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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았습니다.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신은호 |2004.01.21 14:31
조회 25,654 |추천 0

저는 뉴욕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교포입니다.

엊그제 너무도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을 겪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코넥티컷에 있는 업체에 업무 차 방문을 했습니다.

그 업체의 사장은 매우 완강한 성격에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사람 같아 보였죠.

벌써, 다른 회사와 거래를 하고 있었고, 우리가 뚫고 들어가기는 매우 힘들어 보였습니다.

한참을 이야기 해도 시큰둥하기만 했고 별로, 믿지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나름대로 노력은 다 해 보았습니다.

이만, 가 보려고 하는데 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그나마 마지막 인사는 정중하게 해야겠다 싶어서 전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자기 모국어로 한참을 수다스럽게…  정말 수십 분은 통화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이왕 이까지 온 것 여기서 그냥 사라지면 모든 인내가 허사일 듯싶어서 끝까지 기다렸습니다.

아..  죽겠더군요.  “굿 바이” 한마디 하려고 온종일 기다렸습니다.  저 사람 저럴 줄 몰랐는데, 수다쟁이였습니다.

 

드디어 통화가 끝났습니다.

아…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동시에 괜히 심술도 나고 해서.. “그거 어느 나라 말 이냐?”라고 물었습니다.

(어느 나라 말 이길래 그렇게 수다스럽냐? 나 니네 말에 질렸다~!) 라는 의도가 다분히 깔려있었습니다.

그가 대답하기를 “터키어” 라고 했습니다.

 

“흠.. 터.. 키.. 어..”  “터키!!!”

마지막 인사를 청하면서 내민 손을 나도 모르게 꽉 쥐면서 그랬습니다.

“아.. 그러면, 당신은 우리의 형제군요.”

그가, 3초도 안되어서 바로 대답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한국사람입니까?”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는 내 손을 더욱 꽉 쥐었습니다.

 

자기는 정말이지 지난 월드컵 때 한국이 보여준 기적과 그들의 고마움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특히, 3-4위전 때 관중석에 대형 터키 국기가 올라왔을 때는 정말이지, 모두들 믿지 못할 정도로 놀랐고, 같이 있었던 모든 사람들은 눈시울을 붉혔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그의 눈가에도 벌써 눈물이 맺혀 있었습니다.

덧붙여 만약, 이태리에서 경기를 했다면 혹시라도 국기를 꺼내기만 했어도 불태워버렸을 것 이라고……

 

그래서, 저는 지난 6.25 전쟁 때 보여준 당신들의 헌신과 한국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에 대한 보답이 아니겠느냐고……  아니, 그것에 비하면 우리가 베푼 친절은 너무 작은 것이 아니지 않았냐고 말했습니다.

그는 말하기를, 절대 아니라고 하면서 너무 과분한 대접을 받았다고 합니다.

중국과 경기를 할 때도 사실 중국은 한국과 너무 가까운 곳에 위치한 나라이고 같은 피부색깔을 가져서 상대의 홈팀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면서 매우 걱정을 했었는데, 붉은 옷을 입은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이름마저 생소하다고 여겼던 터키를 응원하는 것이 아니었냐며 매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사실, 그래서 중국과는 우리 사이가 더 아헿헿 하게 된 점도 있지만 서도 말입니다.. -.-;;)

한국과 터키와의 경기가 끝나고 모든 선수들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그라운드를 누빈 모습과 관중들도 모두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그들을 격려해 준 모습은 자신이 지금껏 봐온 모든 축구경기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한 시간을 더 이야기했습니다.

홍명보가 시작 일분 만에 골을 준 것 하며, 터키에서 뛰었던 이을용 이야기 하며, 히딩크 이야기 하며…

아… 무엇보다도, 지난 미국 월드컵 때 한국과 스페인의 첫 번째 경기를 직접 관전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그는 물론, 한국을 응원했다고 했습니다.  생각보다 한국관중이 엄청나게 많았고 그들의 응원도 재미있어서… (그 앞에 콧수염 난 응원단장이 김흥국이라고 말해 줬습니다. ? 전혀 쓸데없는 소리였습니다) 같이 관전을 했는데, 전반에 내리 두 골을 주고 후반도 거의 다 되어 패색이 짙었을 무렵 대부분 다른 나라 선수들이라면 후반 중반부터 포기를 한다나요?? 한국은 그때 알다시피 후반 종료 직전까지 물고 늘어져서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그때부터, 그는 한국 축구가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다고 합니다.

 

한참을 이야기하고 또 한번 인사를 하고 떠나려는데......

그가 저 더러 가져온 자료를 두고 가라고 했습니다.

검토를 해 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너희가 대접 받고자 하면, 먼저 대접하라는… 성경 구절이 절실하게 와 닿았습니다.

서로 이렇게 사랑을 베풀고 친절을 베풀면 세상은 언제까지고 아름답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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