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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카 소름끼친 일

ㅁㅁ |2017.03.18 13:25
조회 230 |추천 0
와 씨... 일단 이야기 시작하기 전에 제 소개 좀 할게여.
음슴체 ㄱㄱ
일단 나는 해외에서 살고 있음.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미국과 그 외의 국제학교들은 초 1~5가 있고 그 후로부턴 계속 6, 7, 8, 9, 학년으로 부름. 일단 난 여자고, 한국 나이로 중딩임.
(자뻑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수학능력이 출중하다고 판단되어' 나보다 한 학년 높은 선배들과 함께 수학 수업을 듣고 있음. 근데 반에 있는 사람들 중 이름을 대부분 못 외웠다는건 함정...
ㅇㅋ 이제 소름끼치는 이야길 적어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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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학교가 그렇겠지만, 방과 후 동아리도 있고, 뭐 끝내야 될 일도 있음. 특히 고등학교 준비 중이라면 (그리고 고딩이라면) 바쁘겠지? 그래서 어제 수업 끝나고 나서 학교에 남아있었음.
학교에 남아있던 일을 의외로 일찍 끝내고 운동장 옆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잉여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음.
갑자기 뒤에서 누가
"쓰니야 안녕!"
소리가 들리는 거임. 기억이 안나는 목소리라 누군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들었었음. 처음에 얼굴 봤을때도 못 알아봄. 근데 그 남자애는 계속 나한테 말을 걸었음.
"수학 숙제 끝냈어?"
여기서 나랑 같은 수학반인 선배라는게 기억남. 아무튼 그닥 친한 사이도 아닌데 계속 얘기하길래 갑자기 시작한 대화에 난 그냥 맞장구만 쳐주는 식이었음.
(참고로 나는 모쏠이다. 그냥 그렇다구요... 그래도 나 쉽게 꼬셔지는(?) 호구 아님!)
솔직히 얼마만에 엄마에게서 벗어난 나만의 시간인가! 맘 같아서는 제발 딴 사람한테 말 걸라고 사정하고 싶었지만 그건 예의가 아니고, 그 선배도 딱히 무례한 행동은 하지 않았으므로 컴터 닫고 이야기를 들어줌.
대충 고등학교가 얼마나 힘든지, 또 이번 주에 있었던 토론회라던지, 수학... 등등.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음.
그러다 슬슬 우리 통학버스가 올 시간이 되서 먼저 가려고 했음. 그랬더니 그 선배가 갑자기 번호를 물어봄.
내 번호가 기억이 안났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번호는 왜 필요하냐고 물어보니까 수학 물어볼게 있었었는데 문제를 까먹었다고 함. 걍 그러려니~하고 학교 이메일을 대신 알려줌.
일단 버스를 타고 나니까 과연 이게 잘한 일인가 싶었음. 곰곰히 기억을 되짚어 보니까 그 선배의 평상시 행동이 조금 이상했음.
수업시간엔 내가 맨 뒷자리라 우리 반 선배들의 뒤통수 밖에 본 기억이었지만... 암튼 그 선배는 선생님이 문제를 조용히 풀고 1분 뒤에 다 같이 정답이 뭔지 얘기하자고 하시면 ㅈㄴ 크게 답을 외침. 심지어 틀린 답이었음;;
그건 인간이 다 실수를 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치고, 항상 뭔가를 이상하게 입고 옴. 짝짝이 양말, 뒤집어진 셔츠, 열려진 남대문, 빵꾸난 패딩... 대충 감이 잡히져 여러분?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학교 이메일은 사적인 용도로 쓰이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외모로 판단하면 안되니까!라는 안일한 생각을 부여잡고 집으로 옴.
정말 안일한 생각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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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가족이랑 엄마표 LA갈비 (<3) 와 동치미(?)를 먹고 침대에서 뒹굴뒹굴 놀고 있었음. 나보다 3살 어린 내 동생 학교생활 얘기도 들어주고 여러모로 참 화목했음.
Netflix 알져? 그거 컴퓨터로 열려고 하다가 어찌어찌 이메일로 들어감. 왜 있잖음? 목적은 따로 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엉뚱한 사이트에 있는거.
무튼 이메일이 새로 하나 온 거야. 열어봤더니 Timothy라는 사람한테서 옴. 내용을 대충 읽어보니 그 선배인 것 같았음. 난 이때까지 선배의 이름도 모르고 있었던 거임! 헐...
이제부턴 이 선배를 팀이라고 부르겠음. 이메일의 내용은 이러함. (원본을 그대로 옮기고 직역도 할게요. 물론 제 이름 빼고!)
Can I have your phone number 쓰니 before sending all the ㅁㅁ학년 grade information to you and can you send me the math answers please.

I really do like you 쓰니 because you are smart and pretty and very nice andclever 
쓰니 I was wondering if you would like to hang out with me after school

ㅅㅂ? 뜻은 풀이하자면 이러함.

쓰니야 ㅁㅁ학년에 관한 정보를 보내주기 전에 네 전화번호를 줄 수 있겠니? 수학숙제 답도 보내줘.
난 쓰니 네가 똑똑하고 예쁘고 착하고 영리해서 좋아
쓰니야 혹시 나랑 같이 학교 끝나고 놀래?


