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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나는 봄이였을까

들어줄래Y |2016.09.22 21:20
조회 401 |추천 2

Y에게

안녕 잘지내지?
학원알바할때 학생들이 첫사랑이야기를 해달라하면
네 이야기를 가끔 해주곤 해.
아직 많이 생각나는터라.. 지우기 쉽지않더라 ㅎ
오늘 네 생일이길래 술한잔했어.
아직까지 비워내지못한 숙취로 한번 여기에 끄적여봤어.
직접 말한 용기는 없고.. 여기서 나마..
너에대한 나의 넋두리 한번만 들어줄래?

우리 처음만났을때 생각나냐
차디찬 바람이 쉼없이 두 볼을 스치던 작년 1월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혼자서 학교공원에 가만히 앉아 하염없이 울고있는 너를 봤을때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라. 그냥 지나칠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대로 지나치기로 마음먹고 네 앞을 지나치려는 순간 운명처럼 내 휴대폰 문자소리가 울리고 너랑 나는 뻘쭘하게 눈이 마주쳤지. 그때 였을거다 아마. 내가 네 올망졸망한 눈망울에 처음으로 반했던 날. 그 순간 오만가지 생각으로 머리를 굴렸어. 너를 '어떻게 위로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라는걸. 짧은 시간 고민 끝에 내린 결론으로 내가 매고있던 목도리를 너에게 둘러주고 말없이 돌아섰지. 그땐 왠지 연락처를 묻지 않아도 다시 만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더라. 첫만남부터가 운명같았으니까 우린.

그일 이후로 너를 만나는건 생각보다 쉽지않았어. 방학이였고 우린 서로의 이름도 과도 몰랐으니까. 혹시나해서 대나무숲도 매일 확인하고 분실물찾는 곳에 내 목도리가 있나 보러가기도했지만 너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어. 그러기를 2주, 네 얼굴이 서서히 잊혀져 갈때쯤 익숙한 목도리를 다시 봤어 신기하게도 우리가 처음 만났던 장소에서. 그땐 니가 환하게 웃고 있더라 다행히도.
그때 또 한번 네 이쁜 눈망울을 가슴속에 새겼다.
그 이후로 우린 부쩍 친해졌어. 우연히 여러 장소에서 마주치면서. 네가 그언젠가 나한테 톡으로 이렇게 말했었지? "오빠 우리 우연히 많이 마주치는거 보니 운명이 맞긴한가보다 ㅋㅋ"라고..
그때 말못했는데 그거 우연아니야 바보야ㅋ

그렇게 시작한 사소한 만남을 시작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익숙해졌고 나의 하루의 시작과 끝을 너로 서서히 채워져갔어. 흔히 말하는 썸을 짧지도 길지도 않게 타며 찾아온 핑크색 봄,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고백에 말없이 두 손을 꼭잡으며 아이처럼 웃는 네 눈망울이 내 눈동자에 담겼을때 난 더없이 좋았고 행복했다. 긴 겨울끝에 찾아온 봄날 처럼.

아직도 난 너의 독특한 취미가 잊혀지지 않는다.
언젠가 그 예쁜 손으로 네가 취미를 보여주겠다며내 손을 꼭 잡고 이끌고간 곳은 너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것같은 오락실. 나랑 같이 철권을 하자고 했지. 나는 영문도 모르고 끌려와 오락기앞에 앉아 100원짜리를 넣었다. 이거 참 고민이였어. 너는 잘한다고 하는데 내 눈에는 햇병아리처럼 보였거든. 져줄까 이겨버릴까 잠깐 고민하다 적당히 져주는쪽으로 택했다. 여러모로 아쉽게 지려고 노력했고 다행히 눈치는 못챈거같았다. 맞지?ㅋㅋ 너의 그 기세등등한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않아. 꽤 귀여웠거든ㅋ 머리를 한번 쓰담쓰담 해주려다 자꾸 약올리길래 꽁 한대 쥐어박았다
나중에 니 친구 ㅁㅇ이한테 들었다 내가 게임 좋아하는거 아는데 자기때문에 게임 못하는거 같아서 같이 해주고싶어서 연습했던거라고.. 조금 후회했다 역시 쓰담쓰담해줄걸그랬나.. 누가봐도 내 여친은 역시 나같은 놈한텐 과분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그때 잠깐 들었다.

우린 그렇게 여느 커플처럼 행복했고 다정했고 즐거웠다. 그리고 여느 커플처럼 권태가 찾아왔다. 늘 사랑을 말하던 네 두 눈이 어느 순간 이별을 드리울때 나 역시도 그럴 준비를 하고있단 생각에 착잡했다. 그리고 우린 헤어졌다. 놀랍게도. 깔끔하게. 이별의 힘든 시간은 바쁜 시간으로 대체해버렸다. 우린 고학년이라 서로 너무나도 바빴고 이별을 아파할새도 없이 시험을 준비하고 취직을 준비했다. 사랑때문에 일상을 손놓고 있을 철없는 나이는 아니였기에.. 그렇게 나는 네가 없는 온전한 나만의 일상을 되찾기 시작했고 네 눈망울은 서서히 잊혀져갔고 유난히도 더웠던 8월이라 눈물도 슬픔도 말라갔다.

그렇게 잊혀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로 한번도 보지못하다가 우연히 너를 만난곳은 우습게도 저학년 수업인 실용영어회화시간. 교실에 들어선 순간 마주친 네 눈망울에 가슴속에 새겼던 잊어야한다는 다짐이 산산조각났다. 수업을 듣는둥 마는둥하고 인사도 없이 빠져나왔다. 그길로 수강포털로 들어가서 정정을 했다. 숨이 가빠왔다. 내가 왜 피해야돼? 라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너무도 태연해보이는 너와는 다르게 종잡을수없는 내모습을 보아하니 역시 내가 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만 보면 옛생각이나서 안되겠더라.

그리고 지금. 니 생일. 페북 담벼락에 쓴 그 어줍짢은 인사말... 남들 보기에 어색해보이지 않으려 억지로 쓴 그 글에 정성스레 달아준 니 댓글을 수없이 읽고 읽었다. 지금껏 단 하나 깨달은게 있다면 머리론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했던 너가 가슴이 완전히 기억하고 있었다는거. 그거 하나.

보고싶다 보고싶다 그립다 그립다
다른 곱창은 안먹는데 야채곱창은 좋아하던 너,
슬픈영화보다 행복한 영화를 볼때 더 잘 울던 너, 의외로 겁이 없어서 한밤중에 잘 다니는 너,
그런 너를 데려다 주고 돌아가는 나를 사라질때까지 한참을 바라보고 있던 너,
무릎에 누워 다정하게 바라보다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면 카드캡터체리를 불러주곤 했던 너,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었을때 돼지국밥이라고 말해 나를 새삼 놀라게 했던 너,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했던 눈망울을 가진 너

많이 미안했고 고마웠고 그리고 사랑했었다.
또 다시 돌아올 겨울안에서 울고있을 너에게 따뜻한 목도리를 건네줄 다른 사람이 생기길 바라, 진심으로. 이번엔 나보다 더 멋진 놈으로 만나라. 내가 너 놓친거 후회안하게, 알겠지?
자, 그럼 이제 찌질한 나는 물러가주마. 깔끔하게!
잘지내라. 정말로 잊지않을게
언젠가, 그 언젠가, 이 모든 추억을 웃으면서 네 앞에서 이야기할수있을때 그때 다시 만나.
술 한잔 하자 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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