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우리가 헤어진지 꼭 56일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어? 많이 좋아보이더라, 너는.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진짜 많은데, 얼굴 보면서 얘기하면 너무 흥분 할거 같고 물론 서로가 서로를 피해서 얼굴 볼 일도 없지만. 그렇다고 얘기 안하기에는 너무 답답해서 속이 터질거 같애. 그래서 니가 볼 일은 없겠지만 이 기회를 빌려 얘기해 보려고 해. 니 딴에는 많은 시간이 지났다고 생각 할 수 있겠지만 우리가 함께한 시간에 비하면 56일은 아무것도 아니지. 얼마 전에 페북에서 글 하나를 봤어. 헤어질때 갖춰야 할 예의? 였나? 거기서 그러더라. 연인이 헤어질때는 완전히 사이를 끝내는 거니까 마지막 예의 정도는 갖춰줘야 한다고. 그리고 그 예의는 남녀가 헤어질 때, 먼저 이별통보를 하는 사람은 적어도 우리가 왜 헤어지는 건지, 무엇 때문에 헤어지는 건지, 그 이유를 얘기하는 거라고. 음.. 이거 보고 다시 니 생각이 났어. 한때 내가 많이 원망했었던.. 헤어지기 하루 전 너는 하루 내내 잠수를 탔고, 전화도 안 하고, 평소에도 워낙에나 연락을 안 하는 너였기에 익숙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그 날은 느낌이 달랐어. 뭔가, 그냥 뭔가 평소하곤 달랐어. 왠지.. 왠지 그 말이 나올것만 같은.. 12시가 넘은 시간, 페메를 보내봤지만 내가 자기 직전 까지 넌 읽지 않았지. 잠도 설칠 정도 였으니 내가 널 많이 좋아하긴 했었나봐. 아침에 일어나서 핸드폰을 보기가 두려웠어.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학교 가기 직전에 너에게 온 페메를 확인했지.
'미안해 헤어지자'
이게 다였어. 진짜 단어 한 글자 더 넣거나 빼지 않고 이게 끝이었어.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 상상과 현실은 다른거 같아. 왜 항상 안 좋은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 걸까. 학교 가는 내내 눈물이 고여서 뛰다시피 걸었어. 고개 숙이고. 등교 시간이 겹치는 우리였기에, 혹시라도 널 만날까봐. 그리고 너네 반에서 나랑 친한 친구 몇명한테 문자를 쳤지. 이따 쉬는시간에 우리반 좀 와 달라고. 오늘 하루 너네 반 못 갈거 같으니까 제발 와 달라고. 난 앞반이었고 넌 뒷반이어서 내가 맨날 갔었지. 친구 보러간다는 핑계로. 후.. 아침 조례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나. 다행히 1교시가 체육이라서 체육복을 다 갈아입고 우리반에서 제일 친한 애 옆에 털썩 앉았어. 그냥 아무 생각도 없었던 거 같다. 거기서 그렇게 울어버린거 보면. 참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였나봐. 내 친구는 당황 할 수 밖에 없었고 상황 설명을 듣고 난 후에는 우리 둘 다 아무 말이 없었어. 글쎄.. 걔는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 지 알았기에 할 말이 없지 않았을까. 여느 때 처럼 폰을 안 내고 너에게 온 페메를 보여줬어. 걔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수업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2교시 쉬는시간에 너네 반 애들이 왔어. 두 명. 한 명은 우리 재결합도 도와줬고 진짜 오래봐왔지. 한 명은 올해 처음 안 사이지만 진짜 부랄 못지 않게 친했지. 몰라,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그냥 걔네 얼굴을 보는 순간 울어버렸어. 어이 없지? ㅋㅋ 다른 애들 앞에선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왜 얘네를 보니까 갑자기 그렇게 터졌는지 몰라. 