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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고 특이했던 4

Yu |2016.01.11 02:57
조회 2,062 |추천 5
저번에 모성애 이야기로 끝마쳤죠.

이점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고 내린 저의 진단은 이래요.
유년기때 엄마의 따듯함과 격려에 대한 기대가 좌절. 그로 인한 애정결핍.
선망하는 아버지란 존재를 충격적으로 잃어 그와 비슷한 남성형을 봤을 때 느끼는 무의식적인 두려움.
이 두가지 문제점을 다 해결 해주는 사람이 민이.

키스 후 우리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민이에게 물었어요.
나를 친구 이상으로 느낀단걸 어떻게 아느냐고.

민이가 빤히 바라보다 너는 어떻게 아냐고 되물었어요.
그때 어려운 시험 문제를 풀듯 몇분동안 곰곰히 생각했어요.

흔한 남녀 연인의 모습을 상상하면
꽁냥꽁냥 하는 모습 혹은 질투하며 싸우는 모습 아닐까요?
질투란 개념이 떠올랐어요.

그리고 그나마 제일 마음줬던 마지막 남친에게 느꼈던 감정과
그 당시 저랑 친했던 이성 친구에게 느끼는 감정을 비교해봤어요.
분명 달랐죠.

그래서 다른점은 너에겐 소유욕이 든다는것 같다.
다른 사람에겐 내가 우선이 아니여도 상관 없는데 너한텐 그랬으면하는 마음이라 했더니
자기한텐 제가 우선이라고. 엄마랑 아빠보다도 더.

그 말을 민이가 수줍은듯 땅을 보면서 하는데 순간 죄책감이 들었어요.

이 사람은 나를 우선으로 둬주는데 전 아니었거든요.
물론 그 당시에 가족을 포함한 어떤 사람보다
민이를 중요시 여겼던건 맞아요.

근데 저에게 우선은 제 자신이었어요.
타인에겐 어디까지나 제가 제 자신과 평화로울때
관심을 줄 수 있는 무력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어요.

이건 제 자신에 대해 어렸을때부터 인지 하고 있던 점이라
첫 남친과 헤어진 후 아 난 사랑을 해도 희생적인 사랑은 못 하겠구나 싶었어요.

근데 민이는 그런 희생이 가능한 아이라 느껴졌죠.
전 여전히 아니였고요.

이 생각을 떨쳐내지 못 하고 더 깊이 파고 들어서
결국 몇 개월간 헤어지게 되었어요.

헤어져있다 나중에 민이가 좋아하는 남자도 생기고 그러면 그때 다시 좋은 친구로 만났으면 했어요.
그것 역시 제가 이기적으로 내린 결정이었네요. 민이는 제게 맞춰준거고요.


헤어졌던 기간동안 연락 한번 안하고 지냈어요.
3학년때인데 전 기숙사를 나와 학교 근처에 따로 방 얻어 지낼 때 였고
민이는 기숙사 생활을 계속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매일 생각 나더라고요.
혹시나 캠퍼스에서 마주칠까 두리번 거리며 다녔지만
야속하게도 그런 우연 한번 없었어요.

손에 공부도 안잡히고 침울하게 지내고 있었는데
고등학교때 친한 친구가 저를 보러 왔어요.
술을 마셨죠. 그날은 좀 알딸딸해질 정도로 마셨어요.

친구가 안좋아 보인다고 무슨 일 있냐며 묻는데
원래 이 친구에게 조차 말을 가려서 했거든요?
못 믿어서가 아니라 그냥 제 병적인 성격상.

근데 술기운에 이성이 둔해져서인지
민이와 제 이야기를 솔직하고 간결하게 했어요.

친구는 처음에 이해가 안됐는지,
그래서 둘이 사귀다 헤어진거냐고 묻더라고요.

민이와 만나면서 사귄단 표현은 한번도 쓴적 없었어요.
근데 친구에게 응이라고 대답 하는데 기분이 참 싸했어요.
사귀다 헤어진 사이.
많이 좋아했고 오랜 시간 가까이 두고 싶었던 처음으로 내게 크게 다가온 사람

친구는 담담하게 힘내라며 다시 만나보는건 어떠냐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집에 와서 생각하는데 정말 이상했어요.
캐나다라 동성애에 대해 그다지 각박한 분위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전 아무에게도 우리 사이에 대해 언급 하기가 싫었어요.

