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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여우

바다가들린다 |2015.12.31 14:43
조회 876 |추천 8

 이 이야기는 제가 어린시절 겪었던 일 입니다.

 30여년 전 그 당시 저는 서울 외곽지역의 한 동네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가 없던 시절이라 그때의 놀이 문화는 주로 동네 골목에서 아이들 여럿이 모여서 하는 놀이 (술래잡기, 다방구, 얼음 땡 등) 들이 대부분 이었습니다. 

 하루는 동네에 못보던 여자아이가 우리가 노는데 나타나서 서성였습니다. 얼마 전 슈퍼 뒷집에 누군가 새로 이사 왔다고 들었는데 아마도 그 집 아이인듯 보였습니다.

 여자아이는 그리 이쁜 얼굴은 아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눈꼬리가 올라가서 사나워 보이는 인상에 머리도 일부러 파마를 했는지 꼽슬머리 였습니다.


"나도 너희랑 같이 놀면 안돼?"


"어...?"


"나도 그 놀이 알아. 같이 놀자."


 어느날 '다방구' 놀이를 하고 있는데 그 여자 아이가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주변에 아무도 없고 나 혼자 였습니다. 여자의 목소리는 왠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져서 소름이 돋았습니다.

 지금은 상상이 안가지만 그때 아이들 세계에서는 불문율이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어울리는 것이지요. 그래서 여자아이들끼리 고무줄 놀이라도 하면 남자아이들은 일부러 고무줄을 끊고 달아나고는 했습니다.   

 그러한 상황인지라 저에게 말을 건 여자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우물쭈물 했습니다. 저의 어릴적 성격은 내성적이며 그리 활발하지 못했기에 남들 의견에 묻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나...모르겠는데...애들한테 물어보고...."


여자아이는 내심 기대 했는지 반짝이는 눈동자로 나를 따라 왔습니다.
저는 애들이 모여있는 곳에 가서


"야....얘가 우리랑 ...같이 놀재...."


"무슨...소리야? 쟤 가시나다. 생긴 건 꼭 전설의 고향 불여우처럼 생겨서.."


동네에서 골목대장 노릇을 하던 재일이가 반대 했습니다.


"맞다. 눈이 쭉 찢어진게 영락 없는 불여우네!!"


옆에 부하 노릇을 하는 동훈이도 호응을 했습니다.


"얼레리 꼴레리...불여우래요..얼레리 꼴레리.."


 그러자 남자 아이들은 그 여자애를 둘러싸고 불여우라고 놀려댔고 여자 아이는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어쩔 줄 몰라하며 당황 했습니다. 그 와중에 동훈이는 저를 보고 안놀린다고 뭐라 했습니다.


"야...너가 데려 왔으니까 아이스케키 해!"


 아이스케키는 치마 입은 여자 아이들에게 남자 아이들이 치마를 들추는 장난이었습니다. 치마를 들추면서 동시에 '아이스케키'라고 외치는데 뜻도 이유도 몰랐습니다.    


"...내가...?"


"야...빨리해...안하면 겁쟁이라고 놀린다!"


동훈이 뿐만 아니라 골목대장 재일이도 저에게 제촉을 했습니다.
저는 어쩔수 없이 여자아이 치마를 잡고


".......아이스케키!"


 라고 외치며 치마를 들쳐 올렸습니다. 급기야 여자아이는 울며 자리에 주저 앉았습니다.


"불여우~~ 불여우~~얼레리 꼴레리~"


 여자아이를 한참 더 놀리던 재일이는 여자 아이가 서럽게 한참을 울고 있자


" 뭘 했다고 우나?... 에이 재미없다. 다른 곳 가서 놀자."


 재일이를 필두로 해서 아이들은 어디론가 자리를 떠났습니다. 저는 혼자 남아서 괜히 미안한 마음에 조심히 물었습니다.


"괜...찮아..?"


 한동안 주저 앉아 울던 여자아이는 자리에 일어나서 저를 째려 봤고 얼굴은 눈물 콧물 범벅이었습니다.


"..난...잘못...없어...애들이...시켜서.."


  저를 째려보던 여자아이는 뒤돌아서 서럽게 울더니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어느날....


"야! 그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


"저번에 우리가 놀린 불여우..걔네 무당집 이란다."


"........."


 우리들은 일제히 침묵 했습니다. 그때 우리 사이에 가장 무서운 존재는 귀신이었고 무당은 귀신과 동급인 존재 였습니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예전 기억으로는 동네에 교회 숫자만큼 무당집이 흔했습니다. 그래서 가끔 무당이 굿판을 벌이는걸 구경할 수 있었는데 눈을 하얗게  까 뒤집고 작두를 타는 무당은 아이들에게 공포 그 자체 였습니다.

 우리는 괜히 그 여자애가 무당인 자기 엄마한테 일러서 해코지 당할까봐 겁이 났습니다. 저도 여자 아이에게 한 짓이 있어서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몇일이 지난 어느날...


 친구들이랑 놀고 있는데 불여우라고 놀렸던 그 여자아이가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야! 너 우리집에 가서 놀자."


 "........."


