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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콩아

호빵먹고싶다 |2016.01.08 02:02
조회 2,279 |추천 24
너는 내가 목욕바구니를 찾으러 갔을때에 공중전화박스 뒤에 죽은것마냥 누워있었지.

나는 처음에 네 주변에서 들끓던 파리와, 네 몸에 붙어있던, 언뜻 보면 구더기처럼 보이는 그런것들따문에 네가 죽은줄 알았어.

그런데 내가 목욕바구니를 가지고 나올때, 네 동작이 바뀌여있고, 미세하게 들썩이는 배를 보면서 아, 저 애는 살아있구나, 아직 안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내가 뭘 할수 있겠냐며 눈 꾹 감고 지나치려는데, 그때 네가 내게 얼굴을 보여줬지.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고, 입이나 코에는 피가 가득해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릴정도로 우는 네 모습이 왜 그렇게 슬펐을까.

그리고 같이 갔던 친구와 급하게 지도어플을 뒤지며 동물병원을 찾았지만, 당장 걸어서 갈 수 있는 병원은 없더라.

가뜩이나 시골이어서 동물병원이 없는데, 너를 데리고 버스를 탈수도 없었고, 그래서 그 비싸다는 콜택시를 타고 그나마 가까웠던 동물병원으로 갔었고.

수의사 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나에게는 너무 가슴이 아픈 말이었어, 그렇게 작고 작은, 새카만 몸때문에 더 작아보이는 네가, 아직 작고 작은 새끼였던 네가, 누군가한테 맞아서 그렇게 된거였다니.

12000원 가량을 너를 치료하는데 쓰고, 급하게 너를 넣어온 새하얀 목욕바구니 안에서 작은 미동만으로도 숨 쉬는 너를 어떻게 해야할까 싶었어.

친구는 부모님의 털알러지가 너무 심해서 너를 데려갈 수 없었고, 내 협소한 인간관계를 증명하는 적디 적은 연락처 안의 모든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렸지만, 너를 맡아주겠다는 사람은 없더라.

그렇다고 너를 그냥 버리고 가자니, 아직 다 낳지도 못한 너를 그냥 그 근처에 두고간다면, 네가 그 근처 다른 고양이들에게 물려 죽을것만 같아서.

결국 너를 최대한 가린채 우리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네가 깨지않게 조심하면서, 그렇게 우리집으로 들어가는 골목길 앞에서 내렸지.

너는 정말 죽은것처럼 미동조차 없이 잤고,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해서 사정을 설명했지.

다행이도 엄마는 알았다며, 엄마는 한의원에서 마저 치료를 받고 갈테니, 너는 가서 고양이 잘 보고 있으라고 말해주는 엄마한테 그 이상으로 고마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

너를 위해서 사료도 사오고, 캔도 사오고, 10분에 한번씩 물도 갈아줬는데, 너는 먹는지 먹지않는지 잘 모르게 계속해서 잠만 잤어.

너를 데려오고 셋째날, 네가 그 작은 바구니 안에서 사라져있을땐 정말 놀랐어.

너를 찾아 거실이며 주방을 다 찾아 헤맸고, 너는 어이없게도 바로 등잔 밑, 내 방 문 바로 옆 구석에 있더라.

네가 어느정도 기운을 차린것같아서 기뻤고, 한편으로는 이 예쁜 애가 그렇게 아팠다는게 속상했어.

그치만 그 이후로 너는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바구니 밖을 탈출해 종종 바닥에 널브러져 있기도 했지.

그러면 나는 너를 들어서 다시 바구니에 넣어줬는데, 여섯째 날 네가 몸부림을 치면서 나를 할퀴는걸 보고 너무나도 놀라서 너를 놓쳤어.

하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그날밤 엄마는 너를 목욕시켰지. 수건으로 열심히 너를 말렸고, 따뜻한 바람으로 너를 말렸지.

그리고 그 다음날, 너를 데려온지 딱 일주일. 너는 여전히 바닥에 늘어져 있더라.

힘있던 몸이 축 늘어져있었고, 작게 달싹이던 배는 움직이지 않았지. 내가 애써 부정하며 너를 안아 네 얼굴을 봤을때, 너는 눈을 반쯤 뜬채로 너무 아프게 죽어있었어.

그리고 나보다 늦게일어난 엄마가 내 울음소리에 놀라서 달려올정도로, 나는 초등학교 이후로 그렇게 소리내어 울어보지 못했는데.

엄마는 너를 내 품에서 빼앗아 묻어줄거라며 데리고 나갔고, 나는 제자리에 앉아서 엉엉 울기만 했지.

그리고 오늘은 네가 죽은지 딱 5개월이 되는 날이야.

왜 오늘 네가 생각났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문득 노래를 듣다가 네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어.

내가 그때 너를 그냥 지나쳤다면.

동물병원을 나와서 너를 그냥 두고 사라졌다면.

너에게 그렇게 관심을 쏟지 않았다면.

너는 어떻고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건 이제와서 하는 부질없는 회상이고, 나는 가끔 내가 널 죽인것같아서 종종 슬퍼질때가 있어.

고양이 용 우유를 시켜서 먹여볼걸, 멍청이같이.

너는 떠난지 다섯 달이 되었고, 나는 이제 학교를 달리하는데, 왜 나는 여전히 너를 죽였다는 사실을 벗어나지 못하는건지.

내가 네게 붙여준 작고 작은 검은콩이란 이름이 지금도 종종 생각나서, 그때 작고 작았던 네 몸이나, 검은 발바닥이나, 호박보석처럼 예뻤던 네 노란 눈이 종종 생각나서, 가끔 그렇게 예쁜 너를 죽인 내가 미워서.

그렇게 딱 오늘처럼 밤을 새고는 해.

검은콩아, 미안해, 하지만 그 7일동안 정말로 너를 사랑했어.
추천수24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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