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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 그 날 밤

남자 |2016.06.09 15:25
조회 1,095 |추천 1

술을 많이 먹었었다. 그날은 유독...

취하고 싶었다. 그래서 연거푸 몇잔을 들이켰는지 모르겠다.

 

주량이 2병 정도 밖에 안 되는 나는

그 날 최소 3병 이상 먹었으리라 생각된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집에 택시를 타고 갔는지, 버스를 탔는지, 걸어 갔는지조차...

아찔하다... 무슨 사고라도 있었다면 의식도 없는 상태서 죽었을 것이다.

 

휴대폰이 없다. 희안하게 늘 가지고 다니는 여분의 배터리와 함께

배터리 2개는 다 있고, 심지어 배터리 쪽의 휴대폰 뚜껑도 갖고 있지만

유심칩이 끼어 있는 폰 알맹이만 없다.

 

상처가 났다. 이마, 코, 인중, 손가락에 생채기같은게 크게 났다.

넘어졌을까... 기억도 안 난다.

 

휴대폰을 찾으려 전날 간 술집도 가보았지만 없다고 한다.

거기엔 사진이 있다. 그녀랑 찍은 사진들...

매우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 속이 탔다.

어차피 이제 버젓이 사진첩에 두고 다닐 관계로 유지할 것도 아니면서...

 

술을 그렇게 마신 사유는,

또 다시, 이제서야 다시 내 마음 속에 들어온 여자를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그렇게 지긋지긋하게 원하는

나를 충분히 서포트할 수 있는 여자를 만나기 위해서

듀오를 가입했고 그 곳에서 만난 여자다.

부모님께 구두로 소개드리자, 안 좋아하신다.

 

첫째로, 학원강사라는 점...

라이프 사이클이 안 맞는다는 것이다. 내가 퇴근하면 한참 일하고 있을 때고

내가 잘 때즈음 올테니... 지금이야 잘 챙겨준다 하지만, 생활에 부치다 보면

저녁 챙겨 주지도 않을테고... 집안일도 도맡아야 할 꺼 아니냐는

부모님의 주장이다. 솔직히 일리는 있다...

 

두번째로, 학원원장이라는 점...

원장이라고 하면 오히려 좋을 것 같으나 부모님은 그게 더 안 좋다고 한다.

아무래도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것이니, 모든 생활은 여자 중심으로 간다는 것...

 

세번째로, 직장의 위치...

내 직장과 그녀의 직장 위치는 다소 멀다. 결국 여자쪽 근처에 집을 얻어야 할텐데

그렇게까지 모든 것을 맞출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듀오에서 만나는 건 어차피

서로 조건 맞춰 보고 만나는 건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 이거다...

 

이런 등등의 말들은 사실 나도 생각하고 있던 바였다.

과거 부모님과 싸웠었던 기간의 기억이 날 또다시 몸서리 치게 했고, 반발케 해서

다시 부모자식간의 관계가 한동안 악화가 되었지만,

난 다시 그 경험을 하기엔 사실 지쳐 있다.

부모님의 기대라는 명목 하에 얼마나 굳건한지 난 지난 1년 남짓 되는 기간동안

뼈에 사무치도록 배웠고 난 그 싸움에서 졌다.

 

술 먹고 전화를 했는지 카톡을 했는지 모르겠다.

오늘 개통을 하고 카톡을 보니, 이야기를 했나 보다...

얼마나 아픈 말을 했을까... 날 보며 웃는 그 이쁜 얼굴에 어떻게 침을 뱉었을까...

속상하다... 아프다...

우린 참 통하는 것이 많았다. 우연의 일치가 너무 많았고

우리 말대로 정말 소울메이트와 같은 존재 같았다.

안지는 1달, 만난 횟수 10번도 안되는데 이렇게까지 내 마음에 들어올줄 몰랐다.

 

이 여자는, 이런 내게 나쁜 말 한 마디도 안 하고

또 이해를 하고 웃고 있다. 카톡상으로나마 밝은 척 하는 것이겠지만...

 

어제 아팠다고 한다. 보고 싶다.. 안고 싶다.. 미안하다고 말하고

감히 사랑한다는 말도 하고 싶다. 나도 이렇게 핸드폰 부여잡으며

실시간으로 카톡하는 내가 신기할만큼 빠져 들었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말... 아예 단 한 번도 입 밖에 꺼내면 안되겠지...

 

자꾸 카톡을 건네온다.

연락을 안 했으면 좋겠다. 화내고 욕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이 너무 약해 진다...

힘들다...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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