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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더 이상 사랑하고 싶지 않아

제목 그대로야 오빠를 더 이상은 사랑하기가 싫어졌어

너한테 익숙해져서 나보다는 널 먼저 생각하고 있는, 너한테 길들여져 있는 내가 너무 싫고 병신같아

네가 나한테 너무 못되게 굴어서 헤어졌는데, 어리다며 무시하고 막말하고 "어디서 가르치려 들어" "입 다물고 있으려니까 아주 소금을 치네" "어디서 거들먹거려" 기념일에 편지 써 달란 말에 "어디서 요구질이야" 그놈의 어디서 어디서 어디서... 나는 너에게 입도 뻥긋 하면 안 되는 존재였던 건지 "그래 내가 강아지다" "내가 x발놈이네 근데 너 나 그런사람 만드니까 좋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논리도 없고 근거도 없고 그저 화나서 뱉는 막말들

더 상처였던 건 넌 다른 사람에게는 그러지 않았다는 거야
네가 세상에서 제일 아낀다던 나, 나한테만 항상 이런 식이었고 그래서 난 더 서글펐어.

오빠가 나한테 날 붙잡으면서 그랬지. 그런 말들은 진심이 아니라고. 예쁘고 좋은 말만 진심이라고. 좀 걸러 들으면 안 되겠냐고.
아냐 오빠.... 그것도 오빠의 진심인 거야. 그냥 오빠의 진심이 그런 거야. 그렇게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거야.

그것도 이해할 수 있어. 너의 나에 대한 감정이 시선이 이중적이란 거... 사람이 백 퍼센트 예쁘고 좋을 수만은 없는 거니까.
근데 그래도 그걸 입 밖으로 내지는 말았어야지.. 이렇게 사람 쓰리게 하는 방식으로, 무섭게 하는 방식으로 그러진 말았어야지....


내가 널 먼저 좋아해서 우리 사귀었었잖아. 내가 들이대고 고백하고 내가 먼저 사랑해서.

널 사랑한 많은 이유가 있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솔직함이었어. 내게 이렇게 직구로 따뜻하게 대해 주는 사람 어렸던 스무 살 인생에 오빠가 처음이었고, 멋모르던 나는 그게 너무 좋았어.

오빠랑 1년 넘게 사귀면서 오빠에게 고마운 점이 있다면 나를 좀더 내 감정에 충실한 사람으로 만들어 줬다는 거야. 사랑하면 사랑한다, 보고 싶으면 보고 싶다, 뽀뽀하고 싶고 안고 싶으면 당당히 말하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쪽팔려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게 해 줬어.
그래서 오빠가 좋았어. 솔직한 오빠가 너무 좋았어.

그런데 오빠, 때로는 사람이 자기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숨겨야 할 때가 있는 거잖아.
남이 이 말을 하면 상처받겠구나, 이 사람이 아프고 힘들겠구나, 내가 이 말을 뱉으면 후회하겠구나
세상에 그런 말들이 있는 거잖아. 그래서 사람이 생각을 하고 필터링을 하는 거잖아

오빠는 오빠 좋을 때도 솔직했지만, 오빠 기분 안 좋을 때도 너무 솔직했어.
나도 말 통하지 않고 자기 화난 것만 말하는 오빠한테 때론 상처주고 싶었고 소리도 질러 보고 싶었어.나까지 그러면 정말 답이 없을 것 같아서 나 그러지 않았어.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오빠는 내가 참고 참고 또 참고, 너를 위해 내가 지랄맞은 내 성격 누르고 또 눌렀다는 거 모르고 있더라.

잘 몰랐구나, 나 성격 너무너무 더럽고 입도 험하고 남에게 상처 주는 말도 너무 잘 하는 사람이야.근데 널 너무 사랑해서 너한테는 그럴 수가 없었어.
그래서 네가 나한테 심한 말을 할 때 믿을 수가 없었나봐.
나는 너무 사랑해서 그런 말은 할 수가 없는데 너는 나에게 그런 말들이 너무 쉬워서.

그래서, 이런 게 너의 솔직함이라면, 차라리 내게 솔직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랬어.

그 생각이 드는 순간 우린 이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를 사랑했던 가장 큰 이유가 네가 무서워진 가장 큰 이유가 됐는데 우리가 뭘 더 할 수 있겠어.




누가 그런 말을 하는 걸 봤어. 좋을 때만 잘해주는 건 사랑이 아니라고.

맞는 것 같아. 너는 좋을 때는 잘해 주고 안 좋을 때는 위로와 도움만 받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그래서 마지막까지 내가 하는 말 이해하질 못했던 것 같아.

