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으로 만나서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고 난 후로는 매일 빠짐없이 연락을 주고 받았었어요.
보통 사람들처럼 서로 느낌이 통해 하루가 멀다하고 보는 그런 뜨거움은 없었지만
연락을 기다리는것도 나름 재밌는 경험이었고
생각을 글로 적는다는 이점때문에 서로 생각을 참 많이 공유했던 거 같아요.
-물론 만나서 얼마든지 나눌 수 있는 이야기였고, 정말 서로 꽃혔다면 시간 없어 못만난다는건
다 핑계에 불과했겠지만-
서로 이야기 나누다보면,
할말이 너무 많아서 전화통화로 서너시간씩 밤 깊어가는 줄 모르게 통화로도 이어졌고
서로 이전 연애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안했지만
사귄 기간이나 간간히 묻어나오는 옛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어림짐작으로
그 역시 나처럼 이전 상처를 좀 더 치유한 후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 하는구나..
라고 제 멋대로 생각해버린게 문제였던 것도 같고.
저는 마음에 없는 사람과는
아무리 심심해도, 아무리 '감정 쓰레기통'이 필요해도
굳이 매일같이, 몇시간동안 통화며 연락을 안하거든요.
그래서 그가 보내준 가족모임 사진이나, 친구들과의 모임 사진, 집 청소 전 후 자랑하는 사진
점심이나 저녁을 맛있는거 먹는다고 보내준 사진을 비롯해서
신년계획표도.. 이성에 대한 생각, 가치관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들을 절대로
심심해서 아무에게나 하는 이야기가 아닌 '저니까 하는 이야기'로 이해하고 받아들였어요.
불과 몇 주 사이에 이 분의 아버지가 큰 수술을 받고 회복중이시고,
저희 아버지 역시 갑자기 받으시게 된 수술로 서로 멘붕인 상태이긴 했지만.
아버지 아프신걸로 힘들어 할 그사람이 안타깝기도 하고 남일 같지 않아서 신경 안쓰일 정도로
연락 오면 답해주고, 결과 나오는 날이면 조심스레 묻는 게 전부였는데.
저희 아버지 아프신 이야길 듣고서는 서로 힘내보자, 부모님 위로 잘 해드리자라는 이야기 후에
예전처럼 이어지는 톡이 아니라 완전 끊기는 느낌.
전에 만난 사람이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금전적인 도움을 정말 어마무시하게 줬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 있었는데..
혹시 나도 그사람에게 그렇게 금전적으로 기댈까 두려웠던건가? 싶은 진짜 별 생각이 다 드네요.
연휴면 평소보다 더 연락을 자주 주고 받았는데
이번 설엔 명절 잘 쇠라는 이야기마저 없길래 한번도 신경쓰이고 질척거리는 사람으로 남기
싫어서 먼저 하지 않던 전화를 했지만 안받더라구요.
이런..경우도 있군요.
아니..제가 너무 혼자 오해를 많이한건가.
사람 보는 눈좀 길렀다고 생각했는데.....
전 아직 한참 멀었나봐요.ㅎㅎㅎㅎ
너무 당황스러워서.. 이제 진짜 뭐.. 새로이 사람 만날 수 있나 싶고.
초반부터 말 잘 통하고 잘 들어주고 가치관 비슷하고 앞으로 계획마저 비슷해서
혼자 너무 착각했나봐요.
이번 소개팅 사람의 후폭풍.. 꽤 오래갈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