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재 만나는 여자친구와 결혼 생각하고 있는
30대 초반 남자입니다.
여자친구는 처음 만난 순간부터 제가 푹 빠졌고
사귄지 반년도 안돼서부터 결혼 이야기 꺼냈었어요.
이제는 사귄지도 2년 넘어서 꽤 오래 됐고
각자 직장에서도 둘 다 충분히 자리 잡혔고 결혼할 나이인데..
진짜 현실적으로 결혼을 생각해보니까 약간 답답한게
제목 그대로 여자친구가 살림을 못 해요.
못 한다기보다는 그냥 어떻게 하는지 몰라요.
우선 지금 스물여섯인데 다림질을 못 해요.
옷 입을 때 옷장에서 꺼내서 스팀다리미로 대충 쓱쓱 펴서 입어요.
저희 집은 빨래 마르면 바로바로 앉아서 다림질하는 집이라
여자친구 대충 스팀 하는거 처음 보고 그렇게 귀찮나.. 싶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어릴 적에 손을 데인 적이 있어서
다리미 자체가 너무 무섭다고 합니다.
긴장한 표정으로 스팀하다가 한번 쉬고 또 스팀하고 한번 쉬고 해요.
손바닥 아랫 쪽에 약간 불에 다친 흉터가 있긴 있어요.
시간이 오래 돼서 이제 좀 나아진건데 원래는 보기 흉했다고.
비슷한 맥락으로 뜨거운 게 다 무서워서 요리도 싫다고 해요.
뜨거운 오븐, 뜨거운 가스레인지, 뜨거운 냄비..
설명하는 것 보면 주방, 불이 가까운 곳 자체가 무서운 공간 같습니다.
이런 트라우마 실제로 있는 분들 계신가요?
아니 물론 트라우마가 있을 수는 있는데
이렇게 뜨거운거라고 하면 질색하고 볼 정도인가 싶거든요.
만약 음식점에서 비빔밥을 먹고싶은데 돌솥비빔밥 밖에 없으면
돌솥 말고 그냥 그릇에 담아달라고 부탁해요.
따뜻한게 맛있긴 한데 돌솥이 앞에서 지글지글 하고 있는게 무섭대요.
두면 금방 식는데 약간 유난스럽죠.
요리가 싫은 것도 싫은건데.. 거기다가 향기에 예민한 편이라
집에 음식냄새 풍기는 거 싫다면서 대부분 밥은 밖에서 사먹어요.
집에서 하는 요리라고 해봤자 밥 겨우 하고 냉동식품이나 가공식품 조리하고
부모님이 챙겨다 주시는 반찬들 차려 먹는게 전부입니다.
그러니까 그냥 밥솥이 한 밥 먹고 부모님 반찬 먹고...
냉정히 따지고 보면 본인이 하는건 하나도 없는거죠.
여자친구는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말하는데
제가 딱 보기엔 그냥 안 해봐서 못 하는 것 같거든요.
예비 장모님이 교수님이신데 워낙 깔끔한 스타일이라
뭐든 바로바로 정리하시고 집안이 흐트러진 적이 절대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자친구가 어릴 때는 특히 일이 바쁘셔서
항상 집에 일하는 아주머니를 두 분 정도 두셨대요.
여자친구 하교하면 아주머니들이 집에 계시다가 밥 챙겨주시니까
뭐 일이라고 해봤자 싱크대에 자기가 먹은 그릇 담궈놓는 정도..
이런 집안에서 자랐다보니까 여자친구가 직접
요리든 집안일이든 뭔가를 해볼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요.
5살이 어린 여자친구라
이전에는 뭔가 부족한게 보여도 어려서 그렇겠지.. 하고
어려서 잘 모르겠지.. 하고 넘어간 부분이 많았는데
이제 진짜 결혼을 하려고 하니까 그냥 넘어갈 수가 없네요.
물론 모두 어릴 때부터 살림 잘하고
요리에 관심 있고 한 거 아니죠. 압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뭔가 좋은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은데
알콩달콩 같이 도우면서 맛있는 음식 해먹고 싶다고 해도
그냥 본인은 지금처럼 사는게 좋다고 하고..
특히 요리에 대해서는 물론 밑반찬같은 기본적인 것들은 배우겠지만
판에 올라오는 신혼밥상, 거한 요리 같은 건 기대하지 말라고 하네요.
본인은 해야하기 때문에 하는거지 솔직히 관심도 없고
거의 워커홀릭이라 시간도 없는데다 무섭다구요.
저도 물론 그동안 일만하느라 집안일은 배워야 하지만
여자친구는 워낙 어릴 때 부터 부유한 집안에서 편하게만 살아온 아가씨라..
발전할 생각이나 의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도우면서 같이 하자고 해도 딱히 듣는 것 같지 않네요.
어떻게 타이르면 여자친구가 집안일에 관심을 가지게 될까요?
현명한 주부님들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