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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너무도 잘지내네요, 아마 나보다 중요한게 많았던 사람이라 그런가요.

괜찮아요 |2016.04.05 15:04
조회 1,590 |추천 11

나는 나보다 중요한게 많은 당신이라도 사랑했어요.
처음에는 그 무엇보다 나를 사랑해줬던 그 모습이 있었기에, 돌아올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점차 나보다 중요한게 많은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그 순간마다 내가 작아졌어요.

 

 

당신도 알죠, 내가 드라마를 참 좋아한다는 것.
내가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는 연애의 발견, 풍선껌, 로맨스가 필요해였어요.
얼마나 좋아했으면 같이 보자고까지 조르던 날도 있었으니까요.
우리가 사랑하던 그 시간에는 행복한 장면들만 눈에 들어왔어요.
저 드라마에 나오는 저 사람들보다 우리가 더 행복하다며, 보기만해도 사랑스럽지않냐며,
주인공들이 끝을 말하는 그 장면에서도 우리는 다른 결말일거라며 웃었죠.

나는 당신이 내가 그런 말을 할 때 웃어주는게 참 좋았어요.
표현이 많지않은 사람이었지만, 나를 보며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거든요.

헤어진 지금은 싸우고, 헤어지는 그 장면들만 눈에 들어오네요.

작가님들은 정말 대단해요, 어쩜 저렇게 마음에 박히는 말들만 쏙쏙 적어내시는지..

마음을 후벼파는듯한 대사들에 나는 너무도 슬펐어요.

 

그런데 드라마에 나온 그 대사처럼, 사랑에도 갑과 을이 있는거였나요?
내가 더 많이 표현했기때문에 내가 을이었나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더 많이 실망하고, 더 많이 기대하고, 더 많이 아프고, 더 많이 지치나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속에는 수많은 갑과 을이 판을 치는데, 사랑에도 갑과 을이 존재해야만했나요? 서로 평등하게 사랑하자며 둘 다 더 좋아하는거로 하자며 그랬는데,
왜 항상 내가 더 많이 기다리고, 더 많이 기대했죠. 그게 잘못이었을까요..
당신은 내가 기다리는게 싫었을지도 몰라요, 바쁜데 해야할 일이 많은데 기다리고있으니.
그런데 처음의 당신은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고맙다고 했어요.
왜 그랬나요? 나는 그런 내 모습을 좋아해주는 줄 알았어요.
사랑이 변하니? 가 아니라 변하는게 당연하죠. 처음처럼 모든 걸 쏟아부을 순 없으니.
그렇지만 그렇다고해서 나를 점점 미루는게 당연하다는게 아니잖아요.

 

행아가 그랬어요, 선배는 바쁜게 아니라 나보다 다른게 좋았던거라고, 딱 그 느낌이었어요 내가.
바쁘다며 연락이라곤 한참 기다렸다 겨우 한 통, 기다린 나를 무심하게도 몇 마디로 끝나버리는 연락.
일이라곤 나라고 바쁘지않은게 아닌데, 한가해서 보고싶다고 당신을 사랑하노라고 내내 얘기한게 아닌데..
매번 힘들었노라 얘기하는 당신, 피곤하다며 느슨해지는 연락.
당신은 그거 아나요? 하루에 그 한시간이라도 아니 삼십분이라도 나만을 위해 쓸 수 있는 그 시간을 위해 나는 하루종일 기다리는걸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니까 이해해줘, 기다리고 또 기다렸어요.
처음의 당신은 그러지않았다는게 날 속상하게했을 뿐이에요.


그럴거면 그러지말지..


우리가 일주일에 한 번, 같이 만나는 하루가 너무나도 짧았고 헤어짐은 아쉬웠어요.
그 시간은 참 좋지만, 같이 있지않은 그 많은 날들은 힘들었기 때문에요.
바빠서 지쳐서가 아닌, 외로워서요. 분명 사랑하는데도, 당신이 너무 좋은데도 외로운 내가 싫었어요.
내가 문제인건지, 다른 사람들은 다 잘 견뎌내는지 이런것들을. 너무나도 불안했어요.

