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남고생인데, 고민 있어요
저랑 같은 고민하신 경험 있으신 분 댓글 좀 달아주고 가세요 ㅜㅜㅜㅜㅠ
지금 제 머리도 너무 혼란스러워서 지금까지 있던 일 정리하며 구구절절 적어볼게요.
일단 전 이성애자에요. 지금은 확실하진 않지만, 어쨌던간에 한치의 의심도 없이 이성애자라고 믿어왔는데.
요즘 그 믿음이 흔들리네요
한 친구가 있는데 저랑은 14년지기? 정도 된거같아요.
제가 형이 있긴 한데, 나이 차이가 꽤 많이 나서 거의 외동처럼 지냈고 이 친구도 외동이다보니깐 형제처럼 거의 같이 자랐어요.
그래서 볼꼴 못볼꼴 서로 다 보여주면서 유치원 초, 중 다 같이 나오고 지금도 같은학교에요.
서로 성격도 워낙 잘 맞아서 맨날 붙어다니니까 어렸을 때부터 저흴 알았던 애들은 사귀냐고 할 정도고.
여기서 문제는, 작년에 이 친구가 커밍아웃을 했어요 저한테.
조금은 당황스러웠는데 얘도 많이 힘들었겠지 싶어서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이해해줬어요.
그래서 지금 좋아하는 사람은 있냐, 사귀는 사람은 있냐 물었더니 없대요. 지금까지 사귄 경험도 없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사귈 용기도 없다 이런식으로 말했던 것 같아요.
저는 걍 다 이해할 수 있다. 힘들면 말해라 했었는데
한 달 전에, 음 안좋게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이 친구가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고 혼자 집에 가던 길이었나봐요.
전화가 왔어요.
완전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을 하더라고요.
너가 나한테 힘들면 다 말하라 했지? 나 너무 힘들어
지금 집 쪽으로 가고 있으니까 나와
라길래, 놀라서 나갔죠. 이새낀 또 뭔 짓을 했나하고.
나갔더니 아파트 앞 정자에 고개 숙이고 혼자 앉아있더라고요. 뭔가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한데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조용히 뒤에 앉았어요.
그랬더니 인기척을 들었는지 제 이름을 계속 부르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왜. 하고 말았더니
지도 꼴아서 무슨 말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이 똑같은 말 계속하고 계속하고 여기 샜다가 저기 샜다가 하는데
결론은 조합해보면 절 좋아한다는 거였어요.
이 친구가 일단 저한테 커밍아웃을 한 상태니 순간 날 남자로써 좋아한다는건가 싶다가도 설마싶어서 그냥 아무렇지도않게
나도 너 좋아해 새끼야 누가 보면 우리 한 판 뜨고 서로 쌩까는 사인줄 알겠다
이런식으로 말하고 넘기려는데 얘가 막 울면서 나 너 좋아한다고 중2때부터 좋아했다고, 그 때 커밍아웃 한 것도 너한테 고백하려고 했던건데 너가 난 좋아하지 말라는 식으로 선 그으니까 그냥 말 못했다고. 횡설수설 하더라고요.
머리가 완전 띵했죠. 진짜 무슨 망치로 머리 얻어 맞은 것 처럼. 들어보니까 자기가 게이라고 깨달은 것도 날 좋아하면서래요.
처음에 이 친구가 커밍아웃 하기 전에는 얘가 인기도 많고 고백도 많이 받으면서 왜 여친한번 안사귀나 싶었는데
커밍아웃 한 이후로는 아예 연애라는거에 관심이 없는 애 처럼 굴길래 이 자식 뭘까 싶었거든요.
저는 일단 얘가 너무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 지 의지 없이 나한테 말을 한 건 아닌가 싶었어요. 당황스럽기도하고.
근데 일단 이 자리가 너무 불편하니까 피하고 싶은 생각이 먼저 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널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일단 자고 내일 연락하라고 하고 보냈어요.
