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귀거래사 (新歸去來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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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별미 과메기
아침부터 까치가 요란하게 짖어서 반가운 손님이라도 오시려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친구가 과메기 한 두름을 들고 마당을 들어선다. 요즘 우리 동네는 과메기가 지천이다. 물론 사 먹어야 하지만 읍내 시장과 상가, 그리고 식당들에는 줄줄이 매달려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실 과메기라 하면 과메기 축제로 까지 발전한 포항의 명물로 자리 잡은 겨울철 별미 먹거리지만 포항 부근 동해안에는 예전부터 과메기를 즐겨 먹었고 가용으로 쓰기위해 정성스레 말리곤 하였다.
지금이사 그날 잡은 생선들은 곧 바로 도시로 팔려 나가거나 냉동 창고에 보관하여 수요에 따라 출하 조절이 가능하지만 예전 교통이 발달하기 전 꽁치나 청어 잡이 나간 어선들이 만선을 하고 항구로 들어와도 내륙 도시에 출하하기가 여간 만만치 않았기에 해안 마을에서는 젓갈을 만들거나 새끼로 꼬아 메어서 꾸득꾸득하게 말린 다음 지지거나 졸여서 밑반찬으로 먹었다. 내장을 빼지 않고 말린 꽁치는 반찬을 했을 때 약간의 씁쓸한 맛이 일품이다.
과메기는 새끼로 꼬아 매달아서 말린 생선이라 하여 과메기라 한다. 하지만 정설인지는 모르겠다.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로 만든다. 배를 따 내장을 꺼내어 말리기도 하지만 보편적으로 내장채로 말린다. 자연 상태의 바닷가 설한풍에 덕장에서 명태 말리듯 말린다. 꼭 볏짚으로 엮은 뒤 그늘진 건조대에서 얼었다. 녹았다 하기를 보름정도 하면 기름기가 많이 빠진다.
기름기가 빠진 과메기는 붉은 속살이 양갱 비슷하여 보기에도 먹음직하다. 고단백 식품으로 불포화 지방산인 EPA와 DHA 함량이 높아 혈관 확장 작용 등 성인병 예방에 뛰어나며 맛 또한 일품이다. 노화현상과 체력저하, 뼈의 약화, 피부노화 등을 막아주는 효능이 있는 좋은 식품으로 알려지며 전국적인 과메기 붐을 일으켰다. 특히 과메기를 안주하여 술을 마시면 술이 취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과메기에는 숙취해독을 시킬 수 있는 물질인 아스파라긴산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라 한다.
과메기를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은 비린내가 역겹다고 하지만 덜 건조된 것은 사실 먹기가 역겹다. 그리고 너무 말린 것도 맛이 덜하다. 머리와 배 쪽 내장 부분, 그리고 지느러미를 가위로 잘라내고 등뼈를 중심으로 이등분 하고 껍질을 벗긴 후 흡수가 잘 되는 티슈 등으로 꼭꼭 눌러 기름기를 제거한다. 그런 다음 김과 미역, 마늘과 잔 파를 적당한 크기로 쓴 다음 초고추장에 찍어서 소주 한 잔과 먹는 맛은 먹어 보지 못하고는 그 특유의 맛을 표현하기가 어렵다.
원래 과메기의 원조는 청어이지만 냉수성 어종인 청어는 동해안에서 베링 해 · 쿠릴 해 등의 북태평양과 일본 북부, 한국의 북쪽 일부 바다에서만 잡히기에 대량으로 만들기가 어려운지라 대체된 생선이 꽁치다. 과메기는 12월 중순부터가 제철이다.
한동안 서로의 일 때문에 왕래가 뜸하였던지라 친구는 처마 밑에서 손수 말린 과메기 한 두름을 들고 소주나 한 잔하자며 들렸다. 반가움에 과메기를 안주로 하여 소주 몇 병을 금세 비웠다. 아, 이 향기로운 맛, 죽마고우와 정담을 나누며 먹는 맛이란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린 산해진미보다 더 감미롭다. 정다운 친구가 있어서, 좋은 안주 과메기가 있어서, 얄팍한 주머니 털어먹는 주당들의 단골 술집보다 내 집에서 먹는 이 맛을 어떻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거나해지도록 세밑 정담을 나누며 밤이 늦도록 즐거운 과메기 파티를 즐겼다. 까치가 그토록 울어대더니 과메기 맛을 보게 하여줄 친구가 오는 것을 까치가 예견해 주었나 보다.
2004, 1, 19
김 명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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