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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고3이던 너에게 사과하고싶다.

안녕하세요. 저는 경남에 사는 23살 여대생입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한 사람에게 사과를 하고싶은 마음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사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하고, 어디에다 이 글을 써야하며, 무슨 말을 써야할지 몰라서 매번 가슴속에 묻어왔었습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과하고 싶었지만 번호도, 카톡도, 페이스북도 차단 당한 상태였고, 소식을 알 수 있는 경로가 전혀없어서 이렇게나마 글을 씁니다. 그 친구가 꼭 읽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안녕 오랜 나의 친구야.
친구라고 부르면 니가 싫어할까봐 미안하네.
잘지냈니? 나는 그럭저럭 지냈어. 벌써 4년 전 이야기인데 굳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 사과를 받아달라는게 아니라, 내가 너에게 미안해하고 있다는 것과 앞으로 평생 죄스러운 마음을 안고 갈거라는 것을 알고만 있어줬으면 해서야. 그럼 지금부터 변명이라면 변명을 시작해볼게.

우리가 고등학교 1학년때 처음 같은 반을 하면서 젊은여자 담임선생님이셨고 너는 그때 반장이었나 부반장이었어. 너도나도 친한친구들이 많았는데 우리가 성격이 잘 맞는건 아니었지만 개그코드가 비슷했고, PD가 되고싶던 너와 광고기획자가 되고싶던 나는 바라보는 방향도 비슷해서 더 친해졌던 것 같아. 너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였고 나는 노는걸 좋아하는 아이였어. 너에게는 친하게 지내던 4명의 무리가 있는걸 알았기에 많이 다가가지 못했는데 우리는 2학년때도 같은 반이 되었지. 그땐 담임선생님이 젊은 남자쌤이었는데 우리 반 모두가 쌤을 싫어했던 기억이 난다. 여차저차 우린 정말 많이 친해졌고 참 잘 맞았던거 같다. 그때 2012년엔 사진 합성해서 짤만드는게 유행이었는데 내 클라우드에 아직도 니 짤이 제일 많아. 여러명이서 다같이 친하게 지내서 진짜 재밌고 행복했었고, 3학년때는 옆반이었지만 매일 같이 복도에서 떠들고 장난치고, 야자 마칠땐 또 같이 버스타고 집에 갔었던 기억이 난다. 또 내가 고등학교 다니면서 제일 처음으로 내 집에 초대한 친구가 너였어. 우리집이 잘사는 편도 아니었는데 너는 이해해 줄 것 같아서 흔쾌히 초대했었어.

하지만 우리가 멀어진 이유는 전적으로 모두 내 잘못이야. 네가 1학년때 친했던 4명의 친구 중, 2명과 사이가 틀어졌다는 이야기를 내게 해줄만큼 너는 나를 믿어줬었었는데 내 친구 A가 네 친구 B랑 엄청 싸웠다는 얘기를 A가 나한테 해주면서 B와 너랑 친하게 지내지 말라고 했었어. 아직도 후회되는게 왜 나는 그때 줏대없이 A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어버렸고 복종했을까. 무개념이었고 친구의 소중함을 모르는 멍청한 고딩일 뿐이어서, 생각할새도 없이 그러기로 혼자 다짐을 했어. 그렇게 다음날이 되었고 우리가 학교 복도에서 마주쳤는데 나는 네 인사를 무시하고 지나갔어. 너는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그냥 그렇게 서로를 지나쳤었어. 난 아직도 후회스럽다. 왜 그랬을까. 그 사건 이후로 우리는 졸업식때 얼굴 한번 못보고 사이가 완전히 틀어져버렸지. 그렇게 나는 대학교 입학을 하고 학교를 다니면서 정신없이 지내다가 우연히 내 클라우드에 우리가 같이 찍은 사진을 봤어. 그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너한테 사과라도 하고싶어서 문자를 써내려갔는데 차마 용기가 안나서 보내지 못했고, 페이스북은 이미 차단이 되어버렸더라..3년 내내 생각날때마다 사과하고싶었지만 사과조차 너에게 상처가 될까봐 선뜻 나서지 못했어.

이제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정말 미안해. 사람을 믿고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게 쉽지않은 일인데 내가 너를 외면했다는 사실이 나는 아직도 죄스럽고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때 왜 그랬을까, 도대체 뭐그리 잘나서 너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걸까 하는 생각 때문에 미친듯이 후회되더라. 그때 그 시절에 조금만 더 생각하고 행동했더라면 너에게 상처주는 일은 없었을텐데...정말 미안해. 근데 웃긴건 내가 천벌 받은건지, 결국 고등학교 친구를 거의 다 잃었어. 아주 오래 알고지낸 고향친구들이 아니면 거의 다 멀어졌어. 내 업인거지.

어디선가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고 싶지만 그건 내 욕심이니까 그러지 않을게. 너한테 평생 죄인처럼 숨어살게. 앞으로 살아가는 날 동안에는 나같은 악연 절대 만나지말고 좋은 사람들 곁에서 지내길 기도할게. 나도 그 후로 많이 반성했으니 내 나름 열심히 살아갈게.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이 글을 네가 꼭 읽어줬으면 좋겠다. 그럼 새해에도 잘지내렴. 안녕 그리고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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