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4살 남자입니다. 사실 헤어지고나서 많이 답답하고 누구한테라도 말하고 싶었는데 전여자친구와의 일들이 일반적이지 않고 차마 누군가에게 말하기 어려운 얘기라 고민하던 중에 어렸을 때 판을 보면서 낄낄대던게 생각나서 씁니다.
2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딱 2주년에 헤어지게 되었다. 내 운명도 비루하지 사귄게 크리스마스 이브였는데 덕분에 함께 하기로 다짐했던 2주년이며 크리스마스며 새해 첫날이며 모두 고통스럽게 보냈다.
그 동안 많이도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며 서로 정말 많은 일들도 있었고
내가 이제껏 살면서 경험해보기를 정말 끝까지 가본 연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나는 내 감정에 솔직한 편이고 숨기고 있으면 스스로 괴로워 표현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내 주변 인간관계도 정말 내가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만 남아있다. 덕분에 좋든 싫든 표현을 해야하는 성격이고 그래서인지 연애를 할 때에도 혼자 속앓이를 하는 일은 드물었다. 전 여자친구는 수능이 끝나고 나를 만나게 되었는데 당시 그애는 몹시 소녀같았다. 나는 그때 군인이었는데 물론 여자를 많이 보지 못했던 탓도 있었겠지마는 소녀같은 모습이 정말 예뻤다. 나도 연애경험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에는 더욱 어설프기 그지없던 터라 (지금도 스스로 순수한 면이 남아있다고 자부하지만) 나 역시 빠르게 사랑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을 어렴풋이 파악했던 나는 내가 진심이니 자연스럽게 서로 사랑하여 행복하게 될거라고 착각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 애를 잡게된 건 시기상으로 내게 좋은 기회였지 않았나 싶다. 연애 경험이 없던 그 애는 대학교에 들어가 나보다 잘생기고 센스있는 남자들이 다양하다는 걸 (은근히 기대는 했겠지만) 몰랐을 테니까. 나도 매력있는 사람이지만 그 애처럼 사랑스럽지는 않았다.
물론 사귀는 것은 성공했다. 그동안 직구로만 승부했던 나는 마찬가지로 그 애에게 언제나 직구로 다가갔고 그 애도 싫은 눈치는 아니었다. 내가 100을 표현하면 그 애는 10정도를 표현했는데 그건 그 애가 서툴기 때문에 그런거라고, 언젠간 그 애도 100만큼 표현해줄거라 믿으며 항상 진솔하게 내 마음을 표현했다. 그런데 내 생각보다 그 애는 내게 표현하는 게 느렸다고 느꼈다. 알고보니 서툰건 그 애의 표현방식이 아니라 내 연애였다. 그 애는 10밖에 표현할 수 없는게 아니라 10만큼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게 군인이었던 나는 한달에 한번 정도밖에 못나왔었고 썸을 타던 시간도 한달밖에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나의 강압에 의해 그 애는 뭣도 모르고 사귀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100일정도 착각하며 지내왔다.
진실을 알게 된 건 그즈음 이었는데 함께 공원에서 술을 마신적이 있었다. 술맛이 아직 낯선 그 애에게 홍초와 함께 먹는 소주는 달콤했고 분위기나 나의 애정이 그 애를 더욱 빠르게 취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잔도 없어 종이컵으로 마셔댔으니. 그 애는 만취해서 내게 이런저런 얘기들을 해주었다. 사실 그 전까지 나와 연락하며 내가 표현하기를 바랬지만 본인은 그렇게 마음이 크지는 않았다는 것, 중간에 자신에게 대시하는 남성이 몇 있었으나 무시 혹은 외면하던 중에 한명에게 흔들렸다는 것, 하지만 지금은 내가 더 좋다는 것, 그 자리에서는 나도 취기에 분위기에 그랬구나 하며 들었지만 배신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군인인 탓을. 그리고 결과적으로 내가 좋다니 괜찮다 싶었다. 그래도 그동안 왜 표현을 조금밖에 할 수 없었는지 이해할수 있었고, 내가 믿던 것이 흔들리게 됬으며 우리가 왜 삐걱댔는지 알 수있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던 중 화장실을 간다던 그 애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짐을 그자리에 두고 돌아오지 않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뒤늦게 공원을 돌아다녀보며 그 애를 몇시간 동안 찾았지만 흔적만 남아 있는 채로 그 애는 없었다. 