그러고 침대에 누워있는데 계속 연락이 오길래 씹었어요. 무서워서. 연락이 않오기 시작할 쯤 되서야 내일 일어나면 전화나하라고 톡하고 잤죠.
전 이제 어떻게해야하나 얘 얼굴은 어떻게 봐야하나 엄청 고민했는데 얜 다음날에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톡이 왔더라고요
나 어제 너 만난 것 까지는 기억나는데 그 뒤로 기억이 안난다ㅋㅋㅋㅋㅋ
뭐 미친 짓 안했지? ㅋㅋㅋㅋㅋㅋ
이런식으로.?
그래서 그냥 기억이 안나나보다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는데 그 뒤로 얘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 말투 하나하나 다 신경이 쓰이는거에요.
생각해보니 얘가 그렇게 다정한 성격은 아닌데 나한테만 엄청 다정하게 굴어서 애들이 친구보고 나한테 뭐 약점 잡힌거 있냐 할 때도 많았고.
보통 친구들한테 다 하는 욕도 나한텐 잘 안쓰고.
뭐 먹고싶다 갖고싶다 하면 챙겨다주고 했던 것들이 그냥 어렸을 때부터 이랬으니까 하고 넘기기엔 좀 걸리더라고요.
전 아무 생각 없이 그러려니 했던게 이 친구한텐 나름의 배려고 표현이었다고 생각하니깐.
이 친구랑 어렸을 때부터 형제처럼 지내고 또 제가 빠른년생이라 엄마들이 이 친구보고 형이니까 동생 잘 챙겨~ 하면 얘는 또 그런 형부심이 있는지 항상 잘 챙겼었거든요 저를.
그냥 크면서도 그런거라 생각했고 자연스러웠어요.
그래서인지 좀 더 혼란스럽네요.
얘랑 있으면 계속 뭐랄까 사소한거에도 의미부여하게되는 느낌..?
그냥 사소하게 지나갈 것도 다시 생각하게돼요.
제가 제일 크게 느낀 일이
제가 눈이 조금 나빠요. 수업시간에만 안경을 쓰는데 저번주에 애들이랑 다 같이 보충 끝나고 심야영화를 보러 갔더니 사람이 많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맨 뒷자리로 쭈르륵 앉았어요 여일곱명정도가.
이 친구도 맨 뒷자리를 제일 좋아하거든요. 방해 안받는 기분이라 좋다고.
근데 전 당연히 보충듣고 왔으니까 안경이 있을거라 생각하고 뒤적거리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는거에요. 학교에 두고 왔나 싶었죠.
그래서 제가 나 앞자리로 가야할듯; 자막안보여
했더니 애들이 다 무심하게 어 ㅃ 이런느낌이길래 걍 그러려니 하고 가려는데 뒤에서 이 친구가 같이가자.
하길래, 왜 ? 걍 여기서 봐 너 뒷자리 좋아하잖아 했더니 걍 오늘은 앞자리에서 보고싶어 하더라구요.
그래서 둘이서만 옆에 앉아서 봤어요.
전 같았으면 걍 그러려니하고 짜식 했을텐데 얘가 절 좋아한다는거 알고 나니까 신경쓰이더라고요. 진짜.
지금 알고난지 얼마 안되서도 이정도인데 얜 몇년동안 혼자 이 짓거리를 한건가 싶기도하고.
그러다가 그제 일이 터졌죠.
제가 조금 예민했어요 그날따라. 공부 슬럼프도 온 것 같고 여러 일이 겹쳐서 막막하다 싶은데 이 친구랑 조금 사소한거 가지고 말다툼이 났어요.
제가 원랜 싸우는거나 복잡하고 이런거 진짜 안좋아해서 거의 다 참고 들어가는 편인데 그 날은 저도 북받쳤나봐요.
