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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다리를 건넌 아가에게

안녕 아가야.지금쯤이면 무지개다리 너머에서 너의 엄마와 놀고 있겠구나.
너를 처음 만난건 지난주 금요일이였어.풀밭에서 벌벌 떨고 있던 너는 나를 보고선 도망가진 않았지만, 경계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어.손이 작은편이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 내 손바닥보다도 작았던 너는 내가 웃으며 다가가자 울타리 뒤 풀밭으로 뛰어들어가 울고댔지.그리고 너를 따라간 내 시야엔 동사한 것으로 추측되는 네 어미와 그 사체에 기대 나를 보며 울고 있는 네가 있었어.
안쓰러운 마음에 물을 끓이고 멸치도 불려 참치와 섞어 가져다 주었지.내 눈에 너는 맛있어서 먹기보단 살기위해 먹어대더라.그 물 끓이겠다고 내 엄지손가락이 데인 건 알고있나 모르겠다.상자도 가져다놔주고 핫팩에 신문지도 깔아서 놔줬지만 너는 네 어미의 품에서 벗어날 줄을 모르더라.
그러다가 토요일 밤 너를 찾아갔어.나도 참 너에게 무심했지. 눈이 온다고 그저 좋아했지만 그 눈이 너에겐 독이 될 줄 신경도 쓰지 않았으니까.뒤늦게 찾아가본 너는 박스 구석에 머리를 박고선 몸도 가누지 못한채 울기만 하더라.
미안해.네가 더럽다고 품 속에 안아주지도 못해서 미안해. 박스를 통채로 들고선 병원에 가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너도 많이 무서웠을꺼야.문이 닫혀있었지만 불이 켜져있던 병원에 전화해볼 생각은 하지 않고 쪽지와 함께 문 앞에 너를 두고 가서 미안해.
너무 늦어서 미안해.오늘 너의 소식을 들었어. 일요일 아침 병원 앞에 싸늘한 너를 발견한 의사선생님이 오늘 나에게 너의 소식을 전해주었어.미안해, 정말 미안해.
한번도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해.혼자 내버려두고 가서 미안해.추위에 벌벌 떨며 죽었을 너에 비해 따쓰한 집에서 잠을 잤던 내가 너무 죄책감이 들어.너보다 먼저 무지개다릴 건넜을 너의 엄마에게도 미안해.

아가야, 지금쯤이면 너는 춥지도않고, 배고프지도 않은 곳에서 뛰어놀고 있을꺼야.내 손에 쏙 들어오던 너가 내 품에 들어올 크기가 될때까지, 그곳에서 기다려줘.
4일 남짓한 만남이였지만, 나는 네 죽음이 아직도 실감나지 않아.조금만 내가 더 신중했더라면 너가 살 수 있었을까?
미안해, 그리고 나는 진심으로 너를 사랑했어.아가야, 다음 생에는 길고양이로 태어나지 말아줘.내가 너를 조금 더 아껴줄 수 있는 존재로 태어나서 행복하게 살자.
안녕.
추천수8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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