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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망상

오예 |2008.10.17 00:35
조회 365 |추천 0

[피해망상]

 

죽어...! 죽어...!!


크흐... 으... 아..가... 내아가...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그의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온몸이 결박당한 그는 온 몸을 오들오들 떨며
아무 말도 못하고, 아무 생각도 못한 채 그저 그 끔찍하고
잔인한 상황을 지켜봐야만 했다.


자신의 사랑하는 여자의 죽음.
자신의 사랑하는 여자가 살해 당하는 모습.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아이에게 목을 졸리며 괴로워 하는 모습.
한손으로 들어올려도 무방할 만큼 자그마한 아이가,
아직은 순수하고 깨끗해야할 갓난 아가가
그의 눈에 살기를 내뿜으며 자신의 두 손으로 모친의 핏기를 앗아가고 있었다.


안돼...!
그녀를 내버려 둬..! 그녀를 놓아줘!


목이 졸려 저절로 흘러내리는 눈물 속에 그녀의 몸은 점점 차가워지고,
이미 딱딱하게 굳어버린 그녀를, 그 갓난아가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발악같은 외침을 알아듣듯 저 멀리 내팽겨쳐 버렸다.


아빠?


방긋- 웃으며 다가오는 아가의 모습에 소름이 끼쳐
그는 온몸을 미친듯이 바둥거렸지만 어째서인지 몸은 마비가 된듯,
그의 세포는 전혀 그의 뇌를 따라주지 않았다.


다가오지마.
다가오지마.
내가 잘못했어.
다가오지마.


아빠. 왜 그래.


천천히 다가오는 아이의 모습에 그는 눈을 질끈 감았지만
왜인지 모르게 모든것이 보인다.


그순간 그의 앞에 떨어지는 그녀의 모습.
목이 꺾이고, 머리가 터져 뇌수가 흘러 나온다.
그래- 마치 그때와 똑같이.
그녀의 팔과 다리는 기하학적으로 꺾여있고 튀어나온 눈은 그를 향하고 있다.


자기야.
사랑해.


그녀의 눈이 말한다.
그녀의 눈이 그를 원망한다.
그녀의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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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떡-


헉...!!!
하아..
흐으....

 

스프링 튀어오르듯 침대에서 재빨리 몸을 일으켜 새운
그의 몸은 식은땀으로 축축히 젖어있다.
그녀가 오늘도 여김없이 그의 꿈속에 나타났다.
그의 아이와 함께.
머리가 아파온다.
조용한 그의 방안에 깊은 흐느낌이 울려 퍼진다.


"어머, 오빠 일어나셨어요? 식사하세요."


마음이 진정되어갈 때 쯔음 문이 열리고 그의 아내가 들어온다.
앙증맞은 분홍색 앞치마를 입고 그에게 다가와 그의 머리를 한번 슥- 넘겨준다.


잘 잤어요?


문이 열리자 갓 구운 토스트 냄새와 스프냄새가 그의 코를 자극한다.


"그래.. 곧 갈게."


어째서 자신이 이런 상황에 놓여있는지 전혀 이성적으로 생각이 되질 않아.
나는 그녀를 버렸다.
나는 아이를 버렸다.
나는 왜 이곳에서 이런 호화스러운 생활을 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너가 원한 것이 었잖아.
그녀를 버린 이유가 여기에 있잖아.


다시금 두통이 찾아와 머리에 손을 얹으며 거실로 나가
응접실로 발을 딛었다.


"오늘은 왠일로 늦게까지 자나 했더니, 악몽꾼거에요?"
"...아니. 괜찮아."
"악몽꾸면 몸에 안좋은데.."


자신을 걱정하는 아내의 모습에 그녀의 모습이 겹친다.
담배피면 몸에 안좋아.
아내와는 달리 귀염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그녀의 모습.
성숙하고 자기관리가 철저한 그녀를 사랑했다.
그런 그녀를 내가 죽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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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괜찮아.. 후.."


