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여자입니다.
집이 원래 화목하거나 그런 가정은 아닙니다. 아버지가 경제적 능력이 전혀 없으셔서 이혼 후에 어머니께서 혼자 자식 셋을 키우셨거든요. 그러다보니 저는 어머니께 제 고민이나 힘든 얘기를 참고 잘 안하게 되었습니다. 일에 지쳐서 귀기하신 어머니를 붙잡고 나 힘들다고 할 수 없는 분위기였거든요. .
그리고 어릴 때 어머니께 제가 슬프거나 고민이 있어서 -엄마 이래서 내가 이랬어 라고 털어놓으면
-(코웃음치시면서) 그게 그렇게 힘드니?
-지금 너에게 중요한 일은 그게 아니지 않니?(고1 입학때였습니다,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뜻)
라는 얘기를 듣고 제가 민망하면서도 충격적이어서 혼자 앉아서 울다 들어가고 그런 기억도 있거든요. 제 스스로 제 상처(가족관련)라고 생각하는 것도 엄마는 넌 그런것도 상처니? 하시는 수준이고요..
그 후로도 제 얘기를 솔직히 털어놓았다가 이해를 받은 기억이 없어서 점점 제 얘기를 안하게 되었습니다. 20대가 되어서 어머니와 대화를 나눌 때에도 저는 주로 듣는 입장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본인의 일이나 마음 얘기를 하시고요.
그런데 최근 제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올해 취업시험을 봐서 어머니께서 제게 원하시던 (어머니께서 하신 말을 인용하면 본인의 자존심을 회복시켜 주는)직업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험이 끝나고 집에 있으면 너무 다운돼서 집에 있기가 싫더라고요.
2월 말부터는 일을 해야해서 개인 사정상 단기알바만할 수 있는데 일이 잘 안구해지고 돈을 벌 수도 없고요. 그래서 며칠을 집에 오면 혼자 방에 있었습니다.(어머니는 원래 제가 방에 있는걸 안좋아하셔서 평소에는 제가 억지로 눈치봐서 나와 있고 그래요)
오늘은 어머니께 일이 몇시에 끝나시는지 여쭈어 보았습니다. 그 문자가 제 입장에는 저좀살려달라는 .sos같은거였는데. . 어머니께서는 제가 저녁 차려놓고 기다리고 계실 줄 알았나봅니다. 집에 돌아와보니 어머니께서 이미 화가 나 계시더라고요. 밥좀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으면 안되냐고요.
저더러 앉아보라고 하시더니
도대체 왜 그러냐며 무슨 문제 있냐며 가족들 불편하게 하지 말고 웃으며 지내라고 하시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왜 그랬는지를 얘기했는데 어머니께서는 또 예전처럼 얘기하시더라고요. 한심하다고요.
그 말을 듣는데 어차피 예상했던 눈빛과 말이긴 했지만 악몽이 되풀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 어머니 말씀의 요지는 서로 웃으며 살고 힘든거 티내지말자는 거였는데 저는 더이상 참고 사는게 너무 힘이 드네요. 그렇게 힘들면 나가살라는데 아직 경제적 능력이 없으니 집에서도 완벽한 을이고요.
이 집에 있을동안은 어떤 일이 있어도 웃는 낯으로만 살아야하는데
저도 어머니께서 혼자 자식들 키우셨던 삶과 비교하면 제가 하는 생각이나 힘든 마음이 우스운 일이라는 거 알지만 저도 힘든 마음이 들 때가 있네요. .
티를 내지 말라는데 그동안 충분히 참고 살았는데 또 참으라니
어머니는 그동안 많이 힘드셨어서 진짜 제가 아니라 그냥 본인이 원하시는 착하고 밝고 예쁘고 똑똑한 딸의 모습만 보고싶어하는 것 같아요. 저는 이제 그런 딸인척하는게 답답하고 버겁습니다.
저보다 훨씬 더 어려운 환경에서도 긍정적이고 착한 맘으로 자란 분들 많이 계시고 티비로도 보았지만
저는 아직까지 이정도 그릇밖에 안되네요. . 어머니는 나잇값좀 하라는데 뭘 어떻게 더 저를 숨기고 매일 웃는 낯으로 집에서 눈치보며 살아야 나잇값을 하는걸까요
나중에 나이 들어 후회하고 싶지않은데 어머니와 성향도 너무 다르고 같이 있는 시간이 힘이 드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 조언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