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대후반의 여자 입니다.
저희 가족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요...
제가 서두 없이 쓰더라도 이해해주세요.
어렸을 때 부터 저희 가족은 주위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는 그런 화목한 가족이였어요.
가족끼리 거의 매년 여행도 가고 가족들 생일이 있을 때마다 조그맣게 생일 파티도 매번 서로 챙겨줬고요.
친구들 가족 보다 유독 더 다정하게 지낼 수 있었던건 저희 가족의 가정인 아버지의 몫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저희들과 시간을 많이 보낼려고 여행도 대부분 아버지가 주도했고 권위적이기 보다는 친구처럼 저희를 대해 주셨죠.
전 그런 아버지를 볼 때 마다 아버지를 닮은 다정한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 항상 자랑스럽게 느꼈습니다.
그런데...
햇수로 삼년 전에 언니가 말하길 아버지가 뭔가 의심스럽다고 했습니다. 그건 바로 여자사진을 해놓은 남자이름의 사람과 카톡을 하는 걸 봤다고 했습니다. 분명 아줌마 얼굴이었는데 보통 40,50대 부부의 경우에는 배우자 얼굴을 프사로 해놓은 경우는 흔치 않으니까..
그래서 아버지가 자기 전에 제가 폰을 잠시 쓸 일이 있다고 빌려갔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빌려주셨던 아버지..
아버지 카톡 친구 목록에서 언니가 말했던 남자이름을 찾아보니 없었습니다. 대신 전화번호부에 있길래 제핸드폰에 번호를 추가했죠.
그러니..... 아버지 카톡 사진과 똑같은 배경으로 찍은 여자사진이 떴습니다. 한대 맞은 거 처럼 멍해지더만 그때부터 가슴이 미친듯이 뛰었습니다. 저는 부모님이랑 같이 살지만 다른 지역에서 자취하고 있는 언니에게 실시간 중계를 하면서요.
그러고 아버지 네이버 계정에 들어가니 자동 로그인이 되어있어 메일이며 엔드라이브를 다 볼 수 있더군요.
거기엔..... 무려 무려 15년동안 그 여자와 함께한 사진과 메일이 있더군요.
그때의 충격은 정말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새벽 내내 메일과 사진을 다 보면서 배신감과 분노에 가득 차 뭐라 자세히도 말하기도 힘드네요. 엉엉 울면서 언니한테 전화하니 언니는 무덤덤하게 우린 이제 어째야하냐며 걱정했습니다. 저도 그 날 새벽에 가장 슬펐던건 이 사실을 알게 될 어머니가 너무 불쌍해서 가슴을 눌리는 것처럼 아팠습니다.
그렇게 아버지의 진실을 알게 된 언니와 저는 엄마는 물론 친가들쪽에 다 알리고 한 판을 했습니다.
한 판을 하면서도 많은 일이 있었고 이혼을 하니 마니 얘기했지만 결국 저희는 아버지를 용서해줬습니다.
저는 부모님과 같이 살지만 경제적으로 자립을 했고 언니도 직장인이지만 어머니는 그게 또 아니기때문에 다같이 좋은 쪽으로 얘기했습니다. 거의 예전만큼의 가족 분위기를 회복하는데까지 어머니가 정신과 상담도 받고 너무 힘들었지만 이게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하고 서로가 노력했죠.
그러고... 일년 채 안된 날에 일이 또 터졌습니다.
주말에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격양된 목소리로 어머니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느그 아빠 또 그년이랑 있는 거 같다" 며...
그 말을 듣는 순간 또 가슴이 정말 철썩 내려 앉으며 무슨 얘기냐며 물었죠.
어머니는 밤늦게 들어오지 않는 아버지에 전화를 해서 어디냐고 물어봤더랍니다. 아버지는 어색하게 친구랑 있다고 둘러댔지만 전화를 바꿔달라는 엄마한테 갑자기 술집 여자랑 있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물론 술집여자와 있는 것도 정상은 아니지만요 ...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게 바로 이런 걸까요.
아버지는 어머니와 전화 후 모르고 전화를 안 끊어서인지 어머니와 대화를 마친 후에도 전화가 계속 켜져있었습니다. 전화기로 넘어 오는 대화는.. "우리 그만 만나자"라는 내용..
어머니는 눈이 뒤집어 지고 저한테 바로 전화를 하셨던거죠. 그러고 어머니도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당장 오라하고 저도 친구를 만나던 중에 바로 부리나케 집으로 갔죠.
저도 이미 머리가 획 돌아서 아버지를 보자마자 신발로 얼굴을 때리고 온갖 욕을 퍼부으며 덤벼들었습니다.
가정파탄자 주제에 용서해준 지 일년 채 안 됐는데도 다시 이런 일을 저지른 게 도저히 용서가 안 됐습니다.
그러고... 전 8개월 째 아버지와 말 한마디를 안 하고 한 지붕아래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다시 이혼보다는 아버지를 선택해서 꾸역꾸역 살고 있습니다. 아직 대학생인 남동생도 있고 혼자서 도저히 새로 살 자신이 없던거죠.
어머니의 입장은 이해가 가긴하지만 다시 부부 관계를 잘 해보려는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다정하게 지낼 때마다 너무 너무 보기가 싫습니다.
그건 뭐라 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가능한 빨리 결혼을 해서 집을 나가고 싶습니다. 혼자 자취하기엔 돈도 많이 들고 아버지한테 지는 느낌이 들어서 다 싫고요.
사실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저와 어머니와는 아버지 때문에 좀 다툼은 있었지만 이제 저의 부모님은 어머니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연히 부모님으로 모실 거지만 아버지와는 절대 다시 화해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두 번째 사건 이후로 아버지와 저는 대화가 단절되었고 두세번쯤 어머니 통해서 저와 같이 밥을 먹자고 아버지가 얘기했지만 당연히 무시했고요.
훗날 상견례를 하게 되어 남자친구 부모님을 뵐 땐 어떻게 해야할 지. 그리고 제가 결혼해서 애기를 데리고 어머니를 보러 친정에 왔는데 그럴 땐 아버지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이래저래 고민이 많네요. 사실 몇개월 해왔던 고민이기도 하고요.
긴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드리고 간단하게나마 조언 부탁드려요.(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