 

 

우리 사이를 어떻게든 이어가고싶었어요.
왜 드라마들 보면 물어뜯고 죽일듯이 하다가도 어떻게든 잘 이겨나가잖아요.
아, 물론 현실과 가상을 구별 못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저렇게도 살아가는데, 우리는 고작 이런거로 틀어지는게 이상한거다 라며 마음의 위로를 얻고자 늘 생각했던거죠.

나는 당신이 아니고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고, 당신 또한 그렇다고 대답했었죠.
그렇기때문에 여지껏의 우리는 다퉈도 금방 풀었고, 얼굴만봐도 화가 풀렸어요. 전까지는요.
그런데 내가 이 감정을 드러내서였나요?
혼자만 기다리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모습에서 그 모습이 억지스럽다는 당신에게 나는 더이상 할 말이 없었어요.
이미 나보다 중요한게 많은 사람인데, 이제는 내가 저 삶의 일상에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 사람일까를 생각하면서 내 자신이 초라해졌어요.
한편으로는 내 자신이 너무 이기적이게 보였어요. 당신은 나를 생각하고 있음에도, 내가 그렇게 느껴버리는 게 아닐까싶어서요. 자책하고 또 자책했죠 그 때는 모든게 내 탓같았어요.
말 할 사람도 없었죠. 당신은 내가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싫어했거든요, 이성 친구도 포함이 되었다는 이유로.
나는 친구들도 좋지만, 당신이 더 좋았나봐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기에 나도 일하고 난 후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싶은 대상이 필요했고, 그게 당신이었는데, 내 옆에 있어주지않으니 외로운거였을지도 모르죠.

하루종일 일하느라 바쁜 당신이, 친구를 만나러 가서 연락이 없던 그 날, 너무 서운했어요.
오늘도구나.. 싶어서.
서운함을 드러낸 그 순간, 또 다툼.
내가 이렇기때문에 얘기하고싶지않았던거예요.
그리고 헤어짐. 이런 싸움으로도 이별에 다다를 수 있다는거에 허망하더라구요.

나는 이별이 거창한건 줄 알았어요, 크게 싸우고 치고박고 해야만 헤어지는건줄 알았거든요.
이렇게 허망하게 끝날 줄 알았으면 그냥 한번 더 참을걸, 얘기하지말걸 하는 생각을 그 순간부터 오늘까지했네요.


이별 후에 나는 당신 얼굴만 그려도 눈물이 나고 마음이 퍽퍽해지는게, 꼭 닭가슴살을 자르지않고 한덩이 물고씹는 기분이에요.
자고 일어나자마자 집에서도, 어이없게도 예능프로그램을 보다가도, 지하철에서 무심하게도 꺼내진 당신의 사진을 보고도, 자기전에 눕기만해도 눈물이 나네요.
당신도 그런가요? 아니겠죠. 나는 알고있었어요. 당신은 이미 헤어지기 전부터, 내가 없이도 뭐든 잘 하고 잘 지낼 사람이었다는걸요.


그 생각과 다를 것 없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더데, 나도 나름 잘.. 지내요.
아니, 잘 지내는 척이라도 하려구요.


자존심빼면 시체였던 내가 당신에게는 만나는 동안 버릴만큼 다 내려놨어요. 당신도 그랬죠.
많이 바뀌었다고, 싸우면 찾아가고, 편지를 쓰고..나는
나는 헤어진 후 글자 하나라도 더 보려고 편지를 봐도 볼 수 있는게 많지않아서 슬펐어요.
더 많이 써달라고 조르기라도 할 걸 그랬나봐요.

