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랫동네에 태어날때부터 봐온 좀 모자란 남자애가 있어.
유치원때부터 중학교까지 나랑 같은 학교였고.
어떤 애 였냐면, 수업 도중에 소리 지르고 이유없이 웃고 헛소리하고
수업에 방해를 줄 정도로 심하게 그랬어. 그래서 격리 되기도 했고
중학생때는 도움반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따로 수업받았어.
그런데 걔는 정신병이 있는 아이가 아니야. 흔히 생각하는 정신지체나 혹은 지능이 낮은.
문제가 뭐였냐면, 걔네 아버지가 알코올중독자 였거든? 나도 보는것 만으로도 겁날 정도로
사납고 폭력적이신 분이었어. 허구한날 어머니 개패듯 패시고 걔도 패고. 심지어는
걔네 사촌형까지 끌고가서 때리는것도 봤어. 그런데다 걔 어머니는 어릴적 사고로
'아아...' 이런 소리는 내지만 말을 하지는 못하신단 말야.
그러니까 걔는 그게 잘못된거라는걸 몰라. 부모님이 가르쳐 주지 않았으니까.
걔가 그렇게 수업에 방해를 줄때면 아이들은 걔를 괴롭혀댔어. 때리고 욕하고.
선생들도 화만 버럭버럭 낼 뿐이지 아무도 하면 안된다고는 가르쳐 주지 않았지.
그러다 중학교 올라와서 도움반 선생님을 만났고, 걔네 아버지가 간경화로 돌아가신후
아이가 조금씩 달라지더라. 중학교 초반엔 똑같이 수업할때 소리지르고 그랬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도움반에서 수업 받으면서 점점 조용해졌어. 그제서야 가르쳐준거야.
하면 안된다 라는걸. 그이후 완전히 바뀌진 않았지만 큰 변화가 왔고 아이를 괴롭혀왔던
폭력이 완전히 사라졌으니 괜찮아진줄 알았어.
스물한살된 지금도 버스에서 자주 만나고, 이젠 여느 내 또래와 다름없이 잘 다니기에
잘 지내는 줄만 알았어. 걔네 작은 어머니도 자주 오가시면서 잘 보살펴주시고 어머니도
괜찮아 보이셔서 이제 괜찮구나. 잘 지내는 구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그런데 오늘 들려온 얘기가 가히 충격이더라. 어머니를 끌고 다니면서 폭행했대.
그래서 경찰까지 왔다더라. 빈집이나 하우스 앞에 돗자리 깔고 노숙하기도 하고.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어. 이미 아이는 망가졌어. 자기 아버지와 똑같이 행동하고 있는거야.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끝이났을거란건 내 큰 착각이었어. 너무 끔찍하더라.
아버지로 인해 모자른 삶을 살아왔는데 이젠 아버지의 영향으로 망가진 삶을 살아.
어머니는 또 다시 고통받고 상처받고. 아이는 아이대로 무너지고. 너무 안타깝더라.
내가 좀 더 챙겨줄걸 이란 후회도 들어. 걔가 유일하게 친구라고 의지하는게 나였거든.
어딘가에선 또 가정폭력에 망가지는 사람이 있겠지. 저 아이처럼. 너무 마음아프다.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 내가 가정폭력을 일으키는 순간 내 아이의 가정에서도
똑같은 어쩌면 더 끔찍한 가정폭력이 일어난다는것을.
자식은 가르쳐주지 않으면 몰라.
내가 부모님을 따라한다고 했던 행동이
누군가에게 상처를주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