걔네도 당황해서 달래주다가 상황 설명을 듣고 많이 빡친거 같더라고. 나, 니가 생각 했던 것 보다 널 훨씬 많이 좋아했고, 그걸 내 친구들한테 자주 표현하고 다녔어. 염장이라고 해야되나.. 내가 애들한테 너 자랑도 많이하고 좋아하는 거 겁나 티내고 다니고 그랬던거 너는 몰랐을거 같애, 지금 생각해보면. 너랑 나랑 이름 초성이 똑같다고, 너네는 진짜 천생연분이라고, 비주얼 커플이라고.. 다 부질 없는 짓이었던건가. 상대가 누구든 때가 언제든 항상 헤어지고 나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 건 어쩔 수 없는거 같다. 더군다나 나 같은 경우는 이유도 모르고 너의 헤어지잔 그 딱 한 마디에 모든 관계가 끝났던 거니까. 처음엔 좀 많이 힘들었었어. 많이 흔들렸었고.. 키가 180이 넘는 너였기에 너네 반 근처만 가도 니가 보였어. 얼굴 보니까.. 진짜 미치겠더라. 진짜 그렇게 흔들릴수가 없었어. 그냥 그때처럼 다시 고백해볼까 생각도 해봤는데.. 생각은 생각일 뿐이었지. 말로는 재결합 재결합 해도 난 알고 있었어. 우리가 다시 재결합을 한대도, 니가 초심으로 돌아오지 않을거 라는걸. 나보다 친구가 먼저일거라는거. 그것만은 변하지 않을 거 같더라. 그래서 못하겠더라. 다시 웃으며 대하려 해도 안되더라, 그게. 그러다가 너한테 있는 정 없는 정 딱 떼버린 때가 있었어. 너네 반 애들이 얘기해주더라. 니가 나한테 헤어지잔 말을 한 이유가 뭔지. 너한테 물어봤었다며? 00이랑 왜 헤어진거야? 라고. 그때 니가 그랬대. 공부가 어쩌고 저쩌고. 정확히 다 기억나진 않아. 공부 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그냥 정신을 놔 버렸거든. 잠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고작 그거였다니. 공부? 공부 더 할려고 연애를 안 한다고? 진짜 그거 들었을 당시에는 너무 화나더라. 우리가 맨날 만나는 것도 아니였고, 그렇다고 전화를 한 적은 한 번도 없고. 단순히 우리는 페메가 다였어. 그리고 넌, 친구들 옆이라는 이유로 주말 조차 나랑 연락이 되지 않았지. 만나는 건 더더욱 힘들었고. 그런 우리였기에 공부라는 핑계는 너무 황당해서 아무 생각이 안 들었던거 같아. 애들은 그렇게 말했지만 난 지금까지도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는데 하필 그 많은 학생 중에서 너랑 눈이 마주쳐 버렸고. 순간 아무 느낌도 나지 않았어. 아, 이게 정을 뗀 기분인건가? 평소라면 심장아 나대지마 이러면서 눈을 피했을 내가, 아무 감정도 가지지 않은 채 널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어. 그 날 그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그냥 하루 종잉 멍한 상태로 있었던 거 같아. 그리고 난 지금까지 쭉- 그렇게 지내왔어. 그 말을 듣고 나서부터는 왜 니가 더 이상 남자로 보이지 않는걸까. 판을 보다가 문득 니 생각이 나서 이렇게 적어봐. 한때 풋풋했던 우리였기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버린거 같아. 2016년, 한 해 동안 잠시였지만 너 덕분에 좋은 추억이 많이 생긴 것 같아. 널 이제 원망하지는 않아. 깨끗이 잊었기 때문인걸까. 그렇다고 우리의 친구 사이 마저 흐트리고 싶지는 않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언제든 문득 내 생각이 나면 연락해. 내치지 않을거니까. 니가 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2017년 올해도 우리가 함께했던 것 처럼 꽃길만 걷기를 바래. 우리 서로를 잊고 행복하게 잘 지내자. 서로 웃으면서 이 과거를 회상 할 수 있는 날이 올때까지, 그때까지 잘 지내. 너와의 추억 너무 소중해. 2016 한 해 동안 날 행복하게 만들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