뜨거운 열기속에 그녀와 나의 정신은 쾌락의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살과 살이 맞부딫히는 소리, 야릇한 신음소리에 그들의 정신은 묻혀
그 순간만큼은 그 둘만이 존재한다는 듯 온몸이 붉어지고 있었다.


"사랑해.. 아아....... 사랑해."
"나도.. 나도 사랑해."


사랑한다는 달콤한 속삭임이 그들의 귓가를 맴돌고,
그렇게 행복이 그들의 온몸을 적셔 후의 일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력을 잃게만들었다.

 

 

 


"나 아이가 생겼어."


설래임 반, 두려움 반으로 그녀는 그에게 조용히 고백을 했다.
그녀와 그의 아이.
그녀와 그가 사랑을 해서 생겨난 생명.
얼굴에 홍조를 띄고 그에게 조용히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의 얼굴은 눈에 띄게 굳어졌고, 입을 앙 다물었다.


"낳을거야."


그는 말렸지만, 그녀의 고집대로 그녀는 아이를 낳았고,
낳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그는 그녀와의 이별을 생각했다.
아이를 키울 능력이 되지 않아.
난 아직 청년이고 하고 싶은 일도 아직 많아.
그녀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아이를 낳고싶어했다.
그 사실을 알고 굳게 다짐을 하면서도...

 

 

 

"힘들어... 자기야, 나 혼자 너무 힘들어. 흑"


결국 고집을 부려 아이를 낳아놓고, 나중에 와서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는 그녀가 미웠다.
그녀와 헤어진 후, 그를 사랑한다며 쫓아다니던 재벌의 외동딸인 지금의 아내와 약혼을 한 후였고,
그때 그녀는 다시 그에게 찾아왔다.
힘들다며 도와달라고.


돈과 권력을 손에 쥐게 된 그는 자신의 앞에 사랑이라는 이름의 여인을
무참히 짓밟고 집에서 내보냈다. 그래.. 그때 그렇게 내보냈으면 안됬을 것을.


그의 사랑은 현실의 갈피를 못잡고 방황하다가
결국 아가를 교회 안에 조용히 내려놓고 걸음을 때려했다.
그때 어미의 품속에서 떨어지자 찬 기운이 익숙치 않아 아가는 울음을 터뜨렸다.
무너지는 그녀의 가슴을 나타내듯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끊이지 않고,
그렇게 아가를 보내기 싫어, 너를 나와 때놓기 싫어, 이 현실이 싫어, 나의 방황이 싫어,
이 세상이 싫어...


그녀의 덜덜 떨리는 손이 아가의 목 언저리에 조심스래 다가가
아가야 미안해. 아가야 미안해. 점점 손의 힘이 들어가자
아가는 숨이 막히는 것을 호소하며, 식도를 타고 오르내리던 숨이 막혀버리는 통에
힘겨운 기침소리가 교회안을 울렸다.


신, 그가 바라보는 가운데 아가는 엄마의 여린손에 숨결을 잃고
그녀는 죄책감에 시달려 땅이 떠내려 가라는 듯 목놓아 울어버린다.
사랑하는 나의 아가야. 나의 아가야. 너를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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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사랑해."
"안돼!!!"

그의 앞에 보이는 처참하게 망가진 시신은
그의 사랑.
목이 꺾이고 머리가 터져 뇌수가 흐른다.
그녀의 팔과 다리는 기하학적으로 꺾여있고 튀어나온 눈은 그를 향하고 있다.

 


그녀의 입은
작은 미소를 띄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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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침대에 누워 그녀의 생각을 한다.
그녀의 생각을 하며 잠이 든다.
잠이 들면 보인다.
그 끔찍한 모습이............


죽어...! 죽어...!!

 

 


자신을 죽인 어미를 원망해.
아가는 어미를 죽여.
그 어미는 나를 쳐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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