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제 소개를 하자면, 이제 곧 중학교 2학년이 되는 평범한 여중생입니다! 중학교 입학하구 1년 정도 지내보았더니 초등학생 때는 겪어볼 수 없었던 다양한 유형의 친구들이 많더라구요 (친구를 유형으로 나누자니 이상하기는 한데ㅠㅠ). 그렇다보니 되게 뭐랄까 친구들이 무서울 때도 있어요.
예를 들어서, SNS에서 보이는 우리 학년 여자 애들에게 말을 걸어서 뜬금 없이 사귀자 하는 친구가 있었어요. 저뿐만이 아니라 다른 여자 애들도 그런 내용의 메신저를 많이 받았는데, 저 역시 그랬고 다들 상당히 불쾌해 하더라구요. 제발 그게 어른이던 청소년이던 아무 여자한테나 접근하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진짜 아주 잠깐은 자기가 무슨 의자왕이라도 되는 마냥 우월감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런 행동이 갈수록 비호감만 산다는 것을 알았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은 제가 여태껏 본 친구 중에 가장 소름 돋았던 친구 얘기를 해보려고 해요. 실명을 거론하기 좀 그런 부분이 있어서 가명으로 얘기를 진행하게 될 텐데요.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얘기는 아마 남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을지도 모르겠어요! 여자들 특유의 그런 묘한 분위기들이랑 연관이 되어 있어서 아마 여자들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일 겁니다.
학기 말 학교 축제 때 1학년은 기악 합주를 하게 되었어요. 저는 실장은 아니었지만 실장의 부탁을 받아 기악 합주 리더로써 활동을 했어요. 이제 기악 합주를 하려면 합주를 할 곡이 있어야 하니까 저는 반톡에 공지를 올렸어요.
"기악 합주 곡 어떤 거 하고 싶어?"
다들 답이 없었어요. 선생님은 내일까지 곡을 정해오라고 말씀하셨지만, 모아지지 않는 의견 탓에 곡을 정할 수 없었어요. 저와 실장은 잔소리를 들었고, 할 수 없이 다음 날 아침에 회의를 했어요. 그 때는 꽤 많은 곡 추천이 들어왔지만
"야, 진격의 거인하자!"
"도쿄구울! (이거 19세 아니었나요)"
"그거 해, 롤드컵."
남자 애들은 애니 음악이나 게임 음악을 잔뜩 언급했어요. 제가 그런 음악은 할 수 없다고 말하자 덜컥 화를 냈어요. 이건 왜 안 되는데?! 저건 왜 안 되는데?! 이러면서요.
더 괘씸한 것은 여자 애들은 자기들끼리 속닥속닥거리며 협조적으로 응하지 않았어요. 그 때 속삭이던 내용 중, 제 귀에 들어와서는 안 될 내용까지 저는 듣고 말았어요.
우빈 : "쟤가 뭔데 실장이 해야될 일을 해?"
미현 : "그러니까, 완전 제멋대로야."
성예 : "나쁘다, 진짜."
저도 이렇게 욕 먹으면서까지 기악 합주를 맡을 생각은 없었는데 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반의 문제였기 때문에 함부로 화를 낼 수 없었어요. 화를 속으로 삭히고 또 삭혔어요. 그렇게 곡을 정하고 연습을 이어나가는 중이었습니다. 슬슬 대열을 맞출 시기가 되자 선생님은 파트 별로 위치를 잡아주었습니다. 본래 지휘를 했다가 악기로 막 바뀐 제 절친 소영이는 자리를 헷갈려 했어요.
소영 : "나 자리 어딘지 모르겠음. 어디로 가야 되지."
나 : "너네 악기가 아마 저쪽일텐데?"
옆자리에 서있던 성예는 한심하다는 듯 숨을 내쉬었어요.
성예 : "너 자리 저기잖아. 김영훈 옆. 왜 여기 있어? 빨리 가."
성예의 냉랭한 말투는 지금 저 대화 속에 껴있지 않은 저에게까지 느껴졌어요. 눈은 내리깔고 손톱을 만지작거리며 퉁명스럽게 말하는 행동에 괜스레 화가 났어요.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할 때에는 눈을 마주치며 얘기하는 것이 기본적인 예의라는 것을 잘 알텐데도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입니다. 순간적으로 성예에게 욱한 저는 성예를 불렀어요. 화가 치밀어 오르는 와중에도 험한 말을 하지 않으려 이를 꽉 물었죠.
나 : "그렇게 말하면 소영이 기분이 안 좋지 않을까?"
성예 : "아니! 내가 뭐 어쨌다고. 참나, 어, 어이가 없네."
평소에 성예에게 화를 낸 적이 없던 제가 이런 말을 하니 꽤나 당황스러웠던 모양입니다. 또박또박 잘하던 말을 더듬거렸습니다.
기악합주 이후로 성예에게는 그다지 좋은 감정이 들지 않았어요. 확인되지 않은 우빈이의 말에 선동되어서 실장 몫까지 열심히 일해주고 있던 저를 뒤에서 욕했던 것과, 제 절친을 함부로 대하던 예의 없는 행동 탓이였어요. 그러다 곧 사달이 났습니다.