 저는 아무말 못하고 주위를 둘러 봤습니다. 골목대장 재일이도, 언제나 나서서 까불던 동훈이도 저의 시선을 피했습니다.


"내가 얘 데리고 가서 논다. 괜찮지?"


아이들은 아무말 못하고 서서히 자리를 피했습니다.
어느새 주변에는 아무도 없고 저와 여자아이 뿐이었습니다. 여자아이는 내 팔목을 잡으며...


"자 우리집 가서 놀자."


"....싫...어.."


"뭐?"


"싫..어..너희 집 안가...너희 엄마 무당이잖아..."


저는 힘들게 싫다고 말했습니다. 여자 아이는 한참 저를 째려 보더니...


"그래...마음대로 해. 나중에 아쉬운 소리 하지마!"


 여자 아이는 이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저는 참았던 숨을 거칠게 몰아 셨습니다.


"뭐야..저 계집애...."


 그날 이후 이상하게 저희 집에는 안좋은 일들이 연이어 생겼습니다.

 아버지가 일을 하시다가 2층 높이에서 떨어지셔서 다리가 부러지고, 할머니는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신 겁니다. 어머니 또한 아버지와 할머니 간병을 하시다가 폐렴에 걸려 병원에 입원을 하셨습니다.

 형제가 없었던 저는 집에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이어서 어머니가 며칠동안 지방에 있는 친척집에서 지내도록 조치를 취하셨지만 당장 하룻밤은 집에서 혼자 지내야 했습니다. 어린 나이라 병원 내 간염의 위험 때문에 집에서 있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밤이 되었습니다.

 마당이 있는 1층짜리 단독주택이었던 저희 집은 할머니와 부모님이 계실 때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장소였으나 혼자 있으려니 공포 그 자체로 변해 버렸습니다.

 저는 이불을 뒤집어 쓰고 어서 잠이 들기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집안 어디선가 들리는 작은 소음에도 저는 깜짝깜작 놀랐습니다.

그 시절에 가장 무서운 귀신은 강시였습니다. 어디선가 '쿵' 하는 소음이 들리자 며칠 전 비디오에서 보았던 강시의 무시무시한 모습이 머리속을 가득채웠습니다.


"따르릉...따르릉...."


 잠을 못자고 이불 속에서 떨고 있는데 거실에 한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거실에 나가는것 조차도 커다란 용기가 필요 했습니다. 쉬지 않고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간신히 용기를 내어 거실로 나가 전화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여...보...세요...?"


"콜록....엄마야..집에 아무일 없지?..콜록 콜록"


"으아~~엄마.."


저는 급기야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왜...무슨일 있어?"


"아니....그냥 너무 무서워서...나 병원가서 자면 안돼?"


"안돼. 병균 옮아. 오늘만 집에서 자. 콜록..."


"으아앙 무섭단 말이야."


"콜록...대신에 엄마 친구가 집에 갈거니까 누가 문 두드리면 엄마 친구인지 물어보고 문열어 주면돼..콜록"


그때였습니다.


"쾅쾅쾅!!"


누군가 철로 된 대문을 세차게 두드렸습니다.


"엄마...누가 왔나보다. 엄마 친구인가?"


"콜록..여보...세..."


수화기에서 심한 잡음이 들리더니 전화가 끊겼습니다.


"쾅쾅쾅!!"


 다시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전화가 끊겼지만 공중전화로 전화를 한 엄마에게 다시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저는 조심히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누...구세요...?"


나는 조심히 문밖의 상대에게 물었습니다.


".........."


그러나 문 밖에 있는 인물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엄마....친구 세요?"


"..으흠...그래..엄마 친구야...걱정되서 와 봤단다."


그제서야 문 밖에 있는 여자인 듯한 인물이 대답을 했습니다. 그래도 나는 혹시 몰라 다시 물었습니다.


"엄마...친구 이름이 뭐예요?"


"얘가...정말...버릇없게 계속 이럴거니? 너희 엄마가 이러라고 시켰어?!"


문밖의 여자는 급기야 화를 냈습니다.


"쾅쾅쾅!!! 문 안열어?"


 저는 너무 무서워 신발을 신은 채 방안으로 달려가 이불을 뒤집어 썼습니다.


"쾅쾅!! 너 아줌마가 벌을 줘야겠구나?...그래..너 처럼 말을 안듣는 애들은 바늘로 열 손가락 손톱 사이를 찔러서 버릇을 고쳐야 해!"


 순간 저는 두 귀를 의심했습니다. 엄마 친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무서운 말이었습니다.


"쾅쾅!! 왜...그것도 모잘라? 어서 문 안열어? 그래....아줌마가 잘못했다. 그러니 한번만 문 열어봐..어서!!"


 문밖의 여자는 온 동네가 들리도록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옆집사람 누구하나 밖에 나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한동안 문을 두드리며 회유와 협박이 섞인 말들이 계속 되다가 어느 순간 조용해 졌습니다.


"따르릉....따르릉...."


 다시 거실에 전화가 울렸습니다. 저는 서둘러 전화로 달려갔습니다. 아마도 아까 끊긴 엄마의 전화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여보..세요....?"


