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저는 20대 초반 여대생입니다.남자친구는 저랑 같은 학교 다른 과 동갑이구요.
저랑 남자친구의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과외를 참 열심히 한다는 것입니다. 학교 네임밸류때문에 과외를 꽤 쉽게 구하는데 저는 과외비로 월 20~30만원 벌고 남자친구는 과외비로 월 60~100만원까지 법니다. 이 친구가 워낙, 입을 잘 털어서 학부모님들이 쉽게 설득당하시고 또 나름 실력이 있어서 잘 잘리지도 않더라구요. 거기에 저는 용돈으로 월 40만원, 남자친구는 월 50만원을 받습니다. 저나 남자친구나 부족한 것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만큼 복받은 사람들인거죠.
저는 여행을 좋아하고 고등학교 때 입시 준비를 하며 어디어디 여행을 가겠다 몇년간 벼르곤 했었기에 번 돈을 저축했다가 방학중의 해외여행비에 사용했습니다. 물론 여행 후에는 거지꼴이 다되긴 했지만 부모님 지원 거의 (10만원..) 없이 유럽, 일본, 호주 등을 여행했다는 것은 (부끄럽게도) 제 나름의 자랑거리입니다. 남자친구는 자기가 버는 100만원 넘는 돈의 50%~80%가량을 저축합니다. 아니, 사실상 거의 다 저축하고 월 생활비로 약 30~40만원 쓰더라구요. 자신은 박사학위에 유학까지 가고싶은데 부모님께서 경제적 지원을 안해주겠다고 하셨다며정말 열심히 저축하더라구요. 그런 성실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모습에 제가 반하기도 했구요.
모든 커플들이 그렇겠지만, 저희도 사귀기 얼마되지 않은 후 부터 돈문제로 삐걱대곤 했습니다.
우선 저는 여행에 돈 쳐넣는것만 봐도 아시겠지만 좀 화끈(?)하게 돈을 쓰는 편입니다. 게다가 저희 부모님이 "물건은 한번 살 때 좋은 것 사서 오래 쓰는 것이다" 주의셔서 저도 비슷한 소비패턴을 갖게 되었습니다. 선물하는것도 좋아해서 기념일/비기념일 때마다 남자친구에게 13만원짜리 지갑, 5~6만원때의 옷, 2~3만원짜리 화장품 여러개 (본인은 피부가 다 터도 돈아깝다고 안사길래 제가 사줬습니다), 3만원짜리 보조베터리 (계속 핸드폰을 꺼져서 연락이 안되기에 제가 사줬습니다) 6만원짜리 가죽 필통 (필통을 안들고 다니더라구요.)등을 사줬습니다.
남자친구는, 비싼 선물이 부담스럽다며 제가 줄 때마다 손사래를 치며 부담스러워했지만 제가 사준 것은 열심히 잘 써줘서 정말 고맙더라구요.
물론 그는 "나 돈 모아야 되는 사정 알지 않느냐~"라고 하며 저한테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선물을 사주진 않았습니다. (사실 선물을 거의 안사줬습니다. 뭐 챙기고 이러는거 잘 못하더라구요). 제가 받고싶은건 -제가 생각해도 너무 20대 초반같은데 - 기나긴 편지였고 남자친구가 이걸 써주지 않는 것에 더 큰 섭섭함을 느껴 꽤 싸웠던 것 같네요.
그리고 저는 밥을 먹더라도 맛난걸 먹고 싶어해서 맛집에 가자고 자주 조르곤 했습니다. 물론"넌 뭐먹고 싶어?"라고 매번 물었고 남자친구는"너 먹고싶은거~" 매번 이러더군요. 그래도 비싼거 먹으러 갈때는"내가 살게"라는 말을 (정말 진심으로) 덧붙였지만, 니가 왜 사냐며 꼭 더치를 해주더라구요.(아, 저나 이 친구나 자존심 세서 무조건 10원단위로 칼더치합니다)그래서 홍대, 이태원 이런 맛집에 자주 갔습니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저를 배려해주고 사랑해 주는 것 같아 행복했구요.
저는 여행 다녀오고 학기 시작했을 때마다 경제난을 겪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남자친구와 사귄걸 후회하거나 비싼 선물을 한 것을 후회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다 제 선택이니까요. 심지어 후불교통카드 입금일이 과외비 입금일보다 앞서 카드가 끊긴 적도 있었는데 그 때도 원망 안했습니다. 걍 여행가서 비싼 밥 쳐먹은 저를 원망했습니다. 남자친구에게 약간 짜증나는 점이 있었다면 제가 돈 없는거 뻔히 알면서도 "이번학기 총 300만원 모았다",
"이제 통장에 1000만원이다"
이런 말을 한다는거? 그정도?
버스비 끊긴 다음엔 좀 그만좀 염장 지르라고 짜증을 냈던것 같은데 그 이후론 직접적으로 짜증을 낸 적이 없습니다.
문제는 남자친구가 과외에 잘린지 며칠 후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어느날그 친구가 과외가 잘리고 며칠 후, 저한테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너 때문에 나 돈낭비한다.