부정적인 시선으로 대할 사람들에게 우릴 설명 하기도 싫었고
동성애가 자연스러운거란 인식은 저에게 낯설었기에
마음 한켠엔 뒤틀린 수치심도 있었을꺼에요.

그런 제 마음을 어느정도 짐작 하고 있던 민이라
공공장소에선 아무 터치도 안하고 그저 따듯한 시선만 주고 받을 뿐이었죠.

근데 그런 뒤틀린 감정들을 뒤로 하고
처음으로 누군가한테 털어 놓을 수 있음에 놀랐고
예전에 나를 배려해준 민이에게 미안한 맘이 들었어요.

민이는 계산적인 저랑은 달라 아마 저만 괜찮았으면 밖에서도 자연스레 애정표현도 하고
주위에 친한 사람들에겐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싶었을꺼에요.

그 아이가 하고 싶었던대로 해줄껄이라며 제 자신을 타박했어요.

근데 그런 절 보면서 느낀게 내가 민이를 우선으로 두는게 가능 할 수도 있겠구나..

앞으로 함께 한다면 분명 지금보다도 더 마음이 커질텐데
정말 나중엔 자연스레 나보다 그 아이를 위하겠구나

결국 고민하다 제가 먼저 연락해 졸업반 되기 전 재결합 하게 됐어요.


다시 만난지 3달정도 후
제가 이주정도 앓아 누운적이 있어요.

잘 따랐던 이모가 유방암이란 소식을 전해 듣고
아빠처럼 급작스레 가실까봐
엄마한테 학교 휴학하고 한국에 나가고싶다 했어요.
엄마는 유방암은 치료가 쉽다,
호들갑 떨지 말고 공부에 집중하라, 딱 잘라말했죠.

초조했고 아빠 돌아가셨을 때 느꼈던 어두운 감정들이 되살아나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몸까지 아팠던 상황.
전 힘들 때 마다 잠수 타는 버릇 때문에 민이에게 반잠수를 탔어요.

못본지 삼일째 민이가 제 방으로 찾아와
힘든일 뭔지 말 안해도 되니까 그냥 같이 있자고 했어요.
그 날 이후 수업도 빠져가며 매일 절 돌봐주러 온 고마운 민이죠.

그때 침대에 누워 민이를 볼때마다 커보였어요.
민이가 제 세상을 덮고있는?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아픈게 낫고 원래 민이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데 저도 갑자기 먹고 싶어서
제꺼랑 민이가 좋아하는 쿠키샌드위치 아이스크림을 샀어요.

캠퍼스 끝쪽에 화단으로 둘러쌓인 벤치가 있거든요?
강의 끝나고 거기로 오라고 한뒤 기다리는데
낮이라 햇빛이 쨍쨍 잔잔한 바람 게다가 구름 한방울 없는 말끔한 하늘.

민이가 오자 아픈 날 보살펴준 너한테 줄 보상이 있다며 아이스크림을 들이밀었어요.
민이가 숨을 흐 들이쉬더니 아이스크림을 두손으로 받아
자기 가슴쪽으로 가져가 두팔로 꼭 끌어안았어요. ㅋㅋㅋ

나란히 앉아 민이는 쿠키샌드위치를 두손으로 쥐어 먹고 있었고
저도 제꺼 한입 베어 물며 방금전 민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되뇌이고 있었어요.

어른들이 아이들 하는짓 보고 사랑스럽다하잖아요.
그런 사랑스러움과 제가 아플 때 민이에게 느낀 감정이 겹치며
무언갈 깨달은 느낌이었어요.

담담하고 매마른 톤으로 말했어요.
유 민아.
민 응?
유 사랑해.

그말하고 바로 제가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런식으로 웃음이 터졌어요. ㅋㅋ

같이 막 웃다가 민이가 제 손을 잡으며 “Love you too” 라고 했는데
그때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네요.
추천수5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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