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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산타클로스가 된적이 있네요

한국인 산... |2008.10.21 00:22
조회 198 |추천 0

올해가 2008년이니까

무려 12년 전,  미국에서 머물렀을 때 이야기 입니다.

 

Oregon, Eugene에 있는 대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었는데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었죠.

친구들 몇몇은 제가 혼자 지내고 있는 것을 알고 자기 집으로 초대하겠다고 했지만 그래도 버스로 3시간 거리인 Portland에 외숙이 계신지라 외숙댁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미국에서 Gray Hound 버스를 타보신분은 아시겠지만 버스타고 가면 몇박 몇일 가야하는 일도 생기죠. 또한, 티켓도 선착순식으로 발매를 해서 빠른 번호 가진 사람이 먼저 타고 가는 시스템이었죠.

우리나라에서 몇일 몇시 몇번 좌석 이렇게 예약하는 시스템이 아니었답니다.

제가 타는 버스도 LA를 출발해서 몇일을 달려 시애틀까지 가는 노선이었습니다.

게다가 그해에는 눈이 많이오는 바람에 버스가 계속 연착됐었죠. 운이 좋게도 마침 오후 15:30분 버스가 도착했는데 저까지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남은 겁니다.

제가 마지막 이었습니다.

 

정말 속으로 '아이고 살았다'

버스 정류장에서 거의 2시간 반을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버스 아래에 짐을 싣고 저 뒤편에 있는 자리에 가서 앉았습니다.

옆에는 허름한 옷차림에 술주정뱅이같아 보이는 아저씨가 앉았는데 그래도 두 손에는

"To Daddy" "To Mom"이라고 씌여진 크리스마스 카드를 들고 있었었죠.

속으로 '음...그래도 크리스마스가 맞긴 맞나보다' 생각하면서

찌뿌둥한 허리를 요리저리 흔들며 펴고 있었죠.

 

3분정도 기다렸나?

그런데 회사직원 한분이 갑자기 올라타더니, 마이크를 붙잡고...

"미안합니다. 버스를 타고 있었던 손님이 화장실 간 사이에 사람 수를 잘못 세는 바람에 한 자리가 부족하게 되었습니다." 잠시 멈칫하더니

"여러분 중에 나중에 올 버스를 탈 지원자를 받고 싶습니다"

웅성 웅성...

여기 저기서 나즈막히 들리는 한탄과 욕들...

 

눈 때문에 연착하면서 10시간 이상씩 버스타고 온 사람들이 대 부분이었는데

여기서 이런 복병을 만날 줄이야...

여전히 웅성웅성...

 

여기서 한 한국인의 생각

'어라 내가 맨 나중에 탔는데...내가 내려야 하는거 아냐?'

'당연한거 아닌가?'

한 한국인...손을 번쩍 들며

"저요~~!!"

 

제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 깜짝 놀라면서 "너 정말이야? 괜찮아?"

"응, 내가 맨 나중에 탔으니깐 내가 내리는게 맞는 것 같은데..."

아 옆자리 아저씨 고맙다고 덥썩 안아줍니다.

크악~ 땀내~

제 번쩍 든 손을 발견한 버스 직원 아저씨 volunteer가 있다고 소리칩니다.

사람들 모두 저를 쳐다 봅니다. 같이 소리 칩니다.

왠걸...

제가 자리에 일어났더니 버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합니다.

아줌마 아저씨들 뭐하시는거요~~(휘둥그레...)

 

앞 좌석에 앉아있던 아저씨 벌떡 일어서더니

"아리가또~ 아리가또~"

컥...

"저 한국 사람이에요"

"아 그래요? 아무튼 고마워요"

 

복도를 걸어가는데...

사람들 일어서서 고맙다고 어깨 쳐주고 악수하고

어떤 할머니는 당신이 가지고 계시던 초콜렛 주십니다. 그걸 보고 어떤 아저씨 음료수 줍니다. 어떤 아줌마 빵줍니다. 뭐...주는 대로 받아 가면서 버스 문까지 왔습니다.

 

운전기사 아저씨가 "고마워, 메리크리스마스" 웃으면 말을 건냅니다.

그냥 이대로 뻘쭘하게 나가면 좀 그래서...

뒤 돌아 사람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여러분들께 드리는 제 크리스마스 선물입니다"

라고 소리쳤죠.

뭐...좋지 않은 발음이었지만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버스 안이 온통 "메리크리스마스"로 울러퍼졌었죠.

 

버스에 내렸는데 창가에 얼굴 대고 손을 흔들어 주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헉 버스 통로 나오면서 받았던 음식물이 양손에 한가득입니다.

버스 직원이 알아서 짐도 다 빼줬습니다.

다음 버스 오면 저를 맨 먼저 태워주겠다던 약속과 함께...

 

다시 버스터미널 대합실로 왔서 기다리더 사람들과 음식좀 나눠먹었습니다 (대부분 초콜렛이어서 애들이랑 나눠 먹었죠)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volunteer 의미가 꽤 크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얼떨결에 Volunteer가 되서 극진한(?) 환송을 받았습니다.

나름대로 좋은 경험이었고

미국에서 잠시나마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된듯한 느낌이었답니다.

 

사회가 힘든 요즘에 모두들 자기일에 바쁘고 힘들어지다 보니 사회가 더욱 각박해지는 것 같아 아쉬워집니다. 예전 제 일기장을 꺼내보다가 써 놨던 글이 생각나서 옮겨 적어봅니다.

힘든 시기지만 마음만은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 대화는 모두 영어였습니다만, 여기엔 그냥 한글로 ^^;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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