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색하고 갑갑한 분위기를 깨뜨린 것은 근조였다.
" 순용아 이번 일은 우리가 나서야 할 것 같다"
순용은 말이 없었다.
" 요샌 인터넷이다 뭐다 해서 사람 찾기가 수월한 모양이더라 그러니 우리 희망을 가지고
알아 보도록 하자 "
" 그래요 삼촌 너무 걱정 하지마세요. 여러모로 찾다보면 길이 있겠지요 "
용희가 다독 거리며 위안해 주었다.
" 그렇게 좀 해 주세요 저도 저쪽일을 정리하고 빨리 올라 올께요 "
" 그래 그래 잘 생각 했다 "
" 이번 기회에 찾지 않는다면 아마도 제가 평생 후회할 것 같아요"
" 사람 하는 일에 지성이면 안 되는 일이 없다니깐 잘 될 것이야 "
순용은 몸을 일으켰다.
순용의 등뒤로 부부의 따듯한 눈길이 애잔히 녹아 가고 있었다.
비는 잠시 멈춰 있었다.
강 건너 번화가의 불빛들이 유혹하듯 가까이 손짓했다.
순용은 자신의 지난 날을 잠시 돌이켰다.
그는 자신의 성도 이름도 모른다.
지금의 성과 이름도 고아원의 아버지란 사람이 만들어 준 이름이라는 것 만 알 뿐이었다.
어느 사내가 어느 여자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 사내는 벌건 얼굴의 모습으로 소리를 지르며 나약한 한 여자에게 주먹질을 해댔다.
그리고 그 옆에 자신이 울고 있었다.
그것이 순용이 가지고 있는 부모에 대한 기억의 모든 것이었다.
조금 더 기억을 더듬어 본다면 포플라나무와 매미, 눈부신 햇살, 빨간 앵두와 하늘을 나는 연,
그리고 그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은 맑고 슬픈 눈동자였다.
아마도 어머니의 눈빛이리라 생각했다.
아이들과 함께 놀고 배가 고팠던 그리고 구박과 손찌검의 나날은 그 눈빛을 떠난 이후로 기억하고
있었다. 짧았던 고아원 시절은 그 의 삶중에 가장 고달프고 기억하기 싫은 때 였다.
몇몇 아이와 함께 그 곳을 뛰쳐나와 남산 놀이터의 다람쥐굴에서 별을 보고 새우잠을 자고 낮에는
거리에서 구걸로 배고픔을 견뎌냈다.
밤이슬이 무척이나 차갑게 등줄기를 파고드는 날 그는 허기와 추위를 피해 어느 가게 물건 틈
사이의 담요 속으로 파고 들었다.
마치 날개 잃고 길잃은 한 마리 어린새 처럼 ........
어머니
자신에게는 천사나 다름 없는 분이었다.
자신에게 또 다른 인생의 길을 열어 주신 분이었다.
어머니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게 된 것도 모질고 험한 세월이 지나간 후의 일이었다.
사춘기의 반항은 그분께 말할 수 도없이 많은 고통을 드렸지만 어머니는 그에게 사랑과 관용으로
감싸 안아 주셨다.
기억할 수 없는 부모에 대한 갑갑함과 한계에 봉착할 때의 절망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자신의 비밀. 막연한 그리움과 생모에 대한 애처로움. 체념해야 할 운명 같은 비애
그리고 버림받은 자의 오기와 분노가 온통 그를 지배하고 있을 때 였다..
그는 자신에게 희망은 없다라고 스스로 믿었다.
스무살 나이였다.
그가 큰 범죄를 저지르고 경찰에 끌려 갔을 때 그녀는 유치장 앞에서 혼절을 하였다.
그때 그는 말했다
" 이젠 떠나세요 제게서 당신은 제 어머니가 아니잖아요"
" 난 당신을 몰라요 "
" 난 살기 싫어요 이 지옥같은 세상 하루라도 살기 싫어요 "
그러나 그녀는 그후로 사나흘이 멀다하고 장사를 팽겨치고 그에게 찾아 왔다.
마치 열열히 사랑하는 애인처럼 그에게 찾아와서 사랑을, 정성을, 온기를 불어 넣고 갔었다.
"세상은 나를 버렸고 부모도 나를 버렸어. 내가 세상을 등진들 아니 내가 세상을 버린들 무슨
탓이랴 ! "
차가운 감방은 그에게 주어진 당연한 몫인듯 생각했다.
처음엔 그리도 찾아 오는 그녀에게 미친 짓 하지 말라던 그에게 어느 사이 따듯한 피가 돌고
있었음을 그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삼 년이란 세월은 그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 고귀한 시간이었다.
육중한 철문을 나서 던 날,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다.
" 어머니 저 어머니 사랑해요"
" 저는 당신의 영원한 아들입니다 영원히 당신 곁의 아들 입니다 "
그는 그렇게 혼자서 약속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