헤어지고 나는 사진 하나 지우지 못해서 보고 또 보고 그러는데, 순식간에 지워진 당신의 모든 곳의 우리의 흔적이 마음을 찔렀어요.
매정하게도 정리해버린당신이 미웠지만, 그 덕에라도 미워할 핑곗거리가 생겼거든요.
무턱대고 내가 사랑한 당신을 탓하기가 무서웠는데, 그런 핑계라도 있어야지 미워하죠..
사실은 헤어지면 다시 만나는 일같은건 절대 없다고 말해왔는데, 그 말을 당신에게 한 것을 후회했어요. 그래서 당신이 나에게 더 매정한걸까봐. 내가 김칫국 마시는거겠죠?

 

잘지냈으면 좋겠어요, 나는 아직도 당신의 모든 일상을 보게되고, 그러면서 잘지내는구나 위로해요.


아직은 금방 다른 사람이 당신 곁에 있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없으니,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아무리 자존심을 다 버려가며 당신을 사랑했다지만, 이런 말들은 차마 전해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내가 정말 사랑할 수 있게 해줬어서 고마워요.
나만 자존심 없던 것도 아니었고, 날 위해서 최선을 다해준 모습에 고마웠어요.
그냥 난 변한 당신에게 외로웠고, 더 사랑받고싶었나봐요.
사랑해주는 걸 알지만, 내가 뒤로가는 그 모습에 불안했고, 더 사랑을 표현해주길 바랬는데.

 

 

봄이잖아요, 우리가 서로 좋아하던 봄. 봄이 되면 할 것들이 많았는데
우리가 함께 보러가기로 한 벚꽃들도 벌써 피기 시작했구요, 같이 갈 수는 없겠지만, 고궁 야간개장도 꼭 가보기로했는데 못갔었는데 당신은 갔다왔더라구요, 나도 나중에 꼭 한 번 가볼게요 예쁘더라구요
여름이 되면 물놀이도 가자고 했는데, 그것도 못가겠네요 그 계절이 오면 조금은 괜찮을까요?


이미 나 없이도 잘 지내는 당신의 모습에 나는 마냥 괜찮지는 않아요.
나만 힘든거같아서, 조금은 서글프더라구요. 사랑은 같이 했는데.. 당신도 조금은 속상했으면 좋겠어요. 나만큼은 아니라도, 내 사진을 보면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내가 성격이 좋은 편은 아니라면서 매번 헤어진 후 행복을 빌어준다는 주인공들의 말에 내가 코웃음 쳤던 것 기억나요? 미쳤냐고.. 내가 웃으면서 그랬죠, 헤어진 후에 나는 당신에게 꼭 불행했으면 좋겠다고 할거라고, 나는 당신의 행복을 빌어주지 못할 거라고, 그 때 당신은 얘기했어요.
헤어지지않을거니까, 불행을 바랄 일도 없을 거라고..
난 그 때도 지금도 그래요. 행복을 빌어주지는 못할 것같아요. 그치만 불행하지는 말아요.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잖아요, 미련하게 보이고싶은건 아닌데, 우리가 아무리 지지고 볶고 싸웠어도 그래도 당신은 나를 사랑해준 사람이고, 내가 이만큼 사랑할 수 있게 해준 좋은 사람이었어요.
그러니까 불행하지는 말아요.

당신은 내가 없어도 일도 잘하고, 잘 놀 사람인걸 알지만요.
그렇게 열심히 하고싶던 일이고, 좋아하던 사람들이니까요. 당신에게 밀려난 내 자신은 초라했지만 당신에게 사랑받던 사람이라 행복했어요.

 

내가 아직 부족해서 나를 뒤로하는 모습마저도 이해해주지 못해서 미안했어요.
나도 그렇지만 내 자신을 찾고싶어요. 더이상 자책도 그만하려구요.


미련하게도 속상해하는 모습에, 다들 볼만큼 보고 울만큼 울고 시간이 약이래요.


미안해요, 부족했던 나라서.
고마워요, 행복하게해줬어서.
과거형의 단어들이 아직은 많이 슬프지만 힘들어도 울고, 그러다보면 덤덤하게 이겨나갈수있겠죠.

나도 열심히 일하며 지내볼게요. 고마웠어요 나를 사랑해줬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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