너랑 안사귈때는 맨날 학식먹고 돈 아껴서 20만원 안으로 쓸 수 있었는데,
너랑 사귀고 데이트하느라 40만원 넘게 쓴다."
다 제탓이라는 듯이 이야기를 하는겁니다.
저는 억울해서 "아니 그게 왜 다 내탓이냐.
내가 어디가자 뭘 먹자 돈쓰는 일 있을때마다 네 허락 구하지 않았느냐" 하니까
"니는 니 먹고싶은거 안먹으면 짜증내서 내가 말을 못껴냈다"라는겁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사건은, 약 2달 전 홍대에 먹으러 갔는데 걔가 치킨을 먹고 싶다고 했을 때 제가
"아 치킨 먹기 싫어. 느끼해. 넌 맨날 치킨 먹고도 (실제로 치킨 매일 밤에 시켜먹습니다)
또 먹고싶냐. 너 건강을 위해서라도 그만 먹어 좀"이라고 짜증을 부린 사건이었습니다.
제가 물었죠. "너 돈 없어? 너 그동안 번거 다 어딨어?" 하니까
"지금 돈 없다. 쓸 수 있는 돈 5만원 뿐이다. 나머지는 다 적금(말이 적금이지 사실은 정기예금)통장에 있다"
"아니 돈 부족하면 적금통장에 있는거 좀 꺼내 써라. 지금 당장 급하지 않느냐."
"싫다. 나 대학원 가야한다"
"어쩌자고"
"아 몰라. 진짜 짜증나"
ㅡㅡ
어쨌든 그 날은 뭔가 제탓인것 같아서 제가 사과하고커플통장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저, 남자친구 둘 다 돈을 아끼자는 차원에서20만원씩 입금하기로 했죠. 물론 남친이 귀찮다며 돈을 입금 안해서 두달만에 때려쳤지만...^^자기 적금통장엔 꼬박꼬박 넣으면서 커플통장은 귀찮아했네요 생각해보니.
제가 진짜 빡친 사건, 제목에 쓴 사건은 지금부터 나옵니다.
저는 키가 꽤나 작고 힘도 약합니다. 그리고 버스 및 대중교통을 정말, 정말 싫어합니다.그리고 버스 문 닫힐 때 급하게 내리다가 보도블럭에 엎어져서 발목 삐고2달간 고생한 이후로 버스 하차 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곤 합니다.
문제의 날, 저희는 여의도에 자전거 타러 가고 있었습니다. 남자친구와 저는 만원 버스를 타다가 내렸고, 남자친구는 먼저 찍고 나가고저는 기사님이 출발하려 하시고 사람들이 뒤에서 밀고 지갑을 막 눌러대도 안찍히길래그냥 내렸습니다. 그랬더니 남친이
"아! 뭐하는거야! 왜 안찍어!! 돈 아깝게시리!"라고
버스 안 사람들 (문이 아직 안닫혀서 쩌렁쩌렁 울렸습니다),라고 길가 사람들 다 쳐다보게 소리를 지르는 겁니다. 저는,
"아 걍 내렸어. 버스 아저씨가 문 닫을까봐"
"(아직도 큰 목소리로) 아니 왜?! (변성기 덜지났는지 목소리 꺾입니다) 그거 말씀드리면 다 열어주셔!!!"
너무 쪽팔리고, 내 돈 내가 쓰겠다는데 지가 뭔상관이지 싶었던 저는 그 내용을 그대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랬더니 남친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게 왜 내 상관이 아니야. 결혼하면 같이 쓸 돈인데!"
?
"지금부터 습관을 잘 들여놔야지"
?
"뭔 개소리야. (진심빡침) 내가 번 돈 내가 쓰겠다는데 뭔 습관이야. 너가 상관할 바 아니지"
"(진심 답답하다는 듯이 큰소리로 꽥 소리지르며) 아니 당연히 상관할거지. 생활비는 같이 쓸 거잖아!"
"아니 누가 너랑 결혼한대?"
"그럼 너 나랑 결혼 할 생각 안하고 사귀는거야??"
"아니 왜 여기서 말이 글로 흘러가?"
근데 남친이 진짜 삐지더라구요. 저를 정말 나쁜년 취급을 하는겁니다.
지하철역까지 싸우다가 지혼자 빡쳐서
집에 가더라구요. 지하철 타고.
마치 제가 자기 돈 낭비한 것 처럼 짜증내길래 왜그러나 했더니정말 자기돈이라고 생각했었나봐요.
아니 연인이면 결혼 전제하고 사귀는건 예의겠지만,
그렇다고 벌써부터 상대방 돈쓰는 것 갖고 지x할 건 아니지 않나요?
그것도 내가 번 돈이고, 돈 없다고 지한테 짜증낸적도 없고
돈 빌려달란적도 (자존심 때문에 단 한번도) 없는데.
물론 어째어째 잘 화해해서 지금까지 잘 사귀고 있는데요즘도 이친구가 돈 궁할때마다 제탓하고제 "안좋은 소비습관"이야기를 해대서
정말 제가 문제인지 남친새끼가 문제인지 궁금해서 여기다가 여쭤봅니다.
두서없는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