미리 말하지만 난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편함. 한국에서 실제로 살아본 건 2년이 채 안될걸? 그래도 우리의 똑똑한 네티즌 님들은 문장이 상당히 어색하다는 걸 아시겠져?
(사실 캡쳐본을 올리려고 했는데 이름 가리는 방법도 모르고 사진 업로드가 안됐어요ㅠㅠ)
요주의 선배는 선배면서 왜 영어를 이따구로 쓰는가! 그리고 숙제는 알아서 하라고 있는데 왜 나한테 답을 당당하게 요구하는가!
이상하지 않음? 여기서 부터 꼬였다는 걸 알아챔. 이런 시벨리우스 협주곡...
아! 흔히들 한국에 있는 편견은 외국인들이 핵돌직구 날리고 완전 들이댄다는거임. 사람에 따라서 다르긴한데 확실히 뭔가 적극적이긴 함. 그래도 저기 위의 형용사들을 저렇게 날린다는 건 지구의 핵돌직구가 아니라 태양의 핵돌직구임.
와우... 살면서 이렇게 열렬한... 아니.... 어... 음.... 메일... 숙제... 예ㅃ...? ㅈ.....
무튼 당황했음. 일단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이미 메일을 읽었다는게 상대방에게 표시됐으니까 이대로 답을 안 하기엔 읽씹하는 것 같고 완전 당황의 패닉이 일본의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와중에 뭐라고 얘기해야 하지 미리 거절해 놨다가 알고보니 김칫국이어서 이불을 팡 to the 팡팡 킥을 날려버려서 구멍이 뚫리면 엄마한테 혼나고 흑역사의 킹왕짱이 탄생하겠지 오마이가뜨 어뜨캄
내 머리속은 대충 이런 상황이었음. 일단 읽씹할 수는 없으니까 폰 번호를 보냄.
또 미리 얘기해두지만 저 선배 나 모름. 아마도. 나도 저 선배 모름. 그러니까 저 형용사들은 사실이 아님. 난 예쁘지도 똑똑하지도 않음. 성격은 대쪽같은 노인네라는 소리 자주 들음ㅋ
이렇게 나를 모르는데 벌써부터 내가 좋다면 나쁘진 않아도 확실히 이상함. 뭔가 구린내가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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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번호를 보내자마자 Whatsapp이라는 어플로 문자가 하나 옴. 해외판 카톡임.
팀: "Hi"나: "Hi"팀: "Can you take a picture of the math answers please" 싫어 이 비대칭 쌍쌍바같은 놈아나: "Omg I'm so sorry I'm outside right now" 사실 뻥이지롱 숙제는 선배님이 하도록팀: "Send it to me when you have it thanks" 영원히 없을거야
이때부터 어이없어서 비행기 모드로 하고 읽음. 그래야지 읽씹이 안들킴똥침
이 다음부터가 가관임
팀: "And please send me a picture of your self" 일단 yourself는 한 단어임
아니 이런 조카의 18색 10% 세일하는 크레파스 같은 놈이 뭐라고?
솔직히 오해한 걸 수도 있음. 걍 내가 좋아서 셀카 소장욕이 솟구쳤을 수도 있지. 눈만 버리겠지만.
근데 확인사살이 날라옴.
팀: "What color bra do you wear i wonder"
이런... ㅆ............ 우리 아빠도 모르는 속옷색인데 ㅅㅂ............
이쯤 되니 이 새끼가 정신이 나간 건 아닌지 모르겠음. 옆에서 동생이 내 썩은 표정을 보더니 내 액정을 봄. 그리고 같이 표정이 썩어지는 자매였다고 한다.
동생이랑 나는 다른 자매보다 사이가 좋음. 물론 싸움. 요지는, 동생이 지랄발광을 함. 말릴 틈도 없이 엄빠에게 폰을 보여줌.
그닥 무섭거나 하진 않았음. 원래 이런 일이 일어나면 부모님한테 얘기하는게 현명한 일이니까.
그리고 오늘 아빠의 지랄발광도 같이 봄ㅎ
이 쉐키 누구냐고 줘팬다고 어린 놈이... 등등. 자체검열함.
엄마도 설거지하시다가 부엌칼을 들고 살벌한 표정을 지으심. 지릴뻔함.
팀 선배는 이 채팅방의 내용이 공개되었다는 걸 모르고 또 보냄.
팀: "Did you kiss yet"
안 했는데, 네 선배놈과는 하지 않을거임.
팀: "When ur in high school, some kids **** if they're dating"팀: "U?팀: "I think most asians r small" 자체검열했지만 슴가의 비속어가 뒤에 붙어있음. 그래 나 건전지 배터리다 어차피 넌 못 봄.
간단히 말하자면 음담패설임. 이거 보고 바로 차단함.
위에선 말 안했는데 나랑 같은 학년인 친구 3명이 이 수학 반을 같이 다님. 한 명은 여자애고 내 절친이고, 다른 두 명은 남자애들인 데 한 명은 내 친구랑 쌍둥이임. 내 훤칠한 이 세 친구들을 방어막으로 쓸 예정임. 뭔가 보호를 잘해줌(?).



여튼 지금 계속 문자가 뭐가 날아오는데 차단 기능을 못찾겠음. 지금 이런 적이 처음이라 너무 힘듬. 내가 그렇게 쉬워보였나? 외국애들 중에 몇 명은 동양인이 좀 쉽다? 같이 자기 쉽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음. 그래도 대부분이 그렇지 않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걸까. 당장 화요일 부터 다시 팀이랑 같은 수업 들어야 되는데 왜 읽씹했냐고 물어보면 어떡하지? 친구들 핑계 대면서 괜찮은 척 하지만 사실 이런 얘기하는 것도 좀 이상하고...

아무튼! 친구들과 언니 오빠들... 나 좀 도와줘요... 뭐라고 쏘아붙이고 싶은데 그냥 무시하는게 나을까요? 아 무슨 도움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어요. 지금도 계속 막 나보고 이상한 메세지를 보내는데 헛소리라는거 알면서도 힘들어요. 이런 상황에선 뭘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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