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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잘 컸다고 생각했는데

|2016.07.05 03:17
조회 7,205 |추천 41
편의상 반말로 할게요....

난 초등학교 저학년일때 부모님이 이혼하셨어
이유는 아빠가 술주정뱅이여서
직장도 안나가고 집에서 술만 먹고 컴퓨터만 했어
그래서 엄마랑 이혼 후
친할머니집에서 아빠랑 살았어

근데 아빠는 여전히 술만 먹고
집에도 잘 안들어오니까
할머니는 내 짐을 싸서 집 밖에 던지고
나가라고 하시고
새벽에는 깨워서 아빠 찾으러 나가라고 했어
그 때마다 숨거나 할아버지가 막아주셨지만..
어린 나이에 진짜 나쁜 생각 많이 했어

지금도 명절때 친정에가면 눈치가 많이 보여
아빠는 술취해서 이상한 소리만 하지
큰 엄마 작은 엄마 일하시는데
사촌언니가 일을 안 도와도 나는 도와야돼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는
학교에서 친구들한테 따돌림을 당했어
소위 잘나가는 여자애들이 날 싫어했는데
방과후에 청소 중인 나한테 와서
다정한 말투로
마치고 어디로 와~ 라고 말해서 이상했지

그래서 창문밖으로 내다보니까
그 때 일통 이통이라고 말하는
학교에서 싸움 잘한다는 남자애들이랑 있더라
그 때 너무 무서워서 담임선생님한테 말하고 넘어갔지


그리고 피구를 하면
내가 공으로 소위 잘나가는 여자애를 맞췄는데
친구들을 데려와서 나한테 사과하라고 하고
미안하다고 했더니 사과하면 다냐고 하고

자기 남자친구를 데려와서 나 때리라고 하고 그랬어
그 남자애는 날 때리진 않았지만

그 외에도 나한테 냄새나는거 같지 않냐고
다른 친구들한테 얘기하고
그 애들끼리 만나서 나한테 전화오고
계속 전화돌려가면서 욕하고
난 듣고만 있다가 걔네가 끊었는데
왜 끊냐고 다시 전화해서 욕하고
내가 안끊었다고 해도
이 전화기에는 누가 끊었는지 뜬다면서 자기들끼리 웃고

내가 왕따를 당하기 전에는 성격이 이렇지 않았는데
왕따를 당하고부터 성격이 많이 소심해진거같아

그래도 내 주위에 있어주는 착한 친구들도 있었어
아직도 만나는 친구들인데
친구들이 말하는 초등학생때 내 모습은
그 일진 무리들이랑 마주치면
항상 소매를 당겨서 눈물을 훔쳤대
그게 친구들이 기억하는 내 모습이고

어쨌든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고등학교를 좀 멀리 다니게 되면서
날 왕따시켰던 애들이랑 멀어지고
다시 다른 친구들도 사귀고
성격도 좀 나아졌어

그리고 고등학생때부터 엄마랑 살고 있고
학기 중에는 대학 기숙사에 살아
이런 말까지 하긴 좀 그렇지만
우리 친척 중에서는 내가 제일 좋은 대학도 가고
남들이 보기엔 잘 사는 것처럼 보일거야
친구들이 보기엔
그냥 평범한 가정에서 부모님 사랑받고 잘 평범한 애


가정형편도 안 좋고 어릴 때 왕따도 심하게 당했는데
이 정도면 잘 자랐다 생각하고 있었거든
친구들 사이에서도 착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

근데 이게 진짜 내 모습일까?
겉보기에 친구들이 보기엔 내가 착하고
잘 자란 것 처럼 보여도
속은 썩어 문드러진거같거든

엄마랑 어릴때 떨어져 살다가
지금 같이 사는데
난 엄마도 불편해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친구들은
엄마가 편하겠지? 그건 어떤 느낌일까

그리고 아빠는 여전히 술주정뱅이고
이제는 할머니랑 아빠도 떨어져살지만
아빠가 할머니 전화 안받는다고
할머니가 나한테 전화오셔
아빠한테 전화해보고 전화달라고

난 서울에 대학을 가서 기숙사에 살다가
이제 방학이라고 내려왔거든
근데 할머니 아빠한테는 아직 서울이라고 했어
할머니 얼굴보면 또 아빠 하소연 하실꺼고
아빠 술취해서 제정신 아닌 모습을 보기가 싫거든

나한테는 아빠도 엄마도 진짜 친구도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주위에 친구가 적은 것도 아니고
선후배 동기 나 두루두루 지내는 편인데도

정말 나를 다 보여줄 수 있는 친구는 없는 느낌이야

내 집안사정 어릴 때 왕따 당한것도 친구들한테 얘기안해
내가 이렇게 숨기는게 많은데
내가 진정한 친구를 사귈수있을까?
가족도 친구도 없는데 나한테 있는건 뭘까?


예전에는 내 인생이 파란만장하다고 생각했어
난 힘든일이 있었어도 이때까지 다 잘 극복하고
견뎌냈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요즘따라 왜 극복한게 아니라 그냥 버틴거라는 생각이 들지

아빠 술문제도 내가 아주 어릴때부터 있었던 문제니까
지금까지도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생각하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그래서 자꾸만 그 상황을 피하고 싶고
아빠를 멀리하고 싶어

근데 또 아빠를 생각하면
우리 아빠는 날 진짜 많이 사랑해줬는데
아빠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난데
내가 이러면 안되는데 싶어서 너무 죄책감이 들어

그리고 내 나이가 이제 20대 중반인데
나중에 결혼을 하더라도
부모님 사이 안좋고
아빠 술주정뱅이인 집안 딸을
어느 집안에서 좋아해줄까 싶은 쓸데없는 생각도 드네
정말 부모님 사이좋고 화목한 집안에서 자란 아이들이 부럽다



두서없고 긴 글 읽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새벽에 잠도 안오고 넋두리 해봤어...
추천수41
반대수2
베플ㅇㅇ|2016.07.05 10:04
진짜 잘큰거 맞아 그니까 자신감 갖고 살면 좋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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