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일 넘은 아기를 재우고 새벽에 잠이 안와 혼자 끄적댔네요. 혼자 쓴 글이라 그냥 반말이에요. 이해부탁드립니다.
처음 임신했을때는 생각보다 아기가 빨리 생겨서 당황했지. 뭐든 계획을 하고 차근히 준비해서 진행하는 내 성격상 모든게 혼란 스러웠어. 솔직히 내 인생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기적으로 살던 내 삶에 누구를 책임져야하는 압박감이 너무 부담됐지.
그래도 임신은 10개월간의 준비기간 이었지. 근데 그 준비를 나는 내 위주로 했던거 같아. 오직 출산 그 하루를 위한. 건강하게 아기낳기 정도로만 생각한듯..
자연출산을 생각, 준비하고 임산부 요가를 다니고 휴가 후 남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열일하고. 이 모든게 출산 후 아가와의 생활은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그 출산 하루를 위해 달리기만 했던거지.
그러다가 아기가 2주 먼저 태어났어. 갑자기.
회사를 쉰지 3일 된 날이었고, 하다못해 휴가계획도 치밀하게 세운다며 여름휴가 이후에 내놓은 상태였는데 모든게 엉망이 됐지. 아기가 빨리나와서 다들 순산이다. 복받았다. 하더라. 나도 건강하고 아기도 건강하니까.
근데 그때부터 난 정신이 반쯤 나간거 같아. 조리원 맨 위층이 6층이었는데 여기서 뛰면 죽을까? 이생각을 매일 매 시간마다 했어.
갑자기 내가 엄마래. 아기를 사랑하고 아기만을 생각하는 모성이 깊은 사람이 되래. 근데 우낀게 난 10개월동안 엄마가 된다는 생각은 못한채 그냥 애기낳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나봐. 그 엄마, 모성애라는 말이 너무 싫었어.
그리고 2시간마다 아기를 만나는 수유콜이 왔어. 그 전화가 얼마나 목을 죄여오던지. 수유를 엄청 강조하던 조리원에서 수유를 안하면 이상한 엄마 취급을 받으니 사실 모성이라기보단 책임감에 가깝게 수유를 했던거 같아. 그냥 내 숙명이려니 하며.
남편이 그렇게 힘들면 분유 주라고 몇번 이야기 하더라. 그런데 그말이 너무 섭섭했어. 그냥 나보고 못하겠음 포기해. 이렇게 들리더라고. 근데 난 노력해보지 않고 포기한적이 살면서 거의 없거든. 넌 안되니까 그냥 하지마. 이게 난 용납이 안되는걸..
모유양이 많지 않다고 그런얘기를 매일 들었어. 애기가 잘 물어줘서 거의 한시간씩 수유실에 있었지만 결국 내가 가고나면 아기는 분유보충을 했지.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한테 힘들게 내 젖을 물라고 시키는 나쁜 엄마같았어.
조리원을 나와선 일주일간 아기가 밤에 한시간에 한번 씩 깼어. 아 아래서 조리원 천국이라는 거구나. 실감했지. 친정엄마가 없었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하기 싫다.
친정에 와서 지내니 신랑과는 어쩔 수 없이 주말부부가 됐어.
정말 전쟁과 같은 주중 5일이 지나고 주말이 되면 친정엄마께 아기를 맡기고 신랑과 잠시 외출하는 그 몇시간이 숨통이 트이긴 하더라. 하지만 30분만 지나도 마음이 너무불편해. 아기가 울진않을까. 젖 찾진않을까. 사실 나보다 엄마가 아기를 더 잘 보시는데도 말야.
근데 신랑은 의무감으로 나와 외출한다는 느낌이 들었어. 사실 매주 처가집에 온다는것도 쉽지않고 불편하겠지.
좋지 않은 표정을 보니 나가기가 점점 싫더라.
