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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안부 |2015.12.25 00:56
조회 360 |추천 0
  사람은 만나고 헤어진다. 누군가를 만나면서 새로이 알게 되는 점도 많고, 헤어지는 과정에서도 많이도 운다. 그러는 과정에서 많이 배우고, 또 성장한다. 그래서 연애를 할 때는 좋은 사람을 만나라고 다들 말하나 보다.

   마지막 연애가 끝난 지 3년 가까이 되어간다. 그래서 달리 표현하자면, 내가 겪은 최근의 이별은 2년이 넘게도 전의 일이다. 그때 이후로 마음 아파하는 내가 싫어 당시에 헤어진 여자친구의 홈피와 페이스북에는 한번도 들어가보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관계가 그리 멀지 않은 사람이었는지, 소식이 들려올 때가 많았다. 단순한 '구여친' 소식이 들려올 때에는 단순히 마음이 아프기만 했는데, 어느 순간 잊혀지고 나니 나에겐 그저 그랬다더라 하는 소식으로만 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안타깝거나 부정적인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다. 처음엔 내가 알던 사람이라면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내 기억이 틀렸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너무 많은 게 잊혀져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사람의 모습이 제대로 된 기억인지, 아니면 내가 제멋대로 미화시킨 기억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갑자기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해져 내가 쓴 기록을 뒤져보려 해도, 이미 예전의 나는 관련된 이야기를 예전에 모두 지워버렸다.

   그래서 기억을 천천히 되짚어보기로 했다. 얼마 안 남은 내 기억 속에서 그 사람은 확실히 좋은 사람이었다. 덕분에 내게도 정말 많은 좋은 변화가 있었으니까. 수십 수백번 봤던 얼굴 마저도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지만, 내 머리속에는 어렴풋이 기억나는 예쁘고 순한 인상이 있었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저 잘 살고 있는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헤어진 이후에 한번도 찾아보지 않았던 페이스북에 들어가봤다.


   금방 들어가게 될 줄 알았는데 검색해서 들어가는 데에도 한참이 걸렸다. 그렇게 겨우 찾아 들어가보니 숨기고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던 성격 그대로 내가 그 친구에 대해서 보고 알 수 있는 것은 오직 프로필 사진밖에 없었다. 그곳에서 보이는 모습은 무언가 내가 기억하던 모습과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2년이 넘게 처음으로 그 얼굴을 보고 느끼는 생각은 '많이 날카로워져 있구나.'였다. 아니 내가 그렇게 유순하게 제멋대로 기억하고 있고, 원래 그렇게 날카로운 인상의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알 수가 없다. 오래 지나버려 내가 제멋대로 기억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 사람이 그렇게 변한 건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아둔한 내 기억력이 붙잡고 있는 그 사람은 항상 자기 사람에게 웃음으로 대하고 지켜주던, 또 딱히 내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 변명을 하지 않아 오해를 사기도 하던 그런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런 부정적인 소식이 들려오는 것인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내 기억이 맞다고 내맘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버린 이 시점에서 도대체 무엇이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그리고 나 역시 어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진심으로 안타깝고 씁쓸했지만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기억 속 정말 고맙고 소중한 사람이지만 거기까진 생각할 이유도, 그러고 싶지도, 주제넘게 남을 걱정하고 앉아있을 그런 자격도 내게는 없다.


   하지만 안부는 묻고 싶다. 정말 잘 살고 있냐고. 밥도 잘 먹고, 여전히 감기 한번 안 걸리고 튼튼하게 잘 살고 있냐고. 녹차라떼는 아직도 좋아하는지, 공부는 잘하고 있는지, 그때 그 남자친구와는 여전히 잘 지내는지. 그렇게 조용히 마음속으로 물어본다. 그리고 제멋대로 그 사람이라면 당연히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나니 흐뭇한 웃음이 나온다. 왜냐면 나도 꽤 잘 살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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