그래서 막말하다가 너가 나한테 그 날 좋아한다고 한 이후로 안그래도 너 얼굴 보기 힘들다고 말해버렸죠.
말하려던건 아니었는데 머릿속에서 필터링 없이 그냥 나오다가 아차한거죠..
이친구는 그냥 벙 쪄있고.. 전 뭔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서 그냥 아무 말도 안하고 서있었어요.
그렇게 몇분 있다가, 친구가 먼저 말하더라고요.
사실 어렴풋이 기억은 하고있었는데 너도 모르는 척 하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굳이 티 안냈다고. 너랑 나랑 친구 사이로도 못지내게 될까봐 그냥 모르는 척 했다고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자기도 너무 무서웠다고. 근데 너 좋아하는건 진심이고, 몇년 됐어 미안해 받아달라는 말 안할게 . 내 얼굴 안보고 싶지? 알아 괜찮아 근데 나도 지금은 너 얼굴 못 보겠다.
다시 친구로 잘 지낼 용기도 없는 것 같기도 해 내가 미안해 나 너한테 먼저 다시 연락 못 할 것 같으니까 너 마음 풀리면 연락이라도 해줘.
너 안그래도 힘든 일 많은데 미안해 내가.
대충 기억나는데로 이런 식으로 말했던 거 같아요.
그냥 계속 미안하다고.
그리고 지금까지 연락은 안하고 있는 상태에요.
학교보충도 이 친구가 이틀째 안나오고 있어서 아예 얼굴도 못봤구요.
저도 저를 잘 모르겠어요.
제가 평소에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는 편이었어요.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친구가 커밍아웃을 했을 때도 자연스럽게 이해해줬던 것 같고.
그냥 왜 동성애에 거부감을 느끼는지 잘 이해를 못했던 사람이에요. 똑같은 사람과 사람이 사랑을 하는데 뭐가 문제가 있다고 그러는걸까. 싶었죠.
근데 또 제 일이 되니 어렵네요.
사실 이 친구가 절 좋아한다는 걸 알고 난 한 달동안 이 친구가 저에게 하는 행동을 보며 아예 설렜던 적이 없던 건 아니었어요.
근데 이게 그냥 이 친구가 날 좋아한다는 사실 때문에 느끼는 착각인지 확실치도 않고, 그냥 친구로서 느끼는 감정이 더 큰 거 같은데 싶고.
다시 이 친구에게 연락을 한다는건 이 친구에게 그저 희망고문만 하는건 아닐까 싶어요.
근데 또 친구가 한 말 중에 너랑 다시 친구할 용기가 없다는 말이 가장 콱 꽂혀서, 이 친구를 정말 잃고 싶진 않거든요.
그냥 친구를 잃는게 아니라 형이자 가족이자 친구를 잃는거니까. 근데 이런 감정으로 이 친구에게 다가가도 되는건지도 모르겠어요.
아 제가 무슨 말 하는지 잘 모르시겠죠.
저도 지금 제가 뭔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혼돈의 카오스..
이 친구를 만약에 받아들인다면 또 그 뒤에 어떻게 되는걸까 싶기도해요..
사실 남자랑 사귄다는건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니깐.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아ㅏㅇ아아아ㅏ
이 친구를 받아들이고나서 사귀면서 감정을 갖게 되는게 가능할까요..?
이런 경험 있으신 분 혹시 있으실까...
ㅜㅜㅜㅜㅜㅠㅠㅠㅜㅜㅜㅜㅠㅠㅠㅠㅠㅜㅜㅜ
사실 여기는 이 친구 때문에 알게 된 곳이에요. 작년에 열심히 들어가서 글을 보길래 뭐냐했더니 알려주더라고요.
근데 2학년 올라오면서 거의 안들어온다하길래 생각나서 여기에 적어봐요.
내가 여기에 글 쓸 일이 있을줄이야.....ㅎ
이런 경험 없으신 분들이어도 3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댓글 좀 달아쥬여..
길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