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지 말라던 판도라의 상자를 굳이굳이 열어버린 내가
너를, 고무신을 내려놓은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신고 있을 때는 그리도 느리던 시간이
벗고 나니 날개라도 단건지 빠르게 가더라.
너의 군화는, 내 무게를 덜어내어 가벼워 졌을까
계급 바뀔 때 마다 편지 써달라고 했었는데
결국 마지막 계급은 못 받았네
정말 많이 원망했고, 미워했다.
일주일만에 니가 보고싶던, 니 목소리가 듣고싶던
내 자신이 더 미웠다.
1년 반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어딜 그리도 많이 다녔던건지,
가는 곳 마다 니 생각에 몇번이나 걸음을 멈췄었다.
같이 해외여행도 가고싶었는데 잘됐지 뭐
혼자 가서 펑펑 돈쓰면서 놀고 먹고 올거다
니가 새벽에 집 앞에 찾아왔던 너의 휴가날..
니 얼굴을 보면 욕이라도 해줘야지 생각했는데
오랜만에 본 얼굴이 반가워서
몇십번을 보여준 맨얼굴이 새삼스레 부끄러워서
눈도 못 마주치는 내가 우스웠다 ㅋㅋㅋㅋ
여전히 잘생긴 너는
내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미소를 지었지만
나는 웃음이 나오지 않아서
앉아있던 널 두고 뒤돌아서 도망쳤어
그렇게 혼자두지 말 걸 얼마나 후회했는지..
아마 너는 평생 모르겠지
엇그제는 너랑 몇 번 만났던 내 친구가
너는 무슨 색 무슨 음식을 좋아했는지 뜬금없이 물었어.
근데 아무 대답도 못 했다
항상 나에게 맞춰주던 너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하나도 몰라주던 내 스스로한테 자괴감이 들었어
다음 연애는..
꼭 너만큼이나 다정한 사람과 사랑받으며 해라.
나같이 무심한 여자 말고..
우리가 다시 볼 수 있을까 물었지?
그땐 그럴 수 있겠지 대답했지만 사실 너를 볼 자신은 없다
술퍼마시고 페메보냈던 날은 말그대로 죽고싶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주가던 맥주집에 붙여놨던 포스트잇은
나도모르게 떼어서 가방에 챙겼다
이제 다 갖다 버릴거야ㅋㅋㅋㅋ
CC였던 우리가 헤어진 소식은 분명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 입에 몇백번이나 오르내렸겠지만
너가 복학할 때는 나와 상관 없이
풋풋한 학교생활을 하길 바란다ㅋㅋㅋㅋㅋㅋ
비록 안풋풋한 복학생이지만 ㅎㅎ 군필자 잖니?
하고 싶던 일로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응원할게.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