몇몇 남자 애들이 새벽에 반톡에 음담패설을 한 탓에 여자 애들이 화가 단단히 난 것입니다. 너무 착한 건지, 소심한 건지 모르겠는 실장은 남자 애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요. 속으로 앓고 있다가 결국 저에게 터놓고 이야기했죠. 반톡에 있는 음담패설 때문에 여자 애들이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라고, 남자 애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함께 상의하고 싶다고. 저는 실장의 말을 듣고 반톡으로 나섰어요. 남자 애들은 3시간 남짓하는 시간 동안 끝없는 사과를 이어나갔지만, 몇몇 여자 애들은 여전히 남자 애들을 용서하지 못했습니다. 어쨌거나 피해자는 여자들이었기 때문에 여자들의 의견이 우선이었어요. 그러다 결국 투표를 하게 되었죠. 넘어가느냐, 학생부에 건의하느냐로 말입니다. 결과는 4대4로 결론이 나지 못했어요.
여자 쪽에서 결론이 나지 않자 남자 애들의 의견을 듣기로 했어요. 남자 애들은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몇 번을 거듭해 사과했고, 학년이 끝나가는 와중에 더이상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며 그냥 넘어가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어요. 솔직히 그 때 남자 애들이 한 행동은 성희롱이었고 원래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게 옳았지만, 학기 말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학생부에 이 일을 알려봤자 큰 진전이 없을 것이 분명했어요. 그랬기 때문에 저는 실장 선에서 깔끔하게 처리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혹시 의견에 불만이 있거나 다른 제안이 있는 사람은 개인적으로 연락을 달라고 했고, 이 일은 이렇게 종결되는 줄 알았습니다.
여자들끼리 투표를 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톡방에 성예가 제 의견에 따지고 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도 맞는 의견이었기에 무시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분명히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달라는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 애들이 다 있는 곳에서 공개적으로 얘기를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공개적으로 트인 곳에서 얼굴 붉히며 토론하는 것은 원하지 않았거든요. 결국은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남자 애들(목격자)에게 의견을 물어 반톡 음담패설 사건은 실장 선에서 정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몇몇 여자 애들의 뒤에서는 여전히 얘기가 오가고 있었어요. 성예와 우빈, 미현이가 있는 또다른 톡방에 초대되어 있었던 실장은 그들이 하는 얘기를 지켜보다 이건 좀 아니다 싶어 스크린샷을 찍어 저에게 보내주었어요.
※ 첨부된 사진 참조
스크린샷을 보고 나니까 너무 스트레스가 쌓이는 거에요. 진짜 며칠 동안 잠도 안 오고 누워있다가 눈물이 막 흘러내리기도 할 정도로 속으로는 미친 듯이 억울한데, 하소연할 사람은 없었어요. 담임 선생님께 얘기를 해보아도 성예를 상담실로 보내준다고 저를 안심시켜놓고는 상담 비슷한 거 한 번 해주지 않았어요. 제때 제때, 우리가 그 애 때문에 힘들다 말했을 때 선생님이 진작 우리 얘기를 귀 기울여 들어줬으면 이럴 일도 없지 않았을까요.....
저는 나름 정당한 이유를 얘기하면서 이렇게 하면 좋겠다, 하고 말을 했던 것인데 앞에서는 꺼내지도 못할 말들을 뒤에서 꺼내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를 배신감이 느껴졌어요. 뒤에서 욕 먹는 것 쯤 익숙하다고 생각했어요. 여자들은 어려서도 나이 먹어서도 앞에서 못할 말 뒤에서 엄청 하잖아요. 늘 그랬듯이, 늘 욕 먹었듯이 이것도 당연히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요, 이번 거는 제 예상을 훨씬 뛰어넘을 만큼 힘들었어요.
마치 그들은 뒷담화가 정의랍시고 얘기해요. 괜한 오지랖이라는 것을 그들만 몰라요. 나의 간섭으로 인해서 내 친구가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았더라도 또다른 누군가의 친구가 피해를 보게 되었다면 그건 정의라고 할 수 없잖아요. 뒷담화는 속닥거리는 우리끼리는 좋을 지언정 결국 피해 보는 사람이 생기게 되는 오지랖일 뿐이에요.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 그리고 저까지도, 뒤에서 누군가를 욕하게 될 때 한 번 쯤은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지금 하는 건 정의인지, 오지랖인지.
뒷담화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에요. 당연히 억울한 일이 있을 때는 맘편히 친구들과 털어놓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적어도 비난과 비판은 구분하자는 겁니다. 중2가 이런 말하면 되게 웃기려나요? ㅋㅋㅋㅋ 그래도 나름대로 제가 겪어보면서 느낀 부분이에요. 지극히 제 의견일 뿐이지만.
남 욕하고 멸시하는 사람들 중에 행복한 사람 없다고 했어요. 그 때보다 화가 누그러든 지금은 그들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친구들은 걔네를 동정할 가치도 없다고 하는데, 저는 성예나 이런 친구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었을 때 제대로 된 친구 하나 남아있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돼요. 다른 사람 욕하면서 얻은 우정은 일회용 우정이에요. 언제든 멀어질 수 있는 그런 불안불안한 관계?랄까요. 저는 우빈이, 미현이, 그리고 성예, 이런 친구들에게 미움을 사기는 했지만 괜찮아요. 언제나 일편단심 제 편인 소영이가 있어서 전혀 외롭지 않아요. 성예가 지금 한 행동들을 후회하게 될 미래에,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친구 한 명 서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제가 될 수 있다면 그렇게나 좋은 전개가 없겠지만, 저는 아직 성예를 보면 화가 납니다. 그래도 나중에 손 한 번 꼭 잡아주고 싶어요. 가짜 친구랑 가짜 우정 키우느라 수고 많았다고. 이제부터는 진짜 친구랑 잘 지내보자고.
이렇게 쓰고 나니까 속이 조금 후련하네요! 긴 글 읽으시느라 고생하셨구, 또 제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