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현수막 보셨나요?
서울시에 사는 한 평범한 아줌마입니다. 지하철 2호선 문래역의 한 쪽에는 홈플러스와 로데오 거리가 있는데 저희 M 아파트 단지는 사면 중 두 면이 자동차 도로에 접해 있고 두 면은 홈플러스와 로데오 상가가 접해 있으며 그 사이에 꽤 넓은 인도가 있습니다
그 인도에 얼마 전부터 다음과 같은 두 개의 플래카드가 걸렸습니다
작년에 한꺼번에 몇 마리의 고양이가 살해됨과 동시에 행방불명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한 아이가 고양이를 발로 차서 죽인 일도 있었고, 독약을 먹고 고통을 못이겨 날뛰다가 죽는 고양이도 목격되었고, 한 어른이 고양이를 낚시바늘에 꿰어 매달아 죽인 적도 있었습니다.
당시에 몇 명의 용의자들을 동물학대로 형사고소를 하려다가 단지내의 동물애호가들이 고양이를 죽이지 말아달라는 호소문을 각 동 엘리베이터마다 계시하는 것으로 끝이 났고, 일 년 동안 잠잠 했습니다.
이곳은 고양이의 개체 수가 많지 않아 거의 눈에 띄지도 않으며 보통 사람들은 고양이의 존재도 잘 모르고 살고 있습니다. 모르는 고양이가 나타나면 구청에 연락해 잡아다가 꼭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풀어 놓습니다. 저희도 고양이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은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미 태어난 생명은 두려움에 떨지 않고 살다가 가게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홈플러스와의 사이 정원같은 곳에 놀러 오는 비둘기들도 그냥 적당한 한 떼의 무리들이지 전혀 많은 숫자가 아닙니다.
문제는 새로운 입주자 대표 회의가 나타나고부터 입니다. 이번 입주자 대표회의는 첫 번째 일이 저런 현수막을 건 일이었습니다.
저희 단지에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보살피는 고마우신 분들이 몇 분 계십니다. 아파트 단지 쥐똥나무 담 바깥쪽으로 인도가 끝나는 부근에 –로데오 상가 주차장과 차도 쪽 잘 보이지 않는 곳에- 고양이사료 그릇과 물그릇 놓는 장소가 있습니다. 이곳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으며 나무에 가려져서 눈에 잘 띄지도 않습니다. 또한 이분들은 남들에게 욕먹지 않도록 항상 그릇과 주변도 깨끗이 관리하십니다.
그런데 현수막이 걸린 후로 거기에 고양이 캔을 하나 놓아주고 오면 누가 바로 뒤 따라와서 치워버린답니다. 그래서 여러 번 마찰과 다툼이 있었습니다. 아이들도 아니고 나이도 아주 많은 분들이 이게 무슨 짓이랍니까? 어떤 분은 공공연히 고양이와 비둘기들을 총으로 다 쏴 죽여버리겠다고 공언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집에 총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고양이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을 압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어쩌다 고양이 캔을 하나 주려는 사람도 죄지은 사람처럼 남 몰래 줘야 합니다. 고양이 밥 주는 분들이 레지스탕스가 돼버렸습니다. 저는 원래 수십 년간 강아지만 키워오던 사람인데 이 동네 길 고양이들이 너무 학대당하고 살해당한다는 소리를 듣고 얼마 전부터 그들을 도와주게 되었습니다.
현수막이 걸린 후 여러 건의 마찰이 있어서 입주자 대표회의와 관리소에 여러 번 현수막 철거를 부탁했지만 전혀 말이 통하지 않고 안하무인으로 무시하고 묵살합니다. 항상 내세우는 이유는 고양이가 외제차에 기스를 내기 때문에 없애야 한답니다. 여러분들도 저 플래카드에 써있는 글처럼 도시의 그늘에서 태어난 고양이들이 ‘스스로 먹이를 찾아 당당한 생태계의 일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들이 돌아갈 생태계가 있나요? 저희는 기왕 태어난 불쌍한 생명들이 두려움과 배고픔에 떨지 않고 고통 없이 살다 가기만 희망합니다. 길고양이들은 집고양이들과 달리 2-3 년밖에 못산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분명히 머리가 짓밟힌 것으로 보이는 비둘기의 시체가 발견되었고, 엊그제 (10월 26일)에는 밥을 먹으러 왔던 어린 고양이 한 마리가 살해되었습니다. 저녁 때 밥을 주신 분이 잘 아는 고양이었는데 잠시 후 다시 가보니 그 자리에 목이 졸려 죽은 것으로 보이는 고양이 시체가 있었고, 더욱 섬뜩한 것은 사진에 보시다시피 범행에 사용한 비닐 장갑이 곁에 놓여 있었습니다.
21세기 서울의 아파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자체가 정말 어이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동네에서 놀러 오신 지인들도 플래카드를 보고는 한심하다고 분개하고 가십니다. 그러나 그것을 그린 라이트로 알고 날 뛰는 인간(?)들이 더 무섭습니다. 일년 전의 연쇄살해사건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저희는 26일 밤 즉시 경찰에 동물살해 신고를 했고 형사분께서 현장 조사를 마치고 갔습니다. 비닐 장갑 안쪽에 지문이 있을 것이고 아마 전과자라면 범인을 찾을 수도 있겠지요. 유명한 사이코 연쇄살인범들이 대개 처음에는 동물학대와 살해로부터 시작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아닌가요? 조금 과장되게 말해서 저런 플래카드가 푸른 신호등이 되서 사이코패스를 키운다고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저 플래카드를 떼어내기 위해 동물 애호 사이트에 많이 퍼날라 주시고 경험 있으신 많은 분들의 조언과 힘과 응원을 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