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다시는 안봤으면 좋겠다.

비공개 |2016.11.12 17:26
조회 4,013 |추천 8
2013년 7월
우린 처음 만났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같은 회사에 다닌다는 것도 모른채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진한 화장, 다소 야한 옷차림, 술 좋아하는 성격 등등.
하지만 알면 알수록 넌 누구보다 밝고 정이 많은 아이었다.
그 모습이 나를 끌어당겼던 것 같다.
우리는 금새 친해졌고 매일 붙어 다니며 놀았다.
여자친구가 있었음에도 쓰레기 같이 나는 어느새 너에게 감정이 생겼다.
마음을 다잡고 더이상 마음을 빼앗기지 않으려 노력했다.
다행히도 복학과 더불어 퇴사를 해서 자연스레 멀어졌다.
이게 내가 널 좋아했던 첫 번째다.

2015년 2월
친구가 너와 함께 밥을 먹자고 나오란다.
오랜만에 보는 너는 어떻게 변했을까 기대를 하며 함께 술한잔 기울였다.
넌 여전히 밝고 정이 많으며 내 말에 잘 웃어줬다.
그후로 몇 번 연락을 하며 지냈다.
또다시 마음을 빼앗긴 것 같았다.
당시에도 여자친구가 있었다.
나는 분리수거도 안되는 쓰레기인가보다.
계속 연락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이게 내가 널 좋아했던 두 번째다.

2016년 7월
그 친구는 이제 결혼을 앞두고 집을 샀다.
친구가 자기 집에서 너와 함께 술을 먹자했다.
불안했다.
여자친구가 없던 때라 전보다 더 쉽게
너에게 마음을 빼앗길 것 같아서.
하지만 너를 보면 즐거워서 마다하지 않았다.
역시는 역시 역시인가보다.
너를 볼때마다 마음이 뺏긴다.
이렇게 내가 널 좋아하게 된지 세 번째 만에 확신을 갖고 고백했다.

세 번의 고백 끝에 네가 내 마음을 받아 줬다.
그날 새벽, 발끝부터 치솟는 엔돌핀에 힘든줄도 모르고 너의 집에서 우리집까지 1시간 반동안 걸었다.
아니 뛰다싶이했다.
정신뱅이처럼 웃으면서.
너무 행복으니까.
행복이라는 단어가 내가 느끼는 행복감을 표현할 수 없다고 느낄만큼.

......

2016년 10월 20일
관계를 끊었다.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전화를 먼저 한 사람은 항상 나였고, 말을 이어가는 사람도 나였다.
약속을 잡는 것도 나였고 기다리는 것도 나였다.

'내 답장에는 물음표가 가득했고,
네 답장에는 마침표만 가득했다.'

그래도 좋았다.
몇 시간에 한번씩 연락오는 것만으로도 나의 하루를, 또는 너의 하루를 이야기 할 수 있으니까.
그래도 좋았다.
하루의 끝에 만나서 너의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갓만으로도 진빠지는 취업준비에 안식처와 같았으니까.
그래도 좋았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관계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으니까.

하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좋았던 마음이 배가 되어 부메랑처럼 돌아와 아직은 내성이 부족한 내 가슴을 후벼팠다.
기대가 커질수록 실망감은 커지고 힘들었다.

우리의 끝은 문자그대로 최악이었다.
당시에는 너에게 정이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쉽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연락을 끊었다. 아니 아니...참았다.
다시 연락을 해도 똑같을 것 같았으니까.
3주가 지나고 결국 아쉬운 사람이 연락하는 법이라서 연락을 했다.
하지만

'너는 아쉽지 않은가보다.'

성급했다.
3년동안 친구사이로 지내다 나의 갑작스런 고백으로 연인이 됐다.
너에게 헌신적이었던 이전 여자친구의 모습을 기대했나보다.
천천히 천천히 나아가자는 너에게 서운했다.
뭐가 그리 바빴을까.
나는 너에 대한 감정을 가진 게 오래됐지만 너는 이제 시작이었을텐데.
친구에서 남자친구로 마음을 다잡고 있을 시기였을텐데.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내가 그렇게 화내던, 네가 말이 없던 그날의 수요일 밤을 다시 한번 맞이 하고싶다.
그날 예정대로 예비군을 갔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그날 내 기분이 조금만 더 좋았으면 어땠을까,
그날 한번만, 진짜 딱 한번만 더 참고 만나서 얘기했다면 어땠을까.

꿈을꾼다.
헤어지던 날의 밤에 대해서.
꿈을꾼다.
내 말에 환히 웃어주던 너의 그 예쁜 모습에 대해서.
꿈을꾼다.
너와 다시 손을 잡고 걷는 것에 대해서.

그것도 매일.

꿈만 같던 꿈에서 깨어날때면 언제나 눈앞은 어둠으로 가득하다.
우리관계의 색깔처럼.
꿈을 이어볼까 다시 잠을 청한다.
다시 잠들면 이어지겠지.
잠시후 햇빛은 정신 좀 차리라는 듯이 강렬하게 나를 내리쬔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럴리가 없지.'

다시 예전처럼 웃어주면 안될까.
다시 돌아와주면 안될까.
만난 시간이 짧기에, 함께한 추억이 부족하기에 아픔도 슬픔도 짧을 줄 알았다.

9 P.M.
네가 일을 마칠 시간이다.
습관처럼 핸드폰을 만지작 댄다.
그리고 생각을 한다.
지금쯤 지하철이겠지.
오늘은 누구를 만나서 술을 마실까.
많이 마시면 내일 또 힘들어 할텐데.
안그래도 잠이 많은 너, 술 좀 적당히 마셔라.
공허한 외침은 듣는 이 없이 허공을 맴돌다 내 안에 메아리가 되어 억장을 무너뜨린다.

우리의 연결고리였던 그 친구는 애초에 내가 감당하기 힘든 사람이다, 시간이 약이라며 내가 다시 너에게 닿는 것을 반대한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생각이 난다.
그것도 하루 왠종일.
연애는 몇번 해봤지만 이렇게 가슴 뜨거웠던 적이 있었나.

금방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흘러서 다시 예전처럼 지내자는 말을 끝으로 아쉬움에 나혼자 손이 터질 정도로 세게 잡고 있던 연인이라는 인연의 끈을 살며시 놓았다.

근데 다시는 너를 안봤으면 좋겠다.
경험상 몇년이 지나도 다시 너를 보면 또 좋아할 것 같으니까.
몇년이 지나도 너는 밝게 웃어줄거니까.
몇년이 지나도 너는 여전히 눈이 시릴만큼 예쁠거니까.

다시 누군가를 너처럼 좋아할 수 있을까.
볼때마다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다른사람을 만나더라도 너를 잊을 수 있을까.

......있겠지 그리고 잊겠지.

언젠간
추천수8
반대수6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