더 이상 널 사랑하고 싶지 않아졌어. 널 많이 사랑하는데, 아직도 밤에 네 꿈을 꾸고 너와 함께 있고 싶고 장난치고 싶고 너와 몸도 나누고 싶고 내 방에는 네가 준 선물과 편지, 함께했던 영화표들 모두 그대로인데 근데, 나 이제 널 더 사랑하고 싶지 않아. 너랑 그런 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아.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해도 나 다시 무너져서 너에게 가버릴 것 같아.

그래서 시간을 두고 정을 뗄 수가 없었어. 나도 내가 너무 잔인하고 모질다고 생각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 그러면 영원히 너한테서 벗어날 수 없으리란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거든. 그래서 친한 친구들에게 너와 헤어졌다고 이야기했어. 너의 모질었던 점, 너의 무신경한 점, 내가 얼마나울면서 참아왔는지 아는 친구들에게 이야기했어. 제발 내가 그 사람에게 다시 가려고 들면 붙잡아 달라고. 나 이제 그 사람을 그만 사랑하고 싶다고. 이제 내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오빠와는 그만해야겠다고.

내 앞에서 딱 한 번 울었던, 그것도 가슴이 아파서가 아니라 몸이 아파서 울었던 친구가 울었어. 네가 왜 오빠 때문에 그렇게 울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대. 너 같은 소중한 애가 왜 그런 취급을 받으면서 그 사람을 사랑하는지 모르겠고, 너무 가슴이 아파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대.

그 친구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어. 그 와중에도 나는 오빠 생각이었어. 오빠는 왜 울어 주지 않아? 왜 내 아픔에 아파해 주지 않아? 왜 그랬어? 왜 내게 그랬어? 왜 한번만 더 생각하고 말하지 않았어... 왜 나를 이렇게 모질게 만들었어... 너에게까지 나 모질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죽도록 노력했는데 너는 왜 그러지 않았어...



엄마가 그러더라고 내 잘못이라고. 처음부터 참지 말았어야 했다고. 그래서 지랄맞고 더럽지만 예쁜 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게 만들었던가, 아니면 그냥 널 참지 못할 놈이었으면 떠나가게 뒀어야 했대.

너무 억울한데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내 잘못이더라. 너만큼 나도 솔직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나 봐. 하지만 나까지 내 성질대로 너에게 행동했다면 우리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아닐 거야 아마 나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참고 또 참았던 거겠지

어딜 가도 아 이거 오빠한테 잘 어울리겠다, 이거 오빠가 필요하다고 했었는데, 얼마 안 하는데 이거 사 주면 좋아하겠지? 이런 거 오빠한테 없던데 이런 거 사 주면 잘 하고 다니려나 모르겠다 오빠는 샷 추가 두 번 하는거 좋아하는데 오빠는 오빠는 ... 친구들이 나랑 쇼핑할 때마다 혀를 내두르던 네 얘기, 네 자랑, 너는 어디 가서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어.

항상 내게 친구들에게 내 자랑을 했다고 자랑하던 오빠. 나도 너한테 "나도 네 자랑 많이 해"라고 말했어야 하는 걸까? 내가 너에게 말해 주지 않아서 오빠가 내가 오빠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걸까?

이젠 모르겠어. 지금도 오빠가 너무 보고 싶어. 위로받고 싶고 사랑하고 싶어. 하지만 이제 싫어. 오빠랑은 싫어. 못 하겠고 너무 힘들어. 진짜 아이러니하지, 오빠 때문에 힘들어서 오빠한테 기대고 싶어. 어디 다른 선택지라도 만들어 놨어야 하는 건가 봐. 내가 모든 결론을 오빠로만 만들어 놔서 내가 지금 이렇게 힘든가 봐.

마지막 순간에 우리 집 앞까지 와서 울면서 날 붙잡을 때도 넌 끝까지 네 생각뿐이었어.내가 없어서 슬픈 게 아니라, 내가 없어져서 힘들어질 너의 앞으로의 인생이 무서운 것뿐이었어 오빤.무슨 짓을 해도 믿어 주던, 언제나 오빠 편이었던, 어디서도 받을 수 없는 사랑 해 준 사람이 사라지는 게 너무 무서운 것뿐이었어...

나 오빠보다 4살이나 어리고, 작고, 잘 몰랐는데도 난 4살 어린 남자와 사귀는 느낌이었어.너무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도 사랑하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난 참았는데난 나의 100분의 1만큼도 너에게 화내지 않았는데 너는 100이면 100 나에게 하고 싶은 말 그대로 다 하는 사람이었어




그래서 이제 널 사랑하고 싶지 않아.널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널 사랑하고 싶지 않아.