"콜록....엄마야...아까 전화가 도중에 끊겼네."


"으아앙....엄마...."


나는 너무 반가운 엄마의 전화에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잠깐만....엄마 친구 바꿔 줄께. 콜록..."


"엄...마...?"


잠시후 엄마는 누군가에게 수화기를 넘기는것 같았습니다.


"안녕? 엄마 친구야~ 너 아줌마가 문 두드리는데 안나오더라?" 


"...네....?"


"......그래서 특별히 넌 바늘이 아닌 불쏘시개로 교육시켜 줄께... 이번에 가면 꼭 문 열어줘야 한다.....알았지?"


그리고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겼습니다. 그리고.....


"쾅쾅쾅!! 아줌마야...문열어!!"


 제가 수화기를 내려 놓기도 전에 밖에서 세차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으아아아아!"


저는 너무도 공포에 질려서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가 이불을 덮어 썼습니다.


그런데....


"너가 문을 안열어서....아줌마가 담을 넘었잖아....너 크게 한번 혼나야 겠구나...."


조금전까지 분명 대문 밖에서 들리던 목소리가 어느새 방 안에서 들리는 거였습니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는 저는 도저히 밖을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아줌마가 요새 재미난거 배웠는데...한번 해볼까? '아이스케키'라는 건데.."


그러더니 제가 뒤집어 쓰고 있는 이불 한 귀퉁이를 꽉 쥐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아이스케키........"


그날의 기억은 거기까지 였습니다. 아직까지 내가 무엇을 봤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따르릉...따르릉...."


저는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밖은 어느새 대낮처럼 환하게 밝았습니다.


"따르릉...따르릉...."


 저는 어제일이 생각나 선뜻 전화를 받을 수 없었고 그렇게 두 세번 전화가 끊겼지만 곧바로 다시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저는 간신히 3번째 전화에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여보....세요..."


"콜록...너 아직까지 자고 있었니? 얘가..지금 시간이...몇시인데..."


"엄...마 맞아...?"


"그래..엄마야..너 아직도 자는 중이야? 조금있다가 이모가 오기로 했으니까 얼른 씻고 준비해!"


"엄마.....어제...아줌마는...누구야?"


"콜록....무슨 아줌마?...."


"어제 전화로.....엄마 친구..온다고...."


"전화?....어제 전화 안했는데....."


 엄마의 말에 의하면 어제 약기운 때문에 초저녁부터 주무셔서 전화를 하지 않았다고 하는 겁니다. 저는 분명 엄마랑 통화를 했다고 말했으나 엄마는 무서워서 제가 꿈 꾼거라고 간단히 결론을 내버렸습니다.

 잠시 후 지방에서 이모가 도착하고 이모는 제가 입을 옷가지를 대충 챙기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럼 뭐 빠트린 것 없지?"


"응...이모....병원 들렸다가 갈거지?"


 저는 이모 손을 잡고 동네 골목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골목길이 끝나는 지점에 불여우라고 놀렸던 여자아이가 벽에 등을 기댄 채 나를 보며 웃고 있었습니다.


"아~~~이"


여자 아이는 내가 지나가자 노래를 부르듯 흥얼 거렸습니다.


"스~~케~~키"


"................?!"


 저는 발걸음을 멈추고 여자아이를 쳐다 봤습니다. 여자 아이는 제게 다가오더니 귓속말로 속삭 였습니다.


"어제밤 재미 있었어.....다음에 내가 놀자고 하면 같이 노는거야..안 그러면 그 아줌마 다시 너를 찾아가서 바늘이나 불쏘시개로 혼내 줄테니까...."


"........."


"아이~~스~케키...."


 여자아이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저는 멍하니 넋이 나간듯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엄마의 페렴이 의외로 쉽게 낮지 않아 지방 이모네서 한달 정도 지내다가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동훈이가 아버지가 하는 방앗간 기계에 팔이 끼어 한쪽 팔을 절단했다는 이야기와 골목대장 재일이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그리고 불여우라고 놀렸던 무당집 아이는 큰 불이나서 어디론가 떠났다는 소식 이었습니다.


한동안 굵직한 사건으로 인해 동네는 뒤숭숭 했습니다. 그리고 몇달이 지났습니다.

 병원에 입원했던 할머니와 아버지가 퇴원을 하고 저의 머리 속에도 서서히 그때의 일이 희미하게 기억 될 쯤이었습니다.

오랜만에 가족이 전부 모여서 저녁식사를 하는데 할머니와 어머니의 대화에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슈퍼 뒷집 용하다는 애기 만신(무당) 집이 불났다며? 이를 어째..."


"그러게요...어머니...저도 병원에 입원만 안했으면 한번 가보려고 했는데..."


할머니는 제가 못듣도록 어머니에 낮게 속삭였습니다.


"그나저나.....그 말이 사실이야? 애기 만신이 사실 애가 아닌 다 큰 처자라며?...생긴게 어려보여서 애들 행세 한거라고...."

 

출처 : http://novel.naver.com/best/list.nhn?novelId=436504

추천수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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