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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백화점, 아직도 지켜지지 않는 근로기준법

쓰윽 |2016.09.21 10:07
조회 35,288 |추천 51
안녕하세요. 이번이 세번째 알바인데 너무 화가나서 이렇게 판에 올려봅니다.

나의 알바 경험들과 백화점 알바

첫번째 알바는 편의점 직영점 알바였는데요, 반년 넘게 주말오전으로 근무했었고 근로기준법 같은 사항들도 정말 잘 지켜졌습니다. 2015년 12월에 처음 입사했는데 당시 최저임금으로 근로계약서를 썼었고, 최저임금이 인상되고 나서 계약서를 재작성 하더군요. 여러 수당같은것도 빠진거 없이 챙겨주고 월급정산 전날에는 자신이 근로한 시간이 맞는지 확인하게 했습니다. 월 30만원의 큰돈은 아니었지만 하루 7시간씩 일했고, 직원들도 모두 친절해 정말 즐겁게 근무했었습니다. 주중에 일손이 필요하면 지원도 나갔었구요.
두번째 알바는 패스트푸드 음식점이었는데, 뭐 별로 쓸말은 없고.. 그냥 저랑 안맞았었네요. 알바지옥에서 아셨는지 문자로 지원공고를 하시길래 궁금해서 지원했는데 하루종일 설겆이만 하고 마감까지 하면 밤 11시 30분 이후에 끝나 그 이전에 양해를 구하고 지하철을 타고 집을 왔던 기억.. 밖엔 없네요. 페이는 꽤 됐는데 문제는 제가 미성년자였다는 것, 그래서 합법적으론 야간근무가 불가했던 점. 뭐 이때부터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거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알바, 백화점 알바. 많은 분들, 특히 여성분들이 백화점 알바에 대해 로망이나 환상을 가지고 있으신거 같은데 그딴거 없어요. 명품샵이나 그런데는 모르겠지만 제가 일했던 곳은 스포츠 의류 였습니다. 첫날 교육하기로 한 날 시간보다 일찍 매장으로 나오라 하더라구요. 그랬더니 교육장 위치를 알려주고 교육장으로 가랍니다. 교육은 약 네시간 반 진행..ㅎㅎ 솔직히 길어도 두세시간 걸릴 줄 알았는데 네시간 반이나 걸리더군요. 뭐 백화점이니 그러려니 하고 집에 왔습니다.
근데 아무리 곰곰히 생각해 봐도 근로계약서 얘기가 도통 없더군요. 매니저분하고 얘기할 때도 아침 10시에서 오후 7시 반, 점심 12시에서 밤 9시까지 두 타임이 있다. 급여는 6만원에서 7만원 사이이다. 딱 이것만 얘기해주시더군요. 근무시간과 급여에 대한 협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첫 출근을 했습니다.
매니저 님은 안계시고 알바하는 형이 저와 같은 오전 10시 출근이더라구요. 형이 이것저것 알려주시고 저는 매장이 아닌 할인행사장에 서있었습니다. 브랜드 옷 가격이 진짜 비싸서 할인해도 안팔려요..ㅋㅋ 제가 응대한 손님들은 그날 한 열분?정도 오셨는데 다 가격보고 가시더라구요. 부매니저(잘 모르지만 부매니저라 칭하겠습니다)님은 열두시쯤에 오셨고. 편의점 할 때도 근무시간 내내 서있었지만 중간에 쉬는시간도 있고 근무시간도 짧아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은 안들었고, 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숙면하면 다음날 힘이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았는데 백화점은.. 진짜 오전 열시부터 서있다보니 오후 6시쯤부터 힘들더라구요.
그렇게 시간은 흘러흘러 여섯시 반이 되고.. 한시간밖에 남지 않아 되게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부매니저 님이 부르시더라구요. 그랬더니 오늘 9시까지 근무하라고. 매장만 있으면 상관이 없는데 지금 행사장도 있다보니 더 일해라. 솔직히 매니저들이나 점장들이 얘기할때 알바생들은 속으론 욕하면서도 겉으로는 네! 알겠습니다~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해주면 안되겠니? 근로기준법에 따라 추가연장근무 너 수당의 1.5배로 쳐줄께'도 아니고 '연장근무좀 해라' 이런 식으로 나오니까 솔직히 기분 나쁘더라구요. 그날 9시까지 근무 끝내고 집와서.. 뻗었습니다. 11시쯤에 잠이 들어서 아침 8시에 일어났는데도 발이랑 다리랑 온몸이 쑤시더라고요.