더 이상은 못 하겠어. 무섭고 겁이 나.
지금 이 순간에도 네가 붙잡으면 돌아가 버릴 것 같은 내가, 너무너무 힘들어서 아무데나 기대고 싶은 내가, 지금 이 순간마저도 "그래도 내가 너무 모질었나... 나도 잘한 거 하나 없을 텐데... 오빠도 뭔가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도 참기는 했을 텐데, 나 이렇게 남들한테 천하의 나쁜 새끼처럼 너에 대해 이야기해도 되는 걸까" 아픈 내가 먼저가 아니라, 나를 정당화하는 게 아니라, 너를 정당화해 주고 있는 내 자신에게 죽고 싶을 만큼 화가 나. 내 마음속으로 무심코 너를 변호하고 있는 내 자신이 싫어.

그래서, 그래서 나는 이제 너랑 못하겠어.너를 더 이상 사랑하고 싶지 않아.

나보다 너를 더 사랑한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많이 이기적인가 봐, 나 아직은 내 스스로가 더 좋은가 봐.

그래서 나를 내가 아끼는 것만큼 아껴주지 않았던 너랑은 더 못하겠는 건가 봐, 미안해.

모질게 끝내서 미안해. 갑자기 끝내서 미안해. 네게 더 잘해 주지 못해 미안해.너 잘해 준 건 쏙 빼놓고 나쁜 점만 이야기해서 미안해. 하지만 나, 너랑 사귈 땐 좋은 것만 얘기하고 다녔어. 그래서 너랑 깨졌다고 했을 때 모두가 놀랐어. 그렇게 잘 지냈으면서 왜 갑자기 헤어졌냐구.

진짜야. 나도 너 하는 것만큼 널 많이 아꼈고 남들한테 너 자랑 많이 했어.내가 왜 변명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 아무튼 그랬어.

네 자취방에 내가 남겨 놓고 온 내 소중한 물건들이 많아. 지금은 어디서 뭐 하고 사는지도 모르는 우리 친아빠가 나한테 마지막으로 준 소설책, 너무 많이 읽어서 표지가 다 해진 그 소설책 나 너무너무 좋아하는 책이라고 오빠한테 읽어 보라고 빌려 줬는데 네가 읽었는지 모르겠네.

나 딴 건 모르겠는데, 그 책 너무 돌려받고 싶어. 그 책 절판돼서 이제 나오지도 않는단 말이야.나 그 책 너무너무 돌려받고 싶어. 근데 말할 수가 없어. 어떻게 말해, 그런 걸...내가 천하에 미친 사람 되는 거잖아... 나 못 하겠어...근데 내 책 너무 돌려받고 싶어

미안해, 이런 거나 생각하고 있어서.
그래도 그 책 잃는 한이 있어도, 나 이제 너와는 더 관계 맺고 싶지 않아.너랑은 그만하고 싶어.

.오빠가 그랬지, 내가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이런 건 흔히 있을 수 있는 갈등일 뿐이라고.이런 갈등을 통해서 더 완전한 사랑으로 가는 거라고.

나 그 갈등을 못 참겠어서 헤어지는 거야. 너에게 작은 금일 뿐인 상처로 나는 내 모든 게 다 흘러서 빠져나가 버렸거든.

네가 너 좋을 때 주는 사랑으로 아무리 채워 보려고 해도, 그 상처 때문에 모든 게 부질없어졌거든.

내가 너한테 바랬던 건 내 깨진 그릇으로 사랑을 더 부어 주는 게 아니라, 깨진 부분을 메꿔 주는 거였어.

너 좋을 때만 주는 사랑이 아니라, 네가 좀 불편하고 싫어도 내 깨진 부분을 메꿔 줬으면 했어.

그런데 너 그러지 않았잖아. 그리고 그걸 내 탓으로 돌렸잖아. 예민하고, 어리고, 뭘 몰라서 쓸데없이 상처받는 사람 만들었잖아.

미안해. 그렇게 어리고 비뚤어진 사람이어서.
그래서 이제 너랑은 안 하려고. 그만 하려고.
널 사랑하지 않으려고 해.

나도 좀 어리게, 남들에게 전 남친 욕 하고, 공감받으면서,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자위하면서도돌아서면 내가 너무 심했나 하고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널 더 이상 사랑하지 않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거야.
그렇게 네가 나한테 했던 것처럼 어려지고, 모질어지고, 생각 없어질 거야.
나 그렇게 좀 할게. 널 더 사랑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게.
생리 중에도 사랑을 나누길 원하던, 어디서 어디서 내가 강아지고 내가 다 잘못했다, 마음에 안 들면 소리 지르고 화 내고 발을 구르던, 언제나 너만 위해 주기를 바라던 너잖아. 그리고 언제나 널 위해 주는 나에게 끊임없이 더 바라던 너잖아...
나 그 정도는 해도 되는 것 맞지? 이제 널 더 사랑하지 않아도 되는 것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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