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둘 키우며 맞벌이 하는 중년 가장 입니다.통상 맞벌이에 비하여 아내는 글로벌 기업에서 주요 간부로 일하기에 덕분에 저역시 아내의 따뜻한 경제활동에 늘 감사하고 살고 있습니다.간략히 정리하여 설명하면1. 아내는 해당 연령대 여성 대비하여 근력이 평균보다 상위임. 키가 엄청 큽니다. 물론 제가 더 큽니다.2. 아내는 의무 건강검진을 하면 빨간글씨(주의,위험 이런거) 하나 없이 지극히 양호함 - 최송 소견 역시 딱히 조심하라는 말이 거의 없슴. 건강 지수들은 거의 탑급.3. 반면에 저는 그러그러한 아저씨들 처럼 간수치, 고지혈 재검은 늘 받고, 소화기도 딱히... 디스크도 있어서 매일 디스크 체조하는....만 40 넘고부터는 생애검사라고 검사도 더 해 주는데...그래서 빨간 글씨가 한개 더 늘었습니다. "아이고~" 하는 감탄사를 자주 하는 그런 아저씨 이나, 특별히 건강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4. 근로여건은 저는 평균 이상으로 일이 많고, 전사적 단기 프로젝트를 한달에 몇개씩 하는데 하나만 빵꾸 나도 좌천 당할 정도 입니다. 군대로 치면 지뢰제거반 처럼 이미 익숙해서 15년 넘게 하고 있지만 한번 잘못되면 이 회사에선 끝~ 인 일을 하고 있고, 아내는 프로젝트 한번이 6개월~2년 짜리를 업무로 합니다. 근무시간은 한국 문화가 그렇듯 제가 아내보다 30%는 길게 합니다. 근로기준법 야간요율로 치면 2배는 시간이 길겁니다. 외근도 많고, 야간근무도 많습니다. 철야도 많습니다. 그래서 환자는 없어도 우리 부서는 다들 영양제나 상시 먹는 약을 줄줄이 달고 살죠.
집사람... 애들도 이쁘게 낳았고, 회사도 잘 다니고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쉽게 말하면 [근성부족] 이랄까요. 행군 빡시게 하고나서 앉아서 쉴때의 그 표정....지병으로 건강이 손상된 노인들이 쉴때의 그 표정....표현하기 어렵지만 "에~~~~~" 하는듯 멍 때리듯 늘 힘들어하는 표정에 말은 하지 않아도 늘 힘들어 합니다.
전 좀 목소리도 크고, 힘들때는 아고고 하지만 뭐 할때는 화이팅 있게 하는 사람 입니다. 키도 크고, 덩치도 크지요. 집사람 키는 왠만한 아저씨 보다 큽니다. 그 큰 사람이 늘 힘들어 하고 쇼파에서 누워서 골골 하는데 딱히 아픈곳이 없습니다. 소화기가 좋지 않아서 장염을 달고 사는 저에 비해서 장도 튼튼, 허리도 튼튼.... 살면서 조금 빈다던지, 다치는 경우를 봐서는 고통을 잘 못참는거 같기는 합니다만....10년째 기쁠때 빼고는 늘 골골.....(힘든표정).....퇴근하고 7시에 집에 도착해서 누가 보면 한숨 안자고 철야한 사람과 같은 표정에 행동 역시 늘 지쳐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힘든일을 장기간 하던지 기약없이 오래 하던지 하면 많이 끈기가 생기고 이겨내게 되죠. 보통의 남자애들 그 비리비리 어리버리 하다가도 군대 다녀와야 일꾼 소리 좀 듣는것 처럼요. 그렇다고 마누라가 노가다판에서 2년 일할 수도 없고...일하면서 애들 키우기 물론 너무 힘들지만 견디기 힘든 그러나 견뎌내야만 하는 고통이 수반되는건 아니기에 근성이 축적되지 않는것 같습니다.
워낙 장기간 활력없는 사람과 함께 사니까 저도 결혼 전에 비해서 많이 얌전(=침울)해져 있고...원래 친구도 많았는데 나이먹고 여유없고 힘들고 그러면서 부부가 같이 바닥에 깔리는 분위기에 빠져서 그런지 지금은 1년에 약속한번도 잡지 않게 됩니다. "부부가 사랑으로 감싸고 서로 이해하고..." 그런 판에 박힌 답변은 요즘 상당사들도 하지 않습니다....집이 쉬는 곳이라는 것은 육체노동자에게나 그렇지 현 도시 근로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긴 하지만 그래도 애들 자면 한시간 이라도 누워서 티비보고, 애들 관련 대화도 좀 하고 자야 그게 집이지... 집에 가서 애들 보면 힘이 나다가도 아내를 보면 저절로 힘도 빠지고.... 저도 같이 힘든 표정으로 "에......." 하게 됩니다. 좀비모드 랄까요.
주말에는 분위기 애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하고 분위기 좋다가 아내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서 짜증을 확 냈습니다. 딸이 아빠 왜 그러냐고 해서 "아빤 환자랑은 더이상 못 살겠다" 라고 말할 정도 였으니까요....정말 어쩌다 종종 아니면 힘들어도 한숨자면 회복되던 그것도 아니면 차라리 일이 늘 힘들다던지 하면 이해가 될텐데....기본값이 [피곤] 이고 가끔씩 애들을 행한 [기쁨]이 더해진 삶이 참 피곤 합니다. 애들 데리고 나갔다 와도 쇼파에 누워만 있고, 그러면서 운동이 필요하다고 바쁜 와중에 점심때 잠깐씩 운동도 하는데...그래도 피곤해 하고 저는 도대체 아내랑 사는건지 피로랑 사는건지 구분도 안됩니다....
아내한테 주말에 확 짜증내서 맘도 걸리고...오늘 퇴근하면 화해하자고 하면 또 고집은 황소고집이라 막 뭐라고 할텐데... 생각만 하면 짜증나고 지금 전철타고 외근 나가면서 답답하고 의논하자니 지금 주변에 애들(미혼이거나 애 없는)만 있어서 푸념이나 늘여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