그러던 어느 주말에 신랑이 내가 싫어하는 담배를 다시 핀다는걸 알았지. 와 뒷통수가 뜨끈하더라. 아무리 씻어도 아기한테 담배의 해로운 물질이 남는다던데? 이걸 알고도 피나?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어.
그 주 주말에 지나고 신랑이 없던 주중 어느날.. 야근을 한다던 신랑이 연락이 두절됐는데 괜히 느낌이 싸했어. 이런게 육감인가. 전화를 몇번 해도 안받더라. 그러다 나중에 통화를 하게되었는데 아주 취한 목소리더라고. 그때의 그 배신감이란.
전쟁터에 같이 나와서 같은 타겟을 목표로 싸우는줄 알았던 전우가 알고보니 나를 쏘려는 거였다는걸 아는느낌?
철이 없는건가? 아님 내가 힘들어보이지 않나? 내가 만만하나? 내가 그렇게 바보천치인가? 그래서 자꾸 나를 속이나?
사실 신랑은 결혼 전 부터 술먹는 약속을 자주 속였어. 내가 거짓말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 했는데 또 그렇게 했다는 배신감이 정말 가슴이 터질 거 같더라. 몇번의 거짓말이 더 있었을거라는건 짐작했지만 이렇게 또 알게되니. 심장이 터질꺼 같았어
신랑은 선의의 거짓말이래. 그래 이해해. 내가 힘든거 아는데 자긴 노니 미안했겠지. 근데 무너진 신뢰감은 어쩔껀데?
진짜 이혼하고 싶더라. 아기보여주는것도 싫었어.
양육권은 내가 꼭 가질꺼야. 변호사도 알아봤어.
며칠을 꼬박 새워가며 이를 갈았어. 이대론 못산다고.
그러다 보게된 인터넷에서 이혼 후 후회하는 엄마들에 대한 글들을 봤지. 이 더러운 대한민국에서의 이혼맘들은 정말 살기 어렵겠더라고.
그래 또 참자. 죽일짓 한건 아니니까.
하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니 이보다 더한 짓을 했을 땐 어떻게 해서든지 잡아내 주리라.
결혼은 너만 후회하는줄 알아? 다시태어나면 결혼따윈 절대 안한다 나도.
또 며칠이 지나고 폭발하던 분노도 조금씩 사그러드니 우리 아기가 보이더라. 와 며칠새 이만큼 더 컸네.
아기가 하루하루 크는게 너무 아깝고 아쉬운데. 난 딴 생각하느라 그 조차 잊고있었구나.
그리고 또 생각했지. 이 예쁜 매일매일의 모습을 나만보니까 어쩌면 그 부분에선 내가 더 복받은거라고.
하루는 너무 힘들게 지나가지만 지나가버린 하루는 아깝고 아쉽더라. 아 이만큼 또 컸겠구나 생각하니.
그래 뒤돌아보면 아까운 하루였으니 그 하루동안 우리 아가의 모습을 눈과 마음으로 많이 담아두자.
사진으론 아무리해도 담아지지 않더라고.
요새는 모성애라는게 처음 멘붕이었던 그런 커다란 사랑이라기보단, 새로 생긴 가족이 있는데 그 가족의 아주 작은 구성원 하나와 점점 정이들고, 그 구성원이 커나가는 모습을 도와주고, 지켜봐주고. 하는 거라고 생각이 들더라고.
거창한 모성애를 생각하며 그것을 따라가기에 급급하기 보다는 그냥 내가 느끼는 아기에 대한 감정에 하루하루 충실하자. 이런생각이 들어. 딴게 아니라 이게 모성애일거야 하며.
내 인생이 가장 중요한 나는 변함이 없지만, 내 인생에 찾아온 아기가 아기의 인생을 책임지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내 인생의 일정 부분이니 떨어져 생각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어.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아주 편하더라고.
신랑에 대한 기대감도 적어지고. 화도 덜나고.
누구에게 기대하는 마음이 아니라 그냥 내 인생이니 내가 해 나가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