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오늘따라 더 보고싶은 당신에게

아무생각없음 |2017.03.03 22:36
조회 1,230 |추천 2

내나이 스물여덟 사는게 너무 힘들고 세상이 서러워. 오늘따라 말없이 눈물만 난다.

꿈을 이루겠다는 말로 나와 6년째 홀로 지내는 이 서울은 내겐 칼로 도려낸 상처같은 도시. 진짜 집을 나온 이유는 때론 남보다 더 상처가 되는 나의 어머니. 그리고 하늘에 있을 아버지.

따뜻한 사람들의 온기보다 검은 이들이 꽂은 비수만 더 진하게 남았다. 오늘도 유일한 위로인 이 닭장같은 5평 남짓 원룸에서 인스턴트 우거지국에 어젯밤 먹다 남긴 인스턴트 밥 반공기 말아 먹다 눈물을 삼킨다.

너무 외로워 미칠것만 같아. 세상 아무도 위로가 되질 않아서 원래 세상은 그런거라고, 그러니까 외로움을 이유로 아파하지 말자고, 그러자고..

봄날 해 질 무렵 지하철역 앞, 오천원에 팔던 화분 두어개 한참 눈길 주니 남은것 떨이로 삼천원에 아가씨가 가져가라던 할머니께, 주머닛속 서너장 남은 천원짜리 한참 만지작 거리다 데려온 그 아이들이 외로운 내 공간에 함께 숨쉬고 싶던 희망들인데, 다시 피어야 할 봄을 기다리는 지금. 너흰 하필 나를 만나 가엾게 다 시든 모습이구나.

멋들어진 화분은 못해도, 테이크아웃 커피컵에 옮겨주며 잠깐이나마 꿈꿨어. 행복했어. 싱그럽게 핀 잎을 보며 언젠간 꽃도 피고 더 큰 화분에도 옮겨 줄 거라고.. 추운 겨울도 함께 날 거라고.

그리고.. 나도 그러고 싶었어.
언젠가,언젠가는 꽃처럼 필 날이 올거야.
화려한 장미는 못 되더라도 봄날 들판에 핀 키작은 그 향긋한 아이들처럼, 나도 필거야 언젠가.

이 겨울은 지나갈거라고..

지나갈거라고..
지나가야만 한다고..

그래도 나 매순간 열심히 살았는데.
내 인생에게 미안하지 않았는데.
부족했지만 비뚤어진적도 없어 나 늘 당당했는데..

세상앞에 서는게 이제는 두려워.
아무리 노력해도 달라지지 않을것 같아.

엄마에게 너무나 인정받고 싶었는데..
이제 자신이 없어요..

벅차게 했던 내 꿈은 현실에선 비정규직.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계약직.
겉으론 웃지만 속으로는 무시하는 정규직 생존자들.
오늘도 그들중 누군가에게 받아온 일상같은 멸시, 무시..


소리도 안내고 한참 눈물 삼키고 나니 금새 밤이다.

이런 밤 이런 시간 이런 계절 이런 날씨즈음 어딘가에서 소주 한잔 기울이고 있던 그의 모습이 선하다.

너무 미운데 너무 그립다.
미친듯이 미운데 한없이 그립다.

오늘따라 더 생각나는 세상에서 가장 미운 사람
너무 많은 가슴의 상처와 한만 남겨준 사람
마지막 인사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가버린 잊을수 없는 사람.


오늘 당신 번호에 전활 해봤어요.
차마 용기가 없어 발신제한으로 걸었는데 신호가 가더군요.. 이 신호가 끝날 무렵엔 당신의 목소리가 들리기를, 한여름에 쏟아진 함박눈처럼 말도 안되는 그런 상상을 했어요.

늘 술취한 밤에 "야 이 지지배야" 하던 그 소리가 나는 그렇게도 지긋지긋 했는데..

한참을 쓰지 않는 몇년전의 내 휴대전화속 당신의 문자를 가끔 꺼내보곤 해요.

"사랑하는 잠꾸러기 우리딸"


나는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미워

너무너무 원망스러워

당신이 너무 아파요



당신처럼 가끔 늦은밤 혼자 술을 마셔요.
그럼 당신의 모습이 더 선명합니다.
당신의 생각이 어땠을지 조금 알것도 같고,
여전히 이해가 안되기도 합니다.
아마 평생 못할겁니다.

보고있나요?

그렇게도 예뻐해 내가 늘 속으로 질투했던 당신의 둘째딸은 가을에 결혼합니다.
그렇게도 원했다던 아들인 막내는 올 봄에 제대합니다.

잠꾸러기 당신의 첫정인 큰딸은 이제 스물여덟 숙녀가 됐습니다. 이만큼 커서, 작년까진 결혼하고 싶었던 남자도 있었습니다. 그 남자와 당신이 잠들어 있는 그 곳에 함께 가, 당신께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아쉽게도 잘은 안됐지만요..

아빠 나는 요즘 너무 삶이 힘듭니다.
어른이 될수록 자꾸 눈물이 많아져요.
그렇게 독하단 소리 듣던 나인데,
요샌 걸핏하면 눈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 편지는 당신께 닿진 못하겠죠.
당신의 사랑이 너무나도 받고 싶었어요.
우릴 두고 나갔던 어린시절 어느 날에도,
정말 영영 떠났던 갓 성인이 됐던 그 날에도요.

당신이 밉고 밉고 밉습니다.



그런데 후회가 돼요.


당신하고 막창구이에 소주 한잔 기울이던 옛날 그 밤에, 내가 한잔 더 따라드릴걸.

한번만 더.. 같이 소주잔 기울이며 원망섞인 혼잣말이라도 던져볼 수 있었다면..

요샌 너무 힘들어 자꾸 당신 있으로 가고 싶어져요..

제발 나좀 지켜줘요.
살아 있던 때에 나 안지켜 줬으니까 당신이 아빠가 맞으면 지금이라도 나좀 지켜줘요. 나 너무 힘들단말이야.

... 보고싶어요 정말.
사실은 다 거짓말같아.

지금도 어딘가에 있을것만 같아.
언젠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 장난이었다고 할 것만 같아.

잘 있나요?

잘 지내요.

잘 있어요..


나도 어떻게든 부여잡고 살아 볼게요.
어떻게든 버텨볼게요.

잘지내요..
잘 지내세요..

단 한번도 못했는데

미워하던 순간에도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요.

미안합니다..
잘 지내세요..



추천수2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