가방은 나와 함께한 자리에 있었으며 그 애의 핸드폰은 화장실 근처 벤치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납치 당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만취한 그 애를 데려가 이름모를 남성에게 식별없는 강간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일정 수준을 넘어 버리자 피가 거꾸로 솟구쳤다. 정말 그날 해뜰때까지 그 애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공원을 돌아다녔지만 무의미한 짓이었고 아침이 되고 첫차를 타고 집에 가는 순간에도 이런 저런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난 첫 사랑과 헤어질 때 내가 그 애의 휴대폰을 보고는 충격을 받고 헤어지게 되서 아무리 궁금해도 서로의 프라이버시는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절대 상대방의 휴대폰은 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이건 그 애에게 마지막까지 말하지 못한 사실인데 그 애를 이성을 놓은 채 찾으며 그 애 폰으로 부모님께 연락을 해야하나 고민하다가 그 애의 핸드폰을 보게 되었다. 그 애는 꽤 솔직한 편이었다. 사실을 말하지 않았으면 않았지 거짓을 말하지는 않았다. 그 애가 친구와 말하는 흔들렸던 남자와의 얘기도 더 자세히 알게 되었고, 내 생각보다 그 애는 마냥 소녀같지 않았으며 그렇게 어리숙해 보이지도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 애에게 예쁜말만 해왔고 그 애도 마찬가지였으나 나도 친구와는 걸걸하게 말하는 것처럼 그애도 내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조금 다른 말투를 사용했고, 그 애가 생각하는 게 왠지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많이 다를 수 있겠다 싶었다. 배신감이 들었다. 순수했던 내 마음이 짓밟힌 기분이었다. 다음날은 내 복귀날이었는데 복귀날 만날지 말지를 놓고 그 애는 왜 내 휴가라고 본인이 항상 나를 봐야 하냐며 설전을 벌였으나 그 애의 짐이 내게 있는 관계로 우리는 강제적으로 만날 수 밖에 없었다. 알고보니 그 애는 아버지가 경찰이셔서 근방을 순찰하시던 경찰분께서 그 애를 알고 계셨고 혼자 만취해보이는 그 애가 위험해 보여 그 애의 설명을 듣지 않고 그냥 집으로 데려다 주셨었다. 아무일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도 그런 사실을 킥킥대며 나에게 전하는 그 애가 미웠다. 나는 그 전날 미친듯한 기분에 휩싸이며 그 애를 생각했는데 그 애는 그런 생각을 못하는 건 당연했으며 내가 집에 어떻게 갔는지 조차 뒤늦게 궁금해했다. 또 한번 배신감이 들었다.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애가 내가 고생한 것을 생각 못할 수 있는게 당연했지만 최소한 어제 말도 없이 사라져서 걱정했겠다는 말이 먼저 듣고 싶었다. 다양한 생각들이 중첩되니 그 애의 소녀스러운 모습은 이해력의 수준으로 비춰졌고, 내가 느끼는 배신감을 그 애에게도 들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내 머릿 속에 자리했다. 그때 나쁜 마음을 먹었다. 내가 전역할 때까지만 사귀고 헤어지기로. 그 애에게 오만정이 다 떨어졌다고 착각한 나는 거짓으로 그 애에게 그 애를 좋아하는 척, 그 애를 이해하는 척하며 그 애를 속이고 나중에 배신감을 느끼게 해주겠다고. 어설픈 복수를 다짐했다. 허나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처음에도 말했듯 나는 감정을 숨기는게 불가능했다. 복귀전에 그 애를 만났을 때부터 나는 표정관리가 되지 않았고 그동안 사랑을 속삭이던 내 입은 굳게 다물었다. 바보라도 분명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리라. 그 애는 영문도 모른채 내 기분을 풀어주려 노력했지만 나는 그 전날 술을 많이마시고 잠도 못자서 피곤했다는 식으로 대충 둘러대는 것 밖에 할 수 있는게 없었다. 하지만 그 애가 안아주며 내게 입술을 허락하는 네게 어떻게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한순간에 정떨어진다고 헤어질 맘을 갖는게 쉬울까. 그래도 굳은 다짐을 했던 터라 복귀하는 기차를 탈 때에도 조금은 무뚝뚝하게 헤어졌던 것 같다.
쓰다보니 길어져서 일단은 여기까지 쓸게요. 막상 읽으면 얼마 안될지도 모르지만 기억을 더듬으며 쓰다보니 한문장 한문장 생각하고 쓰게되네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