애가 곧 할머니를 떠나게 되어 참 잘됐다싶은데 오늘 밤, 잠잘시간이 되기전에 몇번이나 제가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 자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어머닌은 끝까지 애안고 따라들어오셔서 본인이 재우시네요. 애옆에 앉아있는 저한테 저쪽에 가서 누워 자라는거에요. 애는 처음엔 제가 매일 불러주던 노래를 듣겠다 하다가 어머님이 끌어안고 엉덩이 몇번 토닥이니 다시 예전처럼 엄마아니야 엄마아니야 하면서 저를 밀어내네요.

그동안 애쓴 노력이 물거품이 된듯해요. 어머님은 애가 뭘 아냐 지방데리고 가면 다 잘잔다 하시지만 아이마음이 얼마나 여린지, 이렇게 한번 흔들어놓으면 그 후폭풍이 얼마나 강한지 전혀 모르고 계시네요. 어머님이 애안고 들어오시겠다할때 아예 막았어야 하는데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걸 보고 그걸 허락한 제가 바보같고 초라하고.. 아이 발만 쓰다듬으면서 할머니랑 목 끌어안고 엉덩이 토닥이며 잠을 청하는 딸래미를 보구있으니 마음은 찢어질듯 아픈데 한마디 소리 못하고 가만있어야 하는 제가 한심하더라구요.

직장맘들 다 저같나요? 다들 어떻게 이겨내시나요? 전 이제부터 하늘이 두쪽나도 제 아이들은 제가 키울꺼에요. 홀벌이로 네식구 힘들겠지만 더는 이렇게 눈앞에 있는 내 아이를 마음대로 쓰다듬지도 못하면서 살고싶지 않아요.

남편은 오늘도 지방에 내려오는것을 고민해보래요. 이미 이삿짐까지 다 싸놓을만큼 저는 입장이 확고해요. 무조건 데리고 내려가 저와 애착이 생기게 만들려구요

둘째가 태어나기까지 아직 4개월정도 남았는데 그땐 산후조리원 2주때문에 다시 시댁에 들어와 어머님께 딸애를 맡겨야 해요~ 더는 떨어져있기싫어 산후도우미 한분 모셔오면 어떻냐 했더니 어머님은 불편하시다고 그냥 저보고 산후조리원에 푹 쉬다가 나오라 하시네요. 그러면 그동안 저만을 보면서 지내던 딸애가 또 저랑 헤어지게 되는데 아마 할머니랑 헤어지는것처럼 엄청 혼란스럽고 힘들겠죠? 미리 한달전에 시댁에 돌아와 다시 아이와 할머니사이를 이어주고 유아원 한동안 보내면서 주의력을 분산시키는게 최선 맞을까요... 제가 어떻게 해야 아이한테 제일 좋은 선택일까요? 할머니와의 애착, 억지로 사랑하는 두사람을 갈라놓는게 과연 애한테 좋은걸까요? 다 제 욕심일까요?





추천수22
반대수5
베플황당|2015.11.06 15:03
쫌있으면 할머니가 사정을해도 엄마찾아요. 너무 걱정마시고 할머니사랑도 사랑이니 충분히 사랑받을수있도록 하세요. 어릴때 할머니 사랑 듬뿍받고자란아이들..요즘세상에 흔치않아요. 그리고 시어머니 좋으신분이잖아요.
베플ㅋㅋㅋㅋ|2015.11.06 15:43
님 막상 둘째 낳으면 둘째밖에 안 보일 거에요. 어차피 첫째는 할머님이 키워주셔서 정도 안 갈 거에요. 지금은 애가 하나라서 모르시겠죠? 마구 애틋하고.. 하지만 어느 경우를 봐도 본인이 아닌 시가에서 첫 애를 키워주고 둘째는 온전히 자기가 키운 엄마들... 첫째 미워하던데요? 님도 지금은 애가 하나이기 때문에 이렇게 감성적이신 거 같아요. 막상 둘째 나오면 어차피 할머니만 찾던 첫째 귀찮기도 하고 시어머님보고 키워달라고 올려보낼 거 뻔한데.. 그냥 어머님이 계속 키워달라고 하세요. 님같은 엄마들 얘기 하도 봐서 님 지금 이러는 거 1년 뒤엔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예상은 되네요.. 뱃속에 둘째가 없거나 아님 이미 낳은 상황이라면 모르는데 진짜 막상 둘째 나오면 또 달라진다는 거에요. 부비고 빨며 키우던 첫째라도 막상 둘째 나오면 힘들고 미워지는데 어차피 시어머니 손에 자랐던 첫째.. 과연 님한테 사랑받을 수 있나 싶네요. 괜히 몇개월 정 주려고 애 혼란스럽게 하지 마시고 나중에 상처 주지 마시고 어머님 도움 받으세요. 할머니랑 생이별 시켜놓고 나중에 귀잖아지면 또 맡기실 것 같아요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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