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 따지면 할아버지뻘이지만 일단은 저희집에서 막내로 살고 있는
힌둥이라는 이름의 강아지 이야기입니다.
몰래몰래 여기에서 예쁜 동물들 사진 보면서 엄마미소 짓다가 옆에서
잠만 자는 노령견님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서 한번 도전해봅니다.. ㅎㅎ
사진이 많습니다..
이제는 할아버지가 된 노령견님께서는 왕년에 유기견이였습니다.
주인이 버렸는지 아니면 집을 뛰쳐나왔는지는 모르겠는데
제 생각엔 훈련이 잘되어있고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걸 봐서는
그 집이 맘에 안드셔서 가출을 감행한것 같았어요
노령견님께서는 추측나이 4살때
저희 동네병원에 사진과 함께 저를 입양해주세요 하는
포스터에 등장하셨습니다.
지나가다가 그 포스터가 제 눈에 들어왔고 사진 속 노령견님께 반해서
앞뒤 생각하지 않고 3만원 미용비와 함께 파양하지 않겠다는 각서에 싸인하고
집으로 노령견님을 모셔왔습니다.
부모님이 갖다 버려라 안그럼 둘이 나가라 라는 여러 엄포가 있었지만
노령견님께서는 이미 저희 집에 살기로 마음을 굳힌듯 했습니다.
부모님의 멸시를 아랑곳 하지 않으시고는 지금 10년째 저희 집에 살고 있습니다.
노령견님은 집에서 볼일을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눈이 오나 비가오나 날씨가 더우나 상관하지 않고 무조건 아침 저녁으로
하루 두번 산책을 해야합니다.
기본 30분 이상 해야하기 때문에 저희 가족들이 참... 고생이 많았습니다.. ㅠ
그렇게 저희 집에 자리잡고 가족들과 행복한 (저랑 노령견님만 행복한) 나날을 보내시다가
제가 필리핀으로 파견 근무를 나가게 됩니다.
노령견님을 매우 사랑한 저는 필리핀까지 데리고 갑니다.
유기견으로 길거리를 배회하다 잡혀서 동물병원 포스터에 등장하던 노령견님은
팔짜가 피시어.... 비행기.. 그것도 대한항공을 타시고 필리핀 세부에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십니다.
필리핀 세부에서 뱃놀이와 아일랜드호핑에 심취하시기도 하고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영어도 배우고 일도 하면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십니다.
사람들의 이쁨을 받으면서 음식을 하도 받아먹어 돼지가 되어가길래...
또 피부가 너무 안좋아서.. 사람먹는 음식 먹으면 안되니까
경고 문고도 목에 걸어봤지만 소용은 없었습니다.
주인이 외국인 노동자가 되어 밤낮을 일을 하고 좋은 사료 좋은 진료 좋은 환경 제공에
힘써드렸지만 뭐가 또 맘에 안드셨는지 가출했습니다.
두둥.....
저는 난생처음으로 입맛없음과 불면증을 경험하고 지옥에서 사는듯한 기분으로
만페소를 걸고 온 동네방네 땡볕에 엉엉 울면서... 포스터를 붙이고 돌아가닌 결과
3일만에 노령견님이 오셨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동네 사람들에게 유명인사가 되었습니다.
제가 지내던 곳은 세부에서도 외각 쪽 주거지역이였는데
하얀 한국여자가 울면서 포스터를 한아름 안고 오만데 다 들어가서
개를 찾고 있으니.. 그것도 어마어마한 금액을 걸고..
아무튼 노령견님은 또 어떤 딴집에 가서 잘먹고 잘 살았더라구요
어떤 필리핀 사람이 길가다가 우리 노령견님 발견하고 데려가서 잘 보살펴줬데요
휴... 십년이 뭔지 만년 감수했습니다.
몇일간 노령견님 찾기에 많은 도움과 격려를 준 직장 동료들에게
그때 세부에서 가장 핫했던 크리스피 도넛을 쐈습니다....
생각해보니 노령견님을 모시고 오는데 3만원 들었는데
해외로 데리고 오는데 드는 비용에 다시 한국으로 오는 비용
그리고 현상금..; 정말 몸값이 높으신 분이 됬네요
노령견님은 그 필리핀사람 집이 더 좋았을지 모르지만
다시 제 품으로 돌아왔고 몇년간의 필리핀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한국으로 같이 돌아와서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고 계십니다.
가출 좀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시고 사랑합니다.
만수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