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안녕하세요! 매일같이 판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을 써보네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우선 저는 21살 남학생입니다.
그리고 사정상의 이유로 덕코(덕후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남자입니다.
에.. 얘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제가 여자친구를 어쩌다 만났고, 또 어째서 덕코를 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 성적에 맞춰 일어일문과에 진학을 했습니다.
과의 특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학기 중반쯤 되니 당당히 덕밍아웃을 하는 친구들이 많더군요.
사실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이 정도는 예상을 했지만 자신이 당당히 덕후라고 밝히는 친구들은 꽤나 많았고, 학생회를 동시에 하던 전 얘들과 섞이기 위해 공통적인 관심사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했던게 애니메이션과 웹툰들이었습니다.
사실 크게 재미는 느끼지 못하겠고... 캐릭터들에 애정이 가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흠 그냥 뭐... 주변 친구들 특성상 SNS할 바엔 그냥 이거 몇 편 보는게 인간관계에 더 더움이 되겠다... 싶더라구요.
쨋든 많은 친구들과 서브컬쳐에 대한 얘기를 나눴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과에 녹아들어갔습니다.
그러다가 지금의 여자친구를 만나게 됐어요.
사실 덕후 여자친구는 생각한 것 이상으로 훨씬 편하고 즐거웠습니다.
각자 개인의 시간을 가지는 것에 대해 상당히 관대했고, 여자친구는 저 이외의 인간관계에 크게 집착을 가지지 않았기에 친구와 다투거나 상처 받고 제게 와서 상담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또 둘이 만화카페에 가서 조잘거리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서로 얘깃거리가 끊기지 않아서 매우 즐거웠습니다.
즉, 감정소모 할 일이 별로 없었고, 친구처럼 친한 연인관계였달까요?
아..... 그런데 그런 여자친구가 알고보니 부녀자... 였습니다.
다른 건 아니고 여자친구가 화장실에 잠깐 간 사이 여자친구의 가방에서 남정네 둘이 입술을 빨아재끼는 표지가 그려진 책을 봐버렸습니다.
보는 순간 '아... 제발 여자여라...'라고 빌며 책을 빠르게 그림만 스캔했고, 스캔하던 도중 '사랑해요 형'이라는 대사를 외치며 옷을 벗는 남자아이를 보고 책을 덮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몰래 책을 다시 여자친구의 가방에 넣어두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했습니다만....
어찌어찌 여자친구와의 만남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서 수없이 고민해봤습니다. 애초에 저는 장르에 대해 상당히 개방적이기 때문에 여사친들이 얘기하는 bl장르의 책들에 대해 그런게 있구나... 라고 생각하고 '좋아할수도 있지!'정도의 의견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여자친구가 부녀자라뇨ㅠㅠ
혹시 날 보면서도 그렇고 그런 상상을 해봤을ㄲ...ㅏ 라던가, 왜 그 책을 나랑 만나는 날 가방에 넣어서 가져왔을까 라던가, 단행본까지 구입한 걸 보면 꽤나 심취해있는건가... 같은 수많은 고민을 하며 집에 왔습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 저는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은데 그 중 내 여자친구가 부녀자일 수도 있지! 부녀자라고 마음이 바뀌면 그것도 그거대로 쓰레기가 아닐까!'라는 결론을 도출해내서 '여자친구의 취향을 존중하자!'라고 마음을 다졌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ㅠㅠ 여자친구한테 카톡이 온겁니다.... 새벽 3시에.... '너 혹시 가방에 그 책 봤어?'라고....
일단 안읽씹하고 세시간동안 잠도 못잔채 계속 뭐라고 답장해야하나... 고민했습니다.
'응 봤어... 난 니 취향을 존중해!' 아니 이건 뭔가 여자친구도 수치스러워할 것 같고, 괜히 서먹해질까봐 무섭고
'응! 사실 나도 그런 거 좋아해!'라고 말하는 건 절-대 무리고
'뭐 말하는지 모르겠는데?'라고 말했다가 거짓말인 게 들통나면 서로 끔찍하게 어색해질 거 같습니다...
답장은 어떻게 넘어간다고 치더라도 이 뒤엔 어떻게 해야할까요?ㅠㅠ 여자친구가 제게 반한 건 같은 덕후이기에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고, 또 만화나 웹툰같은 로맨스를 바랄 수 있을 사람이라 그랬다고 합니다....
그런 여자친구가 만약 그쪽 장르에 관한 얘기를 꺼냈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감이 안잡힙니다ㅠㅠ
'나도 그거 봤어! 땡땡이랑 땡땡이 아주 쥑이더라'라고 말하면 이상하게 볼 거 같고, 그렇다고 대놓고 대화주제를 피하자니 저에 대한 정이 떨어지고 실망할까봐 무섭고.... 어중간하게 넘기자니 여자친구가 제게 실망할 것 같습니다ㅠㅠ
어떻게 대처해야 현명한 방법일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