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읽어버린 우리 똥개..

유주얼릭 |2008.10.13 21:24
조회 411 |추천 0

그저께 저녁이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어떤 할머니가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산책을 나왔는지 강아지와 함께 서계셨어요..
그 때 눈에 띈 그 강아지는..
예전에 가족같이 지내다가 잃어버린 개..
'방울이다'
놀란마음에 막 뛰어갔는데..
개는 깜짝 놀라서 할머니 바지춤에서 말똥말똥 쳐다보고 있고..
한동안 잊고 지내던 그 놈 인줄 알고 참 많이 놀랬습니다..
집에 오니 막 눈물이 나네요..
짜식..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길 바래..

 

 

 

저희 어머니는 동네에서 수퍼를 하고 계십니다..
어느날 손님이 개를 맡기고 가셨는데요..
저희 아버지가 개를 참 좋아하셔서 그 개를 기르겠다고 들여 놓으셨습니다..
숏다리, 롱허리, 얼굴 왕대갈 에다가..
말 그대로 똥개..
별로 이쁜구석이 없는 놈이 들어왔습니다..
숫놈이라 이름을 방울이라 지었답니다..
못생긴 똥개 이름으론 참 안어울린다는 생각..
어머니도 개를 싫어하시진 않는데요..
가게가 지져분해 진다고 별로 달가와 하진 않으셨습니다..


저는 그당시 지방에서 일하던 터라 몇주에 한번씩 집에 다니러 왔습니다..
그런데 그새 어머니께서 방울이를 이뻐하고 계시는 겁니다..
저도 가끔씩 보면서 이놈한테 점점 정이 들어 갔구요..
손님들이 방울이를 좋아라 하고.. 동네 얼라들이 산책도 다녀오고..
영낙없는 동네 구멍가게 개였습니다..
저도 점점 이뻐하고 있었구요..
무엇보다 저를 감동시킨 것은..
이놈이 텃새를 부리느라 다른 개들이 침범하는걸 못 봅니다..
덩치도 작은놈이 지보다 큰놈을 막 달려들어서 쫒아 냅니다..
싸움 끝나고 집에 들어와서 아프다고 깽깽 거려도..
자기 구역 지키는 모습이 대견스러운 똥개 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동네 꼬마를 물어버린 사건이 생겼습니다..
장난치다가 해꼬지를 당했는지 그 꼬마를 물어버렸대요..
수퍼집 똥개가 동네 아이를 물었으니 난리가 났겠져..
애 아줌마는 펄펄 뛰고..
고심끝에 어버지께서 방울이를 다른집에 주고 오셨다고 합니다..
참 상심이 컸습니다..
특히 저희 어머니가 많이 보고싶어 하셨는데..
일주일 정도 지났나..
결국 엄마를 모시고 개를 보고 오기로 했습니다..
아버지께서 친목회 하시면 자주 가시는 식당에다가 두고 왔다는 얘기만 듣고 찾아 갔는데..
도착해 보니.. 그 식당이란데가..
보신탕집 이었습니다..;;
다행히 밤중이라 보신탕집은 닫혀 있었고..
어머니는 목끈을 풀어 방울이를 끌어 안고 막 뛰어갔습니다..
나중에 아버지 말씀이..
보신탕집이지만 주인장이 애완견으로 기르겠다고 해서 주고 온 것인데..
며칠새 홀쭉해진 놈을 보니 그냥 두고 올 수 없었지요..
똥개를 보신탕집에서 애완용으로 기른다니 이건 참 아이러니 입니다..


이후에도 말썽이 생겨서 먼곳에 맡기기도 했지만..
다음날 제발로 찾아와서 벌렁 누워서 자고있고..
이놈이 우리 식구가 되려나 보다 하고 그냥 기르게 되었어요..
다른곳에 보내면 상심만 커지고..
함께 지내던 가족을 버리는 것도 참 못할 짓이구요..
그렇게 이 똥개와 4년넘게 지내온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집에 와보니 내동생 방울이가 안보이네요..
항상 가게 안에서 묶어두고 있긴 했지만 결국 사건이 생겨버렸습니다..
이번엔 동네 할아버지를 좀 심하게 물었나 봅니다..
결국 아버지께서 지나가는 행인에게 가져가라고 줘버리셨대요..
이젠 제발로 찾아올 수 없는 곳으로 멀리멀리 가버린 듯 합니다.. ㅠ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줘버려서 찾아 갈 수도 없게 됐습니다..
차라리 더이상 보지 못하게 그렇게 하셨나 봅니다..
주택가에 아이들도 많고 동네 주민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입장이니
말썽을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어쩔수 없는 선택인것 같습니다..
그땐 아버지를 원망 했었지만 어쩔수 없으려니 생각 합니다..

 

 

 

그렇게 작별인사도 없이 보내버렸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누구보다도 가족같이 지내오던 녀석이었는데..
늦은밤 홀로 가게 보시던 어머니가 그나마 그녀석 때문에 덜 무서워 하셨는데..
목끈이 풀려서 막 뛰쳐나가면..
돌아오라고 소리치는 어머니를 보고 다시 돌아오던 녀석이었는데..
어머니는 마음 아프시다며 폰에 저장된 사진도 다 지워버리셨네요..
방울이 이놈아..
올여름 참 무더웠는데 안잡혀가고 잘 살고 있냐??
이제 곧 추워질텐데 혼자 떠돌아 다니는건 아니겠지?
넌 눈치밥 9단이라 어딜가도 이쁨받으면서 잘 살고 있을거다..
살아있다면 우연히라도 한번 마주치길 바란다..
우리 가족.. 아직도 너 많이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방울아..
형아가 많이 미안해..

추천수0
반대수1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