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은따당하는 여사친 문제로 고민글 썼던 남자야.
그 애가 웃음 되찾는 날 후기 쓰겠다고 했었는데,이제는 후기를 올려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엄청나게 많은 응원과 조언 댓글, 그 중에서도 강경하게 지켜주라는 조언이 많았잖아.덕분에 많이 용기를 낼 수 있었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지만..사실 초반엔 굉장히 힘들었어. 나도 그 애도 둘 다.
가끔씩 언성 높아질 때마다 다른 상관없는 친구들한테 미안해서 괴롭기도 했고,내가 딴에 지켜준답시고 그렇게 방패노릇 자청했지만,난처해서인지, 미안해서인지, 두려워서인지...그 애가 고개 숙이고 눈물 뚝뚝 흘리는 모습 볼 때마다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게 맞는건지, 그앨 더 힘들게 하는건 아닌지 회의가 들 때도 많았어.초반 한동안은 우리 둘 모두에게 가혹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
그치만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그 때 물러서지 않았던 것, 정말 잘한 일이었던 것 같아.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어준 친구가 두 명이 있는데,한 명은 우리 같은 반 남자애야.얘는 좀 흥분하면 말의 반이 'ㅅㅂ'로 이루어진 그런 애라, 걍 수박이라고 할게.한 번 또 쉬는 시간에 나랑 걔네들이랑 말다툼이 있었거든.그런데 수박이가 드디어 처음으로 내 지원군이 되어준거야.좀 지난 일이라 정확히 기억은 못하겠는데....대충 이런식.
"아니..ㅅㅂ 야, 니네ㅅㅂ 해도해도 너무하네ㅅㅂ진짜ㅅㅂ~~~어쩌고 저쩌고ㅅㅂㅅㅂ"
그런데 그 수박이 단 한 명이 도와준게 그렇게 큰 도움이 될 줄은 몰랐어.한 명이 두 명이 되니까, 여태까지 방관하던 남자애들도 조금씩 웅성웅성 하더라.수박이처럼 강력하게 서폿해준건 아니지만,"맞어 진짜 적당히좀 해라 니네" 이런 식으로 한 마디씩 거드는 친구들이 몇 명 있더라.확실히 그날 이후로, 괴롭히던 여자애들 무리가 좀 위축된건 분명한 것 같아.
그리고 결정적인 도움줬다는 다른 친구 한 명은 다른 반 여자앤데엄청 친한건 아니었지만, 나랑 초등학교 동창이고 좀 편한 그런 친구야.걍 비글이라고 할게. 성격이 붙임성 엄청 좋고 좀 푼수떼기라서.
사실 전에 글 썼을때, 댓글보면서 다른 여자애들이랑 친하게 해줘야 된다는 조언이 많았잖아.그거 보고나서 고민을 많이 했거든.딱히 친한 여자애들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남자인 내가 여자끼리 친하게 해주려면, 어떻게 자연스럽게 엮어줘야 되는지 막막했거든.
그런데 비글이 덕분에 그 문제가 해결이 됐어.점심시간에 그 여사친이랑 같이 교정 걸어가고 있는데 비글이랑 마주친거야.그런데 비글이가 갑자기 막 능글맞은? 음흉한? 표정 지으면서 놀리더라고.그림이 수상하네, 뭐가 이렇게 달달한거네, 여자가 아깝네...뭐 이러면서 장난스럽게ㅋㅋ그 때 딱 그 생각이 들더라. 얘라면 뭔가 금방 친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생각.
그래서 이참에 얼굴 트게 하고 소개시켜줘야지..하고 말 꺼내려고 하는데붙임성 좋은 비글이답게 걔한테 먼저 말을 걸더라고.니가 아깝다고, ooo(내이름) 얘 완전 나쁜새끼라고 갖다 버리라고ㅋㅋㅋㅋ비글이 덕분에 우리 둘 다 간만에 엄청 웃고,셋이 벤치에 앉아서 얘기도 하고 금세 친해졌어.얘도 비글이한테 호감 느끼고 친해지고 싶었는지말도 많이 걸고, 리액션도 잘하고, 웃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어.
그런데 정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비글이가 도움이 많이 되어주더라.비글이는 성격이 엄청 유쾌해서 남녀불문하고 친구가 엄청 많은 편인데,비글이가 지네 친구들이랑 우르르 몰려서 가다가도 얘 보면 바로 인사하고 말걸고..지 친구들 먼저 보내놓고라도 대화 조금 더 하다가 가고 그런 식으로.꼭 무슨 몇 년 알고 지낸 사이처럼 살갑게 대해줬다더라.그러다보니 얘도 비글이 친구들이랑 얼굴 트고, 가끔씩 같이 다니는게 좀 보이더니언젠가부터는 거의 비글이네랑 어울려 놀더라고.
언제부턴가 얘랑 톡하면, 비글이네랑 뭐하고 놀았는지 그런 얘기 많이 하거든.4월에 얘 생일이었는데, 비글이네가 서프라이즈도 해주고,서로 집에 놀러간 적도 있고, 옷도 바꿔입고 그랬다고 신나서 얘기하는데,여자들 사이에서 그게 어느 정도의 의미인지는 잘 모르지만, 많이 친해진거 아닐까 짐작해.
남자인 나로선 아무리 노력해도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을, 같은 여자로서 비글이가 채워줄 수 있었던게 너무 다행이다.
요즘은 얘가 얼굴도 목소리도 많이 달라졌어.항상 우울하고 의기소침해 보였던 느낌이 많이 사라지고,뭔가 "안녕~" 한 마디에도 밝음이 느껴진다고 해야되나..톡을 해도 요즘엔 농담, 드립도 꽤 하고, "ㅋㅋㅋㅋ" 이런것도 엄청 많아졌고,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웃는 모습 많이 보니까, 솔직히 더 예뻐보이는 것도 있고ㅋㅋ하여튼 너무 보기 좋다.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그 때 내가 고민끝에 글을 쓰지 않았다면 지금은 어땠을까..21살 형의 개썅마이웨이 댓글이 베플이 아니었다면,다른 분들 의견도 학교에선 멀리하라는 의견이 중론이 되었다면,그래서 내가 학교에서 안친한 척, 모르는 척 했다면 지금은 어땠을까..초반에 혼자하는 외로운 싸움이 너무 힘들어서 포기했다면 지금은 어땠을까..?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애가 웃음 찾은건, 나 때문보다도, 다른 친구들 때문보다도,어떤게 옳은 것인지, 어떤게 남자다운 것인지 알려준 모든 사람들 덕분일거야.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해.
그 때 많은 조언, 격려, 응원해준 모두에게 정말 진심으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