백화점 근무 환경에 대한 얘기
백화점은 아시다시피 창문이 없고 창고나 물류센타들은 모두 후방, 지하에 위치한 경우가 많습니다. 백화점에서 단시간 쇼핑하시면 잘 모르시겠지만 공기에 먼지 엄청 많아요. 손님들이 지나가지, 옷에서 먼지나오지, 거기다가 환기도 못시키지. 아침에 매장한번 닦으면 먼지 엄청나게 묻어져 나옵니다.
그리고 후방같은 경우 진짜 드러워요. 지하에서 행랑전달하고 물품 주고받고 하는데 진짜 숨막혀 죽습니다. 덥고 먼지날리고 차매연에 기관지나 호흡계 안좋으신 분들 절대 백화점알바 하지 마세요. 화려한 모습에, 혹은 많은 페이에 백화점알바를 지원하시거나 막연하게 동경하시는 분들 있는데 하고나면 이런생각 싹없어지실 꺼에요. 화려한건 우리가 아닌 건물이고 페이가 쎈건 그만큼 근무시간이 길고 강도가 높기 때문에 그런겁니다. 페이가 무조건 쎈 곳에 지원하지 마시고,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곳에 지원하세요.

내가 일한 백화점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
1. 근로계약서 미작성2. 횡견계약(불공정계약)의 가능성3. 청소년 노동 보호에 관한 법률 (근무시간)4. 연장근무에 대해 임금의 1.5를 지불하지 않는 경우 불법5. 연장근무를 협의할 때 강요하여 동의를 받은 것6. 임금 체불시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받아낼 수 있음 (걱정마세요!)
등이 있습니다.

후기
수능을 망쳐서 원하던 대학 원하던 과에 진학하지는 못했지만 고2, 고3 2년동안 공부했던 법과 정치 지식과 책은 그대로 있습니다. 제가 일한 백화점에서 꼭 이 글을 읽고 이러한 문제점들을 수정했으면 하네요. 어떤 음식점과 카페는 '남의집 귀한자식'과 같은 문구를 티셔츠에 프린팅해 알바생에게 준다는데, 백화점에서 근무하시는 분들도 고객들과 서로 존중할 수 있게 근무환경이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하신지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아직도 한국 사회는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한국을 떠나려고 계획중이라 그 전에 돈이나 좀 벌려고 알바했었는데, 앞으론 내 인권을 지키면서 간간히 주말알바나 하고 학업에 열중하려구요..ㅎㅎ 혹시 근로기준법이나 다른 법에 관해 궁금하신 분들 댓글 달아 주시면 책 뒤져서 기억을 끄집어내서 답변해드릴께요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항상 무료 법률 상담 진행중이니까 제가 답변 못드리는 것은 부담 없이 전화 거시면 됩니다.
백화점 알바는 딱 하루 했구요 뭐 기자 그딴거 아니라 그냥 대학 휴학하고 유학 준비하는 평범한 학생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모두 안전하게 알바하시고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청년 화이팅입니다!!
-끝-
추천수51
반대수9
베플|2016.09.22 20:11
이게바로 서민끼리 싸운단거임. 백화점에 입점업체도 그렇고 일반 편의점이나 술집도그렇고, 최저시급은 올라가는데 시급대로 야간수당대로 다주면 거기 사장들도 남는게 없다는게 함정, 걔네도 우리같은 서민이고, 시급을올릴거면 그 시급을 지급할 법을 마련하고 ,또한 그 시급을 지급할수있게 상황을 만들어줘야하는데 상황은 안만들어주고 시급은 계속올라가고
베플123|2016.09.22 10:28
저 학생이 뭐하는 사람이던간에 근로계약서 작성안하고, 합의없이 연장근무 시키는 것은 불법입니다. 백화점 업무의 실상이 어떤지 저 학생이 일해보기전에 몰랐던 것은 잘못이 아니고 한심한 것도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돌아가는 백화점 시스템이 문제인거에요. 백화점이라고하면 대부분은 이름 알만한 브랜드 가치를 가지는 곳인데, 그곳에서 이렇게까지 기본이 안지켜질거라고 쉽게 상상할 수 있나요? 주변에 경험자가 없다면 당연히 모를 일입니다. 저 역시 판매원들 페이나 복지를 잘 쳐줄거라고 생각은 안했지만, 시간제 아르바이트생에게 당일 연장근무를 통보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이 글을 통해 알았으니까요. 그리고 이 문제에 있어서 문제나 책임사항은 명백한데 글쓴분이 대학생이건 재수생이건 유학생이건 학업에 뜻이없건 그게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기준이라는 것은 그보다 못한 방식으로 차등적용되는 일이 없어야하기에 최소한의 규정으로 제정한 것입니다. 대학생이고 아니고와 백화점 업무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었던 것은 이문제와 하등 관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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