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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을 당했어.

하늘 |2015.12.06 02:59
조회 315,637 |추천 1,968

사실 처음 가입하고 처음 쓰는 글인데

판에 사람들이 많이 보는 거 같아서 용기내서 쓰는거야.

편하게 반말로 쓸게. 그냥 속마음 털어놓는거니깐.

 

내가 생각보다 그냥 꾹꾹 참는 성격인데 얼마전에 조선대 감금 폭행사건을 보게됬어. 남들보다 늦게 알게 된건데 정말 가슴아픈 일이고 다신 일어나서는 안될일이지. 어이가 없는 판결이지만 그래도 빨리 판결난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빨리 항소할 수 있으니까.

정말 화나는 사건인데 나쁜 생각인 걸 알면서도 그 사건을 접하고 난 세상에 버림받은 기분이더라.

 

내가 성폭행을 당한건 여름이었어. 7월.

그런데 얼마전에 경찰조사가 끝났더라. 이젠 검찰조사 시작...

왜 내 사건은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질질 끌고 가는 기분이 들면서 세상에 버림 받은 거 같아서 밤을 새서 울었어. 그렇게 우는 것 조차 들킬까봐 눈치보며 숨죽여 울어야 하는 현실이 슬프더라

 

그러고 나니깐 그냥 여기 내 얘기를 쓰고 싶어졌어. 목적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내 얘기 쓰는거..

다른 사람도 그러더라고.. 어쩌면 위로와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도록 길을 잡을수도 있고. 일단 지금은 그 사건에 대해선 크게 말을 하지 않으려고해. 이일을 아는사람이 특히 가해자가 아직 사건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 글을 볼까봐 두렵고 친구가 날 알아보는 것도 싫고 나스스로가 그 일을 생각하며 적는게 사실 많이 힘들어 아직은. 그냥 그 후의 일을 적으며 누군가 나와 같은 일을 겪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조금은 피해자의 심정을 알 수 있었으면 좋겠어. 절대 있어서는 시도해서는 안될 일이라는 것도 함께.

 

나는 신고를 빨리한 케이스야 끔찍한 그 공간을 나온  바로 신고를 했으니깐.

혼자 울다가 거리에서 네이버에 성폭행을 치니깐 여러 번호가 나오더라? 그중에 몇군데 전화를 했는데 다 무슨일이세요?라고 묻는데 차마 길에서 성폭행을당해서요.. 하고 말할 용기가 안나는거야. 아 그게.. 아그게.. 하면서 우물쭈물 거렸는데 계속 재촉하더라고.. 사람이 안지나다니길 기다리다가 용기내서 작게 말했어. 아마 다시 그 순간이 되면 말 못할지도 몰라. 그렇게 소개받은 해바라기 센터로 가서 진술서를 쓰고 응급처치를 받고 신고를 했지

가족이 제일 먼저 생각나서 그 품으로 가고싶은데 차마 알리질 못하겠더라.

어찌어찌해서 지금은 부모님이 아시는 상태야. 덕분에 변호사도 선임했고.

 

난 혼자 학교에서 사는데 딱 방학이어서 집밖에 거의 안나간 거 같아. 그렇다고 집안에서 뭘 하는 것도 아니고. 사실 무언가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어. tv도 집중이 안되서 안보고. 그냥 침대에서 하루종일 누워있는? 그리고 sns로 가해자들이 아무런 죄책감 없이 일상생활 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를 자학하고.. 사실 경찰 조사가 끝날 때 까지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릴 줄 상상도 못했고 그동안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너무  비참했어. 몇번을 죽을 생각을했고 몇번을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나에 관한 모든게 부정당한 것 같은 삶을 살았어. 별 소리를 다 들어보았고 아직도 세상이 피해자에게 얼마나 잔인한지 뼈속깊이 알 수 있었지. 사실 가족들한테도 속상한 소리를 많이 들었어. 속상해서 하는 말인 줄 알면서도 그게 너무 아프더라. 억지로 붙잡고 있는 삶의 이유를 가위로 하나하나 내앞에서 자르는걸 지켜보는 기분이었어. 그리고 가족한테 내가 정말 죄인이었지. 아직까지 그래. 가족이 날 미워하는게 아니라 그런 상처를 준 내가 죄인같이 느껴져

사건이 있은 그 다음날 부터 세상이 바뀌더라. 내가 즐거울수있는게 다 사라졌어. 맛있는 것을 먹어도 영화를 봐도 그냥 완전 저기압에 순간순간 내가 행복을 느낄 수 없구나만 깨닫게 돼. 그리고 그게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니깐 그게 너무 속이 상하고..

뭐에 집중을 못하고 심지어 잠도 못잤어 그러니깐 하루하루를 보내는게 너무 힘겨운거야

그래서 병원을 일주일에 한번 가는 게 너무 싫었고 혼자 정신병원 입원에 대해서 알아보고 막 그랬어.. 입원을 하면 병원에서 뭔가 치료프로그램을 해 줄거 같았거든.. 뭔가를 해야만 버틸 수 있을거 같았어. 심리치료도 알아보고 다녔는데 한 시간에 6만원에서 12만원까지 다양했는데 그것도 원래 일주일에 1번이더라고.. 내 상황을 말하고 부탁해서 2번으로 늘렸어.. 그러다가 해바라기 센터에서 연락이 왔더라고 지역에서 하는 상담소가 있어서 갔는데 그곳에서 또 진술을 하고 여러가지 대화를 했는데 나한테 만약 다른사람이 나랑 똑같은 일을 겪으면 뭐라고 해주고 싶냐고 묻더라고. 그동안 경찰서와 센터, 변호사사무실 그리고 여기서 몇번을 진술을 하고 별별 이야기를 다했는데 나 막 운적 없거든? 사건은 최대한 담담하게 말하려 노력했고(그래야 안 놓치고 다 말할 수 있을 거 같았어) 막 울고 나면 내가 겪은 일을 다 까먹을 거 같아서.. 그 일 있고 잘 기억을 못하는 일이 많아 졌거든.. 그래서 진짜 참았는데 이 질문 듣고 나도 모르게 바로 ' 니 잘못이 아니야'라는 말이 나오면서 눈물이 막 흐르는 거야.. 내가 내 잘못일까봐 얼마나 무서워했는지 스스로를 얼마나 원망했는지 이 말이 얼마나 듣고싶었는지 알겠더라고..

 

벌써 많이 길어졌네.. 어쨋든 그래.. 너무 길어져서 정리해야 될것만 같아 ㅎㅎ 그냥 마지막으로 쓰고싶은건 우리모두가 이 일의 정신적 피해가 얼마나 큰지 알아야하고 그건 어쨋든 절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거야. 여러 사건의 댓글들을 보니 생각보다 이걸 모르는 사람이 많더라고..

나도 아직 치료가 많이 필요한 상태이고 도저히 익명으로 밖에 용기가 안나고 두서없는 글이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진진하게 생각해줬으면 좋겠어 잠시만이라도.

긴글 읽어줘서 고마워^^

추천수1,968
반대수39
베플사우스팍|2015.12.06 03:25
단연코 성폭행한 사람의 잘못이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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