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해보면 할머니랑 별로 안 친했었던 거 같은 데.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딱 일주일 전에 우리 가족이랑 큰아빠네 가족이랑 할머니, 할아버지랑 같이 여행을 갔었는 데 오르막길을 올라간다고 해서 나는 귀찮아서 밑에 아빠랑 있고 할머니는 허리가 아프셔서 할머니도 같이 있겠다고 하셨는 데 그때 할머니가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하셔서 아빠가 같이 갔다 오라고 하셨어. 그때 처음으로 할머니랑 팔짱끼고 걸었었다. 할머니랑 갔다와서 아빠가 군밤 사오셨길래 할머니랑 아빠랑 나랑 차에서 할머니가 까주시는 군밤 집어먹었는 데 보니깐 할머니는 안 드시고 나랑 아빠만 까주시더라. 그 일주일 뒤에 갑자기 할머니가 쓰러지셨다고 하시고 입원하셨다고 하시는 데 나는 그냥 괜찮으시겠지 하고 넘겼는 데 의식이 며칠동안 계속 없으시다고 하는 데 나는 괜찮은 척 했지만 방에서 혼자 걱정하고 그랬어. 그리고 학교에서 수업하는 데 담임선생님이 급하게 반에 뛰어오시더니 나보고 가방 챙겨서 나오라는 데 진짜 눈물 나더라. 할머니 돌아가셨나 하고. 근데 돌아가신 건 아니고 위급하시다고 마지막으로 얼굴 뵈러 가는 거라고 하는 데 진짜 뛰어갔다. 기차타고 울산까지 가서 할머니 병원에 갔는 데 어린 나랑 동생들은 할머니께서 계신 곳에 못 들어가게 하셨어. 안에는 병균이 너무 많아서 어린 애들은 들어오면 안 된다고. 마지막으로 할머니 보고 싶었는 데 못 보고 밖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지. 삼일동안 울산 병원 근처에 있는 숙소에서 지내다가 집으로 올라가고 아빠는 며칠 있다가 다시 울산 내려가셨어. 근데 아빠 울산 가시고 며칠 뒤에 친구들이랑 떡볶이를 먹으려고 하는 데 엄마한테 전화오더라. 무슨 일인지 모르고 있었는 데 할머니가 돌아가셨데. 나는 거기서 철없이 이거 먹고 가면 안되냐고 했었는 데 진짜 지금 생각하면 등신새끼다. 그래서 혼자 울면서 버스타고 집가는 데 그 전주에 할머니랑 여행간게 생각나더라. 바로 기차타고 울산가서 장례식장에 들어가서 어떤 화면에 우리 할머니 이름이랑 밑에 손녀 칸에 내이름 있는 거 보고 실감나고 눈물 나오려고 하는 데 가족 옆에서 울기 쪽팔려서 꾹꾹 참았어. 빈소에 들어가서 할머니가 웃고 계신 사진 보니깐 진짜 더 눈물 나더라. 항상 밝으시던 큰아빠, 고모가 우시는 거 보고 너무 마음 아팠고 아빠는 안 우셨지만 계속 빈소에 앉아서 허공만 바라보시고.. 친척언니랑 이야기를 하는 데 친척언니가 할머니 김치를 진짜 좋아해서 할머니한테 김장하실 때 자기도 알려주라고 그랬데. 친척언니는 병원에서 할머니 얼굴 뵈고 왔다는 데 그때 의식 없으신 할머니한테 할머니 너무 밉다고 김치 하는 법 알려주시기로 했으면서 벌써 가시면 어떡하냐고 이렇게 말하고 다른 말도 했다던데 이제 기억은 안 나지만 말을 너무 예쁘게 한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빈소에서 할아버지들이 싸우시는 데 할머니 앞에서 그러고 싶으실까 싶었다. 마지막까지 싸우시는 모습만 보여주시고. 그리고 빈소 옆에 밥 드시는 곳에서는 웃고 그러는 데 그분들이 너무 미웠어. 우리 할머니는 이렇게 가셨는 데. 그리고 할머니가 가루가 되셨을 때 할아버지한테 할머니께 하고 싶은 말 하시라고 하셨는 데 할아버지가 나랑 같이 살아줘서 너무 고맙다고 하시는 데 너무 눈물이 나더라. 그리구 장례식이 다 끝났어. 할머니가 나 보면 항상 하시는 말이 시집가는 거 보고 가신다고 하셨는 데 나 중학교 졸업하는 것도 못 보고 가셨네.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오던 전화도 이제 안 오네. 겨울이면 춥다고 감기 조심하고 따듯하게 입으라고 전화하시고. 그래도 아직까지는 할머니가 시골에 계실 것만 같아. 이번 설날에 할머니댁 갔다 왔는 데 할머니방에서는 이제 할머니 냄새가 안나. 설날마다 우리 할머니가 새뱃돈 주시면서 덕담 해주시는 데 이젠 할아버지밖에 안계셔. 할머니 계셨으면 나 이제 고등학교 들어간다고 우리 강아지가 언제 이렇게 컸냐고 좋아하실 텐데.
할머니, 여긴 너무 추운데 거긴 따듯하죠?
할머니는 따듯한 봄날에 가셨으니깐 거기도 따듯할거야.
난 아직도 할머니가 시골에 계실 거 같아요.
할머니댁에 가면 항상 나 왔다고 반기셨잖아요.
이번 설날엔 조금 외로운 설이였어요.
할머니, 내가 부끄러워서 표현은 잘 못했어도 나 할머니 많이 많이 사랑해요.
난 아직도 할머니 생각하면서 운다.
나중에 내가 그곳으로 갈때면 할머니한테 들려줄 많은 예쁜 이야기 들고 갈게요.
할머니, 너무 보고싶어요. 많이 많이 사랑해요.
미안해. 오늘따라 갑자기 할머니가 너무 생각이나네.
그런데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여기에 털어놨어.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