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연애를 시작했다. 몇년 째 친한 친구인 우리는 아무에게도 말 못한 고민을 나누고, 항상 연락했다. 서로가 씹힌 줄 알고 며칠 몇주를 씹은 나날을 빼면. 이해도 많이 했다. 적어도 나는, 모두와 그렇듯, 너와도 싸우기 싫었으니까. 사실 서로 그랬는지도 모른다. 사소한 일로 삐지고 풀어주길 반복했다. 니가 연애를 시작했다. 심지어 한 살 많은 사람과. 그래, 요즘 니 잘난 맛을 알게 된 너에겐 당연한 일일 지도. 친구에게 니가 그 사람에겐 연애경력을 속였단 소릴 듣고 웃었다. 난 다 알고 있지만 모르는 사람에겐 속이고 싶었을까? 몰라. 난 니가 연애를 시작 한 이후 온종일 짜증 투성이다. 짜증이 솟구쳐 오르는 걸 막으려 공부도 더 했다. 밤에 잠도 설쳤다. 온 몸과 마음에 짜증이 가득 차서. 그런데 그런 너와 나 때문에 혼란스럽다. 좋아하는 친구를 잃어서 속상하고 질투 나는 걸까, 이성으로 좋아하기라도 하는 걸까?
만약 이게 '좋아함'의 지표라면,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하나가 아닐 지도 모른다. 물론 그 중 하나가 날 좋아한다면 나도 그 한명만 좋아하게 되겠지만. 복잡하다. 난 누군가를 어장에 가둔 적도, 누군가의 어장에 들어간 적도 없는데 내 스스로의 어장에 갇힌 기분. 나중에 난 이렇다, 넌 어떻냐, 아니라면 당분간 연락 말자고